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랑일까?

타지마할(Taj-mahal)을 찾는 여정

by 지구지고

뿌연 하늘이다. 먼지만 가득하다. 커튼을 여니 옆집 옥상의 삐딱한 대나무에 걸린 깃발이 나부꼈다. ‘오늘은 시원하겠다’라고 생각했다. 서쪽으로 난 창에서 내려다보이는 가장자리가 다 낡은 하늘색 깃발은 바람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의 기상대다. 눈을 조금 돌리니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중앙분리대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4차선 도로엔 뭣이 급한지 벌써 오토와 릭샤가 쉰 목소리로 삑삑거리며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5시 10분이다. 종종걸음으로 주방으로 가 손잡이가 달린 냄비에 물을 올렸다. 물을 올리자마자 찬물에 샤워를 했다. 샤워라기보다는 물을 뿌리는 수준이다. 마르기도 전에 주방에 가서 빨간 봉지의 방글라데시 라면을 툭툭 털어 넣었다. 병아리를 닮아 병아리콩이라는 데 내 눈엔 도대체 닮은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 노란 병아리콩밥을 라면에 말아 우적우적 씹으면서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역시 라면엔 밥을 말아야 해’ 생각하며 잘 익어 아삭한 양파김치를 숟가락에 올렸다. 크게 한 입 넣고 가방을 문 앞으로 가져다 놓았다. 짐