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준혁 Aug 25. 2022

당신이 아놀드 슈워제너거라면 이 나라를 상대할 수 있다

여행일기 일곱 번째 장 바티칸 시작부터 피냐 정원,  벨베데레 정원까지

  여행이 그렇다. 헤어져야만 만남이 있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만, 여행은 이 부분이 더욱 부각된다. 그렇기에 작별을 고해야 하는 장소나 사람에게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 만약 그 장소에서 평생을 산다면, 만약 그 사람과 평생 보고 지내는 관계라면 대상에 대한 단점까지 알 수 있을 테니 첫 만남을 후회할 수도 있겠다만 여행은 그러한 단점을 알기도 전에 떠나버러니 아쉽기도 하고, 오히려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묘하다. 이런 매력이 여행인 것이겠지.


 점심식사를 마쳤다. 한두 잔의 적당한 와인은 앞으로의 여행을 더욱 즐겁게 만들기 충분했다. 의심 가는 돼지고기(여행일기여섯 번째 장 참고)를 '여행'이란 이름으로 우선은 묻어두고 우리는 바티칸으로 향했다. 우리는 바티칸으로 가는 '지름길'을 이용했는데, 그 대가가 혹독했다. 아주 가파르고, 많은 양의 계단이 우리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평소 운동을 안 했던 것이 조금은 후회가 되었지만 후회하지 않았다. 어차피 하지 않았을 것을 뻔하게 알기 때문에 후회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체 운동을 열심히 하고 나니 정상에 도착했다.

높아서 힘든 만큼 경치는 좋았다.

 계단을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티칸 박물관의 입구에 도착했다. 확실히 지름길이긴 한 것 같다. 예전에는 이 웅장한 입구를 그대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이 옆에 입구를 사용하고 있다.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가 있다.
 팁이라면 팁일 수도 있는데 바티칸에 들어갈 땐 짐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단순한 이유지만, 바티칸은 입장할 때 가방 검사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셀카봉도 제한이 될 정도였다고 한다. 바티칸 박물관에서 가방 검사를 하는 이유는 짐작해볼 수 있듯, 바티칸엔 교황이 있는 곳이기에 교황에게 혹여나 피해가 갈 수도 있기 때문이란 명목이다. 그러니 수류탄이나, 권총, 활과 화살, 검과 같은 요소들은 관광버스나 숙소에 두고 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엄숙한 장소인만큼 복장 제한도 존재한다. 남자의 경우 반바지가, 여자의 경우 민소매와 무릎 위의 짧은 치마가, 그 외의 슬리퍼 등이 불허되어 입장에 제한이 생길 수 있으니 복장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담이지만 비타칸국 자체의 국방력은 글을 읽으시는 분이 집과 강아지를 잃은 '키아누 리브스'나 딸을 납치당한 '리암 니슨',  특히 방금 막 나체로 미션을 받고 따뜻하게 도착한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워제너거'정도라면 상대가 가능할 수도 있다.  바티칸의 국방은 바티칸 국가 헌병대 130명과 스위스 근위대 110명 정도로 구성되어있다고 한다. 국가 헌병대는 쉽게 생각한다면 경찰과 비슷하며 바티칸의 치한을 담당하고 있다. 스위스 근위대인 경우엔 영국의 왕실 근위병을 생각하면 된다. 교황의 정예 가드이며 동시에 그들이 입은 특별한 옷과 모습 덕에 퍼포먼스적인 부분도 존재한다.(https://web.archive.org/web/20071023001945/http://www.vaticanstate.va/EN/State_and_Government/Structure_Governorate/Gendarme_Corps.htm) 스위스 근위대에 대해선 추후에 설명하겠다.  에버랜드보다 작은 크기의 나라이다 보니 자국 병력의 수가 적은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바티칸시국이 유럽 연합 회원국인 이탈리아의 수도 안에 있다는 점과 전 세계에 가톨릭을 믿는 신자가 1억 명이 넘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제 아무리 터미네이터라도 바티칸 공격을 통한 전 세계와의 전쟁을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다.


