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공허
며칠 전, 나는 처음으로 엄마에게 아빠의 소식을 들었다.
“네 아빠, 교도소에 있어.”
엄마는 담담하게,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내뱉었다.
그 순간 나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교도소.
그 두 글자가 입술 사이에서 흩날리며 내 머리 위로 떨어졌다.
차갑고 무겁게, 심장을 꽉 눌러버렸다.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아빠 없는 아이였다.
옆집 애들은 아빠 손잡고 학교에 가고, 아빠한테 칭찬받고, 아빠한테 야단도 맞는데,
나는 늘 빈자리만 보며 자랐다.
내겐 아빠라는 단어가, 존재라기보다는 그냥 공기처럼 ‘없는 게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일곱 살 무렵의 기억은 아직도 내 안에 선명하다.
한여름이었을까.
엄마 손을 잡고 낯선 곳에 갔고, 거기서 처음으로 아빠라는 사람을 만났다.
어색한 미소, 어디선가 담배 냄새가 스며든 옷,
그리고 내 머리를 쓰다듬던 손길.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어린 나에게는 분명한 흔적으로 남아 있다.
그 기억 때문에, 아빠는 단순히 공백이 아니라 ‘잠깐 스쳐간 사람’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 흔적이, 오늘 엄마의 한마디로 산산이 무너졌다.
나는 엄마에게 물었다.
“… 교도소? 진짜?”
“응.”
엄마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짧게 대답했다.
“근데, 왜?”
“살다 보면 그렇게 될 수도 있는 거지. 네가 알 필요는 없어.”
그 말이 오히려 더 잔인했다.
살다 보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말.
나는 ‘살다 보니 아빠 없는 아이가 될 수도 있고, 교도소에 부모가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게 내 삶의 서글픈 현실이었다.
방 안에 혼자 앉아있으니, 온갖 생각이 뒤엉켰다.
차라리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이렇게는 원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살아 있으면서도 교도소에 있다는 사실은,
내 얼굴에 지워지지 않는 먹칠 같았다.
나는 맥주 한 캔을 사서 집 앞 벤치에 앉았다.
다른 손에는 담배.
알코올은 금세 피로를 풀어줄 것처럼 들어왔지만, 마음속 무거움은 더 짙어졌다.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뭘 잘못했지? 왜 하필 나야?”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담배 연기만 허공에 흩어졌다.
나는 늘 생각했다.
아빠가 없어서 남자의 사랑을 모른다고.
누군가에게 끝까지 지켜질 수 있다는 믿음이 나에겐 낯설다고.
사랑을 받아도 늘 불안했고, 누군가 곁에 있어도 결국 떠날 것 같았다.
결핍은 늘 내 안의 그림자였다.
차갑게 식은 맥주를 다 비우고, 핸드폰을 켰다.
충동처럼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웃기지 않냐? 우리 아빠 교도소에 있대.”
“뭐? 진짜?”
“어. 방금 들었어. 그냥… 웃겨서 말하는 거야.”
나는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다.
하지만 웃음 뒤에,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친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야… 괜찮아?”
“괜찮지. 뭐 어쩌겠냐. 나랑 상관도 없는데.”
나는 대답을 끊어냈다.
그리고 통화를 끝냈다.
그제야 숨이 막히듯 눈물이 쏟아졌다.
원망하고 싶어도, 전화번호조차 모르는 아빠.
찾아가 따지고 싶어도, 그럴 힘조차 없는 나.
결국 나는 홀로 술과 연기 속에서 무너졌다.
성씨마저도 원망스러웠다.
같은 피를 나눴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죄와 그림자가 나에게까지 전해지는 게 너무 싫었다.
그 성을 가진 채로 살아가는 매 순간이 창피했고, 분했다.
“내가 언젠간 바꿔버릴 거야. 이 집안, 이 가난, 이 불행… 다.”
입술을 깨물며 그렇게 다짐했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내일도 또, 그다음 날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채 하루를 버티고 있을 나를 알기에, 더 허무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었지만,
정작 나는 나조차 사랑하지 못한 채 이렇게 살아왔다.
아빠의 빈자리와, 그가 남긴 그림자가
내 인생의 전부를 결정해 버린 것 같아 억울했다.
한참 동안 나는 내 안을 들여다보며,
스스로에게 계속 물었다.
“이 고통은 언제쯤 끝날까.
언제쯤 나는 내 자신을 믿고, 사랑할 수 있을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허무가 차올랐다.
그 허무는 눈물보다 무겁고, 분노보다 깊었다.
어린 시절 느꼈던 결핍,
아빠가 남긴 빈자리,
그리고 내가 나조차 돌보지 못한 시간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 마음을 짓눌렀다.
나는 혼자서 그것들을 붙잡으려 애썼다.
하지만 손을 뻗어도 닿는 것은 없었다.
무력감, 공허, 그리고 억울함만이 남았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내가 기다린 것은 남의 사랑이 아니라,
스스로를 붙잡고, 이해하고, 다독이는 힘이었다는 것을.
나는 그 힘이 아직 부족했고, 그래서 계속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씩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내가 나를 버리지 않을 거야.
오늘은 힘들고 무너져도, 내일도 내가 다시 일어날 거야.”
비록 외롭고, 억울하고, 슬프지만,
그 다짐만은 내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작은 위로였다.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
그리움과 결핍, 원망과 허무,
모두 내 안에 남겨두고,
나는 겨우 숨을 고르며 그 밤을 견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