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B 공원

이렇게 큰 나무는 처음

by 지구지고

「여행은 도시와 시간을 이어주는 일이다. 그러나 내게 가장 아름답고 철학적인 여행은 그렇게 머무는 사이 생겨나는 틈이다.」 프랑스 작가이자 철학자인 ‘폴 발레리’의 말이다.


나에게 있어서도 어쩌면 이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여행하면서도 늘 일탈을 꿈꿔 왔다. 계획된 일정에서 벗어나 보는 것, 길 잃어 보기, 골목으로 들어가는 여행이 진짜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쬬또그람도 그런 즐거움을 선사했다, 정 선생이 심혈을 기울여 찾아 놓은 멋진 여행 장소는 CNG가 갈 수 없다고 거부했다, 아쉽지만, 대안을 찾을 수밖에, 그렇다면 다른 곳으로 가면 된다.

시내에서 파텐가 해변으로 가는 언덕 공원을 찾아갔다. 오전에 슬쩍 지난 길이라 이름은 모르지만 쉽게 CNG 왈라에게 설명할 수 있었다.

공원에 도착하자 우리를 맞은 건 나무(나중에 안 것이지만 나무 이름은 ‘Rain tree’)였다. 온 산이 전부 나무인 이곳에서 나무가 맞았다고 하니 이상할 법도 하지만 사실 나무 세 그루가 맞이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옆의 수많은 나무는 이 거대한 나무는 조연으로 자리를 지킬 뿐이다. 미니버스 둘레만 한 크기의 나무가 위로 올라가면서 갈라져 축구 경기장만큼이나 크게 퍼져 하늘을 덮었다. 그 초록 잎과 회색 가지는 방글라데시 하늘에 세계지도를 그렸다, 하늘에 구멍을 낸 점들은 수많은 도시를 나타냈고 그 도시들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도로는 가지의 몫이었다. 굵은 나무줄기는 산맥이 되기도 하고 강이 되기도 했다. 나무가 미처 닿지 않는 가장 높은 곳은 구멍 뚫려 흰 구름이 보였다. 마치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버티는 히말라야 같았다. 나무가 더 자라 저 구멍이 없어지는 날, 지구의 기온이 높아져 히말라야의 만년설도 없어지는 것 아닐지 괜한 걱정을 했다.


바닥은 방글라데시의 바다색과 같았다. 갯벌 빛 바닷물, 한쪽엔 뻘건 바닷물로 그 바다를 채웠다. 그 안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작은 조각배일 뿐이다. 배는 파텐가 해변에 피항 온 배처럼 많았다. 배들은 서로가 서로를 묶고 이야기하고, 여럿이 모여 웃기도 했다. 이리저리 몰려다니기도 했다. 사람 구경이 제일 좋은 구경이라고 했던가.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살피며 빨간 벽돌의 철도청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건물 앞에 사람들이 기웃거려 보지만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거기가 철도청 건물이라는 것은 정 선생과 사진 찍는 사이에 우리 정보원인 윤 선생이 경비원과 진지한 대화 끝에 물어온 정보였다. 이렇게 보안이 철저한 걸 보면 아마 이 철도청에서 은하철도 999를 출발시키려는 비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겠다 싶었다.


어디든 ‘와! 좋아.’, ‘행복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여행할 수 있다. 움직이는 것, 여행하는 것, 새로운 것을 보는 것, 해보는 것이 행복한 ‘나’이기 때문이다. 이번 쬬또그람을 함께한 여행은 서로를 알아가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꽃봉오리 안에 겹겹이 꽃잎을 품은 하얀색 함박꽃같이 피어오른 도시, 바다와 산을 안은 쬬또그람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탐스러운 매력을 가졌다. 그 속에 다양함을 품었고 인연이 있고, 휴식이 있었다. 맑은 하늘이 나를 반겼고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을 봤다. ‘행복은 밤늦게 찾아 온다’고 했던가. 잠자리에서 배시시 웃어 본 하루였다. 오늘 색깔은 너무 기분 좋으면 안 되니까 초록을 선택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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