 검사 이후에 계단을 표를 받고 수신기를 교체하는 과정을 거쳤다. 패키지여행이다 보니 가이드가 항상 동행하면서 관광지에 대해 설명을 해주신다. 그러한 설명을 원활하게 듣기 위해 수신기를 차고 다녔는데 박물관이나, 전시회 설명 수신기와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바티칸에서 수신기를 교체하는 이유도 보안과 안전 상의 이유이다. 따라서 바티칸에서 제공하는 수신기로만 이용이 가능하다. 수신기도 모우 교체한 이후, 우리는 계단을 올라간 후, 표를 찍고 개찰구를 넘어서 본격적인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서자 나선형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둘 중에 한 개를 이용해서 좀 더 위로 올라가야 했는데, 나는 운동은 충분했기에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했다. 만약 오늘의 운동이 좀 부족해서 운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그 나선형 계단을 통해 천천히 올라와도 괜찮다.

우리가 모여있는 광장에선 돔이 매우 잘 보였다.

다 올라온 후엔 광장에서 우선 모여서 시스티나 소성당에 위치한 그 천지 창조최후의 심판에 대한 설명을 미리 들었다. 설명을 미리 들은 이유는 천지 창조가 위치한 장소에서 설명할 수 있는 요건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이때 내가 들은 설명에 대해선 글이 너무 길어질 수 있으니 다음 회차에 함께 이야기하려고 한다.

설명을 다 들은 후엔 피냐 정원을 지났다. 이곳엔 거대한 솔방울 동상이 있는데 피냐 정원의 피냐도 솔방울이란 뜻이다. 솔방울이 정화의 뜻을 담고 있기에 바티칸이란 성스러운 곳으로 향하는 입구 쪽에 이 동상을 둔 것이라고 한다.

솔방울 동상

저 반짝이는 공이 보기엔 작아 보여도 3m가  넘어가는 크기이다. <지구 속의 지구>라는 작품인데,  좀 더 다가가서 보면 손상된 공의 모습이 보인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를 상징한다고 한다.

가까이서 보면 파괴된 큰 공과 그 안의 파괴된 작은 공이 보인다.

 피냐 정원에서 천치 장조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을 들은 후엔 복도를 지나 벨베데레 정원으로 향했다. 이곳엔 많은 예술품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이곳에서 제일 유명한 작품은 라오콘의 동상이다. 라오콘과 그의 두 명의 아들이 포세이돈의 저주를 받아 뱀에 의해 공격을 당하는 모습을 묘사한 동상이다. 동상의 역사성도 상당하지만, 나에겐 라오콘의 일그러진 표정, 역동적인 몸짓, 뱀이 휘감고 있는 모습 등이 더 눈에 들어왔다. 이 동상이 원래 네모난 돌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렇게까지 조각한 것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음을 느낀다.

 여담으로 가이드서 말씀하시길, 본래 라오콘의 오른팔이 석상 발견 당시엔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조각가들이 사라진 팔의 모양이 어떤 형태일까 유추하였는데 이렇게 어깨 뒤로 팔을 넘기고 있는 형태로 유추한 조각가들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형태라고 주장한 조각가는 보통은 소외받기 마련이었는데 추후 발굴에서 접혀있는 팔의 형태가 나오면서 그의 주장이 맞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진을 자세히 보면 오른팔의 색이 몸과는 조금 다른데 발굴이 다르게 되어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석관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는데 과거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석관을 좀 비싸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멋진 석관이 나오는 건데 뚜껑에는  돈을 쓰지 않거나, 혹은 그 정도로 신경 쓰지 않아서 보통 뚜껑은 발굴이 잘 안 되거나 많이 훼손되어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린 다음 방으로 향하였다.





작가의 이전글 로마에서 점심식사를 위한 작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