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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혁 Aug 21. 2022

유럽에서 이런 주먹 인사는 피하세요!

여행 일기 다섯 번째 장, 스페인 계단부터 로마 판테온까지

로마가 가지는 어마 무시한 역사성을 언제 느끼는가?

200년, 300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면 얼마 안 된, 소위 '페인트도 안 마른' 상태의 어린 건물로 여겨질 때?, 세계사 교과서의 절반에 가까운 내용이 로마와 비롯되어 이야기될 때? 둘 다 부정할 수 없지만, 내가 여행을 하면서 로마의 역사성을 피부로 체감했던 부분은 바로 벤을 타자마자 내릴 때였다. 그것도 매우 자주.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것들을 볼 때만 사진을 찍으려고 하였다. 따라서 내 카메라는 이탈리아 여행동안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봐야 할 것이, 역사적인 장소들이,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는 곳이 얼마나 많으면 벤을 타서 이동하는 시간보다 안전벨트를 차기 위해 벨트가 어디 있는지 찾는 시간이 더 길다는 말이다. 트레비 분수에서 스페인 계단까지도 차를 통해 이동하니 매우 짧은 시간이었다. 어머니께선 오히려 앉았다가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말씀하실 정도였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스페인 계단

스페인 계단이 유명해진 것 <로마의 휴일>의 영향이 컸다. <로마의 휴일>은 이탈리아를 방문하기 전에 꼭 보길 추천하는 영화이다. 영화 자체가  스토리가 엄청난다든지 액션이라든지, 엄청난 로맨스라든지.. 그런 느낌의 영화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확률이 높다. 단지 이 영화는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탈리아에서의 짧은 여행을 담은 내용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물론 그 여행의 주인공이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이란 부분은 염두해야 하지만.  16년도에 유럽을 여행하기 전 나 역시 <로마의 휴일>을 시청하고 유럽으로 출발했었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낄 수 있다.


사람이 여기도 많다


그런 의미에서 스페인 계단은  오드리 헵번이  젤라토 먹으면서 걸쳐 앉아있었던 장소이다. 이 장면으로 인해 현재는 젤라토를 먹는 것이 금지될 정도가 되었다. 심지어 걸쳐 앉는 것도 불가하다.  그 영화 속 장면이 얼마나 유명하게 되었는지 느껴지는 대목일 것이라 생각한다.

스페인 계단은 본래 프랑스인들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내가 이번 글 맨 앞에 올려둔 동상 사진은 교황이 헌화를 하러 오는 성모 마리아 상이라고 한다. 족히 5M는 넘어 보이는 이 동상을 교황이 직접 올라가서 꽃을 메달아 줄 순 없을 테고, 소방관들이 사다리를 통해 헌화를 한다고 한다. 스페인 계단 자체는 관광으론 큰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긴 로마이다. 볼거리가 왜 없겠는가! 주변에 전부 볼거리, 읽을거리 천지인걸! 스페인 계단 주변의 골목과 광장은 여전히 로마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요소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로마를 떠났지만, 여전히 로마의 뜨거운 햇살과 쉬지 못해서 뜨거워진 나의 휴대폰은 기억에 남을 정도이다. 물론 밀라노에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 휴대폰은 아직까지 못 쉬었다.

모든 관광지엔 경찰들이 항시 대기하고 있다. 콜로세움과 같은 대형 관광지엔 군인도 대기 중이다.

스페인 계단에서의 시간 이후, 다시 빠르게 이동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바로 로마 판테온이었다. 이탈리아의 위인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프랑스의 판테온도 마찬가지이다. 이 판테온이 더 의미가 있는 것은 바로 돔 형태의 천장 때문이다. 그리고 가운데 뚫려있는 구멍, 그것 때문에 이 건축양식에 대해 더욱 감탄하게 된다. 그러나 당장 피부로 느껴지며 감탄하게 되는 것은 이곳을 들어가기 위해 길어 늘어진 줄이다. 그리고


좀 더 중요한 것은 관광객들을 노리는 장사꾼들이다. 길을 서고 있는 내가 이들이 보기엔 맛있어 보였듯 하다. 어느 흑인 팔찌 장사꾼이 나에게 슬금슬금 오더니 대뜸 "나이스 슈즈!"(nice shoes!)라며 내 신발을 칭찬하고 주먹 인사를 건네는 것이 아닌가? 물론 신발을 칭찬하고 주먹을 건네는 이 과정이 2초도 안되어서 발생했기 때문에 내가 어떤 다른 행동을 취할 충분하지 못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조금 더 머릿속에서 느껴졌던 것은 과거 유럽 여행에서 관광객에게 팔찌를 채워버리고 강매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그 사람의 주먹 인사를 받지 않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너도 멋있다면서 칭찬하고 싶었지만, 혹시 모르니깐.

 그러자 주먹을 만나지 못한 이 사람의 주먹은 허공을 가르며 톡, 내 어깨에 하이파이브를 건네게 되었다. 그리곤 내 뒤쪽으로 그냥 슬슬 걸어갔다.

줄을 서는 곳 옆에도 잡상인들이 게속 존재한다.

어쩌면 진짜 내 신발을 칭찬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진짜 내 신발을 칭찬하면서 주먹 인사를 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조금의 아쉬움에 뒤를 돌아보며 그의 뒷모습을 보았는데, 그는 다른 사람과의 주먹 인사를 성공하고 돈을 받아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주먹 인사와 더불어 팔찌를 채우고 굳히기에 들어가는 과정에 성공한 것으로 보였다. 그 팔찌 상인에게 가지고 있던 조금의 아쉬움이 사라지는 장면인 것은 분명하다.

좋은 여행엔 좋은 날씨가 존재한다.
판테온 내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판테온에 들어가자마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당연하게도 저 거대한 돔과 구멍이었다. 구멍의 뚜껑은 없으니,  천장을 통해 비라도 들어오면 어쩌지 싶었지만, 뜨거운 열기가 오히려 구멍을 통해서 나가는 방향이 형성되어 있기에 비가 들어올 수가 없다고 한다. 이런 건물을 만들다니 정말 대단하다.

마치 조명처럼 한 곳을 가르키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또 나의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바로 구멍을 통해 나오고 있는 빛이었다. 빛줄기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여서 마치 스포트라이트라고 킨 것 같았다. 그리고 한 장소가 너무나도 밝은 빛을 받고 있었기에 마치 신의 선택이라도 받은 곳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위인이 잠들어있는 곳이라는 생각에 차분해지면서 동시에 놀라운 건축 양식에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16년도 여행에선 지나가는 길에 잠깐 본 것이 전부였지만, 이번엔 한 발 자국을 더 나아가 판테온 내부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다음에도 판테온을 오게 된다면 이곳을 더욱 이해할 수 있는 지식과 함께 와야겠음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여행은 나를 성장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임이 분명함을 다시 한번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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