아직 찾지 못한 대답
겨울쯤이었나.
그때 나는 하루를 살아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하고 싶은 것도, 목표도, 그럴듯한 꿈도 없었다. 그저 눈 뜨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시간을 흘려보내고, 저녁이 오면 다시 누워버리는 날들의 반복이었다.
엄마는 달랐다.
“너, 나처럼 살면 안 돼.”
엄마는 자주 그렇게 말했다. 자기 삶을 후회하는 사람의 눈빛은 너무 날카롭다. 내가 멍청하게 흘려보내는 시간이 엄마에겐 눈물로 보였나 보다. 결국 엄마는 날 붙잡고 또 무당집으로 갔다.
작은 방 안엔 알 수 없는 냄새가 가득했다. 향인지, 눅눅한 한기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무당은 방울을 흔들며 내 얼굴을 오래 바라보았다. 나는 괜히 숨을 참았다.
“얘는 피부미용 해야겠네.”
“네?”
“피부미용이 맞아. 잘할 거야. 크게 성공한다.”
엄마는 내 옆에서 손을 덥석 잡았다.
“들었지? 너는 길이 정해져 있는 거야.”
나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놀라웠다. 사실 내가 유일하게 하고 싶었던 게 그거였으니까. 아무도 몰랐는데, 그 순간 들켜버린 기분이었다.
엄마는 그날 집에 돌아오자마자 서둘렀다. 원서 접수, 준비물, 학원. 모든 게 너무 빠르게 흘러갔다. 나조차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였다.
대학교에 붙고, 새하얀 실습복을 입었을 때 나는 잠깐 설렜다.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사람들은 친절했지만, 그 친절 뒤에는 계산이 있었다.
“쟤는 교수 눈에 들려고 저러는 거 아냐?”
“오늘 조별과제, 누구랑 하지?”
보이지 않는 줄 세우기가 당연했다. 나는 늘 중간에 껴 있었고, 어떤 날은 공기처럼 취급되기도 했다.
“너는 진짜 착해 보인다.”
그들이 웃으며 말할 때마다 속으로는 짜증이 치밀었다. 착해 보이는 게 아니라, 그냥 아무 말도 못 하는 거였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늘 목구멍에서 멈췄다. 그게 더 한심했다.
돈이라도 벌고 싶었다. 스무 살이었으니까.
친구의 소개로 바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낯선 불빛 아래에서 나는 술잔을 부딪히며 웃는 척했다. 처음엔 괜찮았다. 손님들의 농담쯤은 흘려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곳은 생각보다 더 지독했다.
“아가씨, 앉아서 같이 마셔봐.”
“예쁘네. 한 번 놀러 가자.”
손이 어깨에 닿을 때마다 소름이 돋았다.
술에 취한 목소리는 동물 같았다. 그들의 웃음은 나를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괜찮아, 조금만 버티면 돈이 생기잖아.’
하지만 버티지 못했다.
결국 새벽에 화장실에 숨어 울다 도망치듯 나와 버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창밖 불빛들이 줄지어 스쳐 지나가는데, 그게 다 조롱처럼 보였다.
학교도 결국 그만뒀다.
아침마다 등교할 힘이 없었다. 내가 하고 싶어 하던 일이었는데, 정작 그 안에서 나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사람들과 웃으며 지내야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스스로가 역겨웠다.
“왜 너는 아무것도 못 버티냐.”
“왜 너는 남들처럼 당당하지 못하냐.”
나는 늘 나 자신을 괴롭혔다. 잘하는 것도 없고, 시작한 것도 끝맺지 못하는 내가 너무 싫었다.
잘하는 것도 없으면서, 꾸역꾸역 버티지도 못하는 내가 서러웠다.
말 잘하고, 당당하고, 자존감 높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나는 왜 항상 이렇게 작아져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