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쓰러움이 가득한 유럽풍 건물
마이멘싱(Mymenshingh) 시장을 방황하면 보물이 보인다. 시장을 찾아 헤매다 만난 쇼지 로지(Shoshi Lodge)는 시장의 끝자락, 마이멘싱 경찰서 인근에 있었다. 주변엔 마이멘싱에서 가장 큰 강이나파리 시장이 자리 잡고 있어 시장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찾으면 좋다. 쇼지 로지의 커다란 아치 입구에 들어서면 매표소가 있다(외국인 100따카). 매표소에서도 건물과 정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 크지 않은 소박한 정원이다. 유럽식 정원인 것 같았다. 인근을 지나던 사람이 사진을 찍어 주겠다면서 핸드폰을 달라는 손짓을 했다. 사진을 부탁하니 주문이 많았다. 건물을 배경으로 찍어라. 중간에 있는 것이 비너스다. 비너스와도 찍어라. 앉아라. 일어서라. 주문을 다 들어주고 나니 이제는 안내해 주겠다고 나섰다.
‘쇼지’는 묵따가차(마이멘싱 인근의 지역 이름, Muktagacha) 자민다르(Zamindar) 왕조의 후계자가 양자의 이름을 따서 지은 궁전이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건물이다. 빨간 벽돌로 지어졌다. 기둥은 베이지색으로 그리스 ‘제우스 신전’의 기둥처럼 골진 원형 기둥이었다. 1900년대 초에 지었다는 이 궁전은 당시에는 유럽 각지에서 가져온 다양한 종류의 장식품으로 장식되었다고 한다.
쇼지에 들어서니 정원이 나를 맞았다. ‘쇼지로지’이라고 쓰인 바닥 글씨의 정원이 있고 그 가운데 원형의 수조에 든 분수에서 한 가닥 가냘픈 물줄기를 뿜었다. 그 중앙에 있는 비너스가 이제 목욕을 끝내고 물을 잠가 점점 줄어가는 물줄기 같았다. 원래 흰색을 가졌을 비너스는 마이멘싱의 먼지로 그 색깔이 누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아니 샤워했으니 원래 그 색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높은 단 위에 선 비너스는 통통 나온 아랫배와 가슴을 드러낸 채 머리를 위로 올리고 있다. 지금 막 물에서 나와 한쪽 다리를 굽혀 커다란 수건으로 물을 닦고 있었다. 얼굴은 살짝 옆으로 돌렸다. 비스듬히 내려 보는 눈은 수심이 가득 찬 눈빛으로 보였다. 왜 수심에 잠겼는지는 그녀가 말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듯했다.
정원을 지나면 본 건물이다. 본 건물 입구는 베이지색 원형 기둥을 세워 캐노피를 만들었다. 오래된 호텔 입구에 도착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했다.
밖에서 보는 건물은 중앙 캐노피 위에 삼각의 지붕이 있고 그 안에는 꽃 모양과 나뭇잎 모양을 흰색으로 그려 넣었다. 건물 양옆의 출입구는 잠긴 상태였다. 문은 둥근 아치 모양이며, 출입구를 중심으로 양쪽에 각각 2개의 원형 기둥을 세우고 그 안에 창문을 배치했다. 원형 기둥은 2층으로까지 이어져 앞면과 다르게 뒤쪽은 2층 구조다. 건물의 맨 뒷면은 ㄷ자 모양이다. 단층 건물로 중앙에 문이 있으며 건물 전체에는 아치형 창문을 두었다. 창문은 유리다.
잘 정돈된 풀밭(잔디밭)엔 커다란 망고나무 두 그루가 뜨거운 햇볕을 양분 삼아 망고를 키워내고 있었다. 건물과 약간 떨어진 곳에는 별도로 호수를 배치했다. 호수는 물을 무대 삼아 전통 공연이라도 펼쳤듯이 두 갈래의 무대 포인트가 있었고 그것을 바라보며 풍류를 즐겼을 연회장 같은 건물을 2층으로 지었다. 현대식 건물이었다.
호수 주변엔 커다란 나무들을 심어 풍류 소리가 담을 넘지 못하게 하려고 배려했으나 나무가 없어 빈 곳에는 나무 대신 높은 건물들이 막아서 호수의 물에 비쳤다. 호수 안쪽으로는 코코넛 나무가 쓰러져 길게 누워있었고 그 나무의 짝이라도 되는 양 따라가려는 것인지 또 다른 코코넛 나무가 물을 향해 점점 눕고 있었다. 주변엔 커다란 나무가 총총 심겨 있어 한여름에도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주는 궁전이었다.
내부엔 약간의 전시물들이 있다. 선조들이 농사에 편하게 사용했을 도구들 몇 점, 오래전 이곳에서 사람들을 돕고 몸 바쳐 먹을 것이 되었을 커다란 동물 뼈 몇 점이 전부였지만 ‘사진 촬영 금지’. 그곳을 지나면 지금은 먼지만 가득하고 바닥의 윤기는 사라졌지만, 음악 소리만은 아직 들리는 것 같은 연회장이 있었다. 다른 곳은 모두 녹슨 자물통이 채워져 있거나 철사로 묶여 들어갈 수 없게 만들었다. 안쓰러움이 가득한 건물이었다. 내부는 낡아 허물어져 옛 왕조의 몰락을 보는 듯했다. 전시품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먼지가 덕지덕지 쌓였다. 이 안쓰러움만 없앤다면 정말 마이멘싱의 정원으로 수많은 사람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탐방을 마무리했다.
처음부터 안내해 주던 동네 아저씨는 끝까지 사진을 찍어 주면 동행했다. 뭐라 계속 설명했지만 아직 알아들을 수 없는 뱅골어와 서로 짧은 영어로 인해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설명하려는 아저씨의 열정에 감동했다. 아저씨 덕분에 ‘쇼지 로지’를 잘 구경했고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나오면서 100따카를 주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니체에 따르면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아테네인들은 그리스 비극에서 운명과 신 앞에서 몰락한 주인공을 보며 자신의 삶과 인생을 되돌아보았다. 젊음이 폭발하는 시기에 희극이 아니라 비극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취하고 성공하고 위대함을 노래하는 시기에 반대로 그 성취와 성공, 위대함으로 인해 희생당하고 고통받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므로 이들의 운명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자신도 그런 운명에 빠질 수 있기에 경계하고 또 경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최효찬
몰락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다. 니체의 말이 지금 쇼지로지에 적용되는 말이다. 방글라데시의 새로운 영광을 위해서 쇼지로지의 몰락을 거울삼아야 한다.
【방문 정보】
▢ 가는 방법: 마이멘싱 어느 곳에서나 릭샤나 오토, CNG로 갈 수 있다.
▢ 입장료는 외국인은 100따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