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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혁 Aug 20. 2022

피스타치오? 피스타끼오?  젤라토 먹기 어렵네!

여행 일기 네 번째 장,  통일 기념관부터 트레비 분수까지

이탈리아 통일 기념관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이다. 넓은 광장에 푸른 잔디, 빛나는 하얀 기념관과 엠마누엘 2세의 동상까지. 외적으로 보이는 매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날씨까지 도와준다면 더욱 화려한 기념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선 이 통일 기념관 내부로 들어가진 못했지만,  16년도에 들어가 봤을 때를 회상하면, 거대한 기념관에 걸맞은 넓고 웅장한 내부와 그곳에서 보는 로마의 시내 모습이 매우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기억을 다시 한번 실현시키는 건 이번 여행에선 기회가 없었지만, 그 외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는 이 기념관과 마주 보고 있는 거리에 건물 중 하나에도 눈길이 간다. 특히 이 건물의 발코니에 눈길이 간다. 바로 2차 세계대전 이탈리아의 독재자 무솔리니가 프랑스에게 선전포고를 했음을 연설하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육, 해, 공군 장병들이여!, 검은 파시스트 혁명단이여!"로 시작하는 이 연설은 1940년 6월 10일에 이루어졌다

거만한 자세로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대중들에게 영광스러운 순간이라며 당당하게 소리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물론 이 전쟁으로 이탈리아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졌으며, 본인도 패전으로 인한 대가를 가혹하게 치러야만 했다. 파르티잔에게 처형당한 후, 그의 시체를 거리에 끌고 다니다가 주유소에 매달리게 되었으니 분명하게 잔혹한 결말을 맞이하였다. 영광의 도시라는 명성의 로마도 동전의 양면처럼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는 것도 항상 염두해야 한다. 한 쪽 면만 보면 왜곡되기 때문이다.

역사의 기념관과 광장을 지나, 다시 이동하였다.

이동한 장소는 로마를 상징하는 곳들 중 하나였는데, 바로 트비 분수였다.

거리의 각도로 인해 트레비 분수의 조각보다 사람들이 먼저 보였다.

가이드의 말씀에 의하면 내가 트비 분수를 방문한 날, 사람이 많이 없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바글바글'한 수준 같았지만, 전 세계에서 보러 오는 것을 감안하면 적은 수준인듯했다.  아름다운 트래비 분수. 과거 이곳을 방문했을 때, 동전을 적어도 한 개는 던졌기 때문에 내가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비록 많은 수준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유롭고 적은 수준은 아니었다. 동전을 던지기 위해 내려가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에 무리해서 내려가려곤 하지 않았다. 대신 높은 쪽에서 물 쪽을 향해서 작은 동전을 동생이 던지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당신의 생각하는 트레비 분수와 동일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매우 운이 없다면 트레비 분수에서 '트레비'인 상태일 때 관광을 올 수도 있다.

트레비 분수에서 동전을 던지는 문화로 인해 물 안쪽에 가라앉아있는 동전을 수거할 때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는 분수에 물을 다 빼버린다고 하니, 이런 때는 피하는 것이 분명 좋을 것이다. 트레비 분수는 직역하면 '삼거리' 분수라고 한다. 과거엔 이 분수 앞에 삼거리가 있었기에 그렇게 이름이 이처럼 지어졌던 것이다. 트레비 분수에선 특히 젤라토를 많이 먹는다. 분수 주변의 젤라토 가게가 맛있어서도 있지만, 조금 더 중요한 이유는 바로 화장실이다.

피스타'치'?'끼'?오와 딸기 요거트 젤라또 먹기 힘들어서 그런지 더 맛있다.
카페나 바, 가게 등을 이용해야만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겸사겸사 젤라토를  접하면서 일도 처리하는 것이다.


이 젤라토를 주문하면서 재밌는 일화가 있었는데, 바로 '피스타치오'였다. 모든 직원들이 그러는 것인지 이 직원들만 그러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피스타치오'라는 발음을 알아듣지 못해 하였다. 당황해하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문득 이탈리어 알파벳을 아주아주 조금 공부했던 것이 기억에 났다. 'pistacchio'라고 적혀있는 이 단어는 피스타치오가 아니라 '피스타끼오'였다. 암기식으로 외웠기에 더 자세하겐 공부를 못 했지만 순간적으로 그 생각이 나면서 직원에게 '피스타끼오!'라고 외쳤다.

수많은 젤라또가 당신을 기다린다.

그제야 직원이 "아!피스타끼오!"하며 우리에게 피스타'끼'인지 '치'인지, 번거로운 젤라토를 주었다. 배운 걸 써먹었단 생각에 즐겁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론 알아들어 줄 수도 있지 않나 싶기도 했다. 비록 젤라토가 무척 맛있었기 때문에 용서했지만, 맛까지 없었다면 피스타치오를 한동안 안 먹었을 테지.


패키지여행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인해 그곳에 오래 머물진 못했지만, 분수가 햇빛에 반사되며 반짝이는 아름다움과 수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진 분위기만큼은 머문 시간의 길이와는 관련이 없었을 정도로 아주 훌륭한 경험이자, 추억이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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