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휴식입니다

by 지구지고

이 샘!

요즘은 더워서 잠자기가 어려운 데요. 아참! 이 샘은 이번에 에어컨을 설치했다고 했죠. 저는 더워도 잠은 잘 잡니다. 잠은 휴식입니다. 휴식으로서의 잠은 생활의 리듬을 찾아주기도 하고, 삶의 활기를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잠은 확실한 다음을 위한 준비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휴식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휴식은 아닙니다. 고단한 삶에서 고단함을 지울 수 있는 것 중 잠만 한 것이 없습니다. 어느 누구의 삶에서도 잠을 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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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샘!

동네를 걷다 정말 휴식으로서의 잠을 발견했습니다. 아직 동이 트기도 전인 새벽에 짐을 싣고 다니는 릭샤의 짐칸 위에서 잠을 자는 이가 있습니다. 룽기 하나 아랫도리에 둘둘 말았습니다. 여름이라 춥지는 않아서 아무것도 입지 않아도, 덮지 않아도 잠자기는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반 평도 안 되는 릭샤 위에서 잠을 자는 것은 위태로워 보입니다. 도로에는 차들이 씽씽 질주합니다. 그 궤적을 따라 먼지가 일어 차를 쫓아가다 릭샤를 덮치면 그 먼지는 릭샤왈라의 숨으로 들어갑니다. 차들의 경적은 그의 귓구멍을 통해 머리로 전달돼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하게 만들 터였습니다. 하지만 릭샤왈라는 잠에 취했는지 게으른 것인지 일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들도 간간이 지나가지만 아무도 릭샤왈라의 잠에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도로 위에서의 잠은 온종일 힘을 썼던 근육을 쉬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보다 하루를 다 바쳐 짐을 찾고, 손님을 찾아 정신없이 다니던 육체를 쉬게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헤매던 거리에서 그대로 잠들어 버린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온 힘을 다해 그의 일을 해왔는지를 보여줍니다.


잠의 사전적 의미는 ‘눈이 감진 채 의식 활동이 쉬는 상태’라고 합니다. ‘아직 각성되지 못한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도 합니다. 눈이 감기고 대부분의 의식 활동이 정지되며 생명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활동을 제외한 모든 신체 활동이 휴면에 들어가고 무방비가 된다고 하는데요. 과연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잠 잘 자는 법을 보면 몸을 깨끗하게 씻는 것, 가벼운 옷차림으로 자는 것, 빛의 방해를 받지 않는 것, 시끄러운 소리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듭니다. 하지만 거리에서 잠든 릭샤왈라는 이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아직 자고 있는 릭샤왈라는 거리가 점점 식어가는 우중충한 다카의 밤공기를 이불 삼아 덮었을 겁니다. 그들의 잠은 식물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곤한 잠을 준비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식물이 겨울잠 안에서 무수한 생명들을 잉태하듯이 이들 또한 잠에서 깨어나면 또 다른 일거리를 잉태할 꿈을 꾸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릭샤왈라의 잠은 깨어나려는 잠이 아니라 꿈꾸는 잠입니다. 잠은 정지의 시간이 아니라 새로움을 깨우는 시간인 것입니다. 잠을 자면서도 일찍 일어난 사람들이 걷는 소리를 듣고 거리의 빛을 받아들입니다. 이처럼 방글라데시에서는 매일 아침 릭샤왈라가 잠에서 깨어납니다. 그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 어디에서 짐을 실어야 할지를 압니다. 그리고 그 시간에 어김없이 그 자리에 방글라데시의 릭샤왈라가 있을 것입니다.

어느 선사에게 누가 물었습니다.

“스님도 도를 닦고 있습니까?”

“닦고 있지.”

“어떻게 하시는데요?”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에이, 그거야 아무나 하는 것 아닙니까? 도 닦는 게 그런 거라면, 아무나 도를 닦고 있다고 하겠군요.”

“그렇지 않아, 그들은 밥 먹을 때 밥 안 먹고,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고 있고, 잠잘 때 잠은 안 자고 이런저런 걱정에 시달리고 있지.”

<붓다의 치명적인 농담> 한형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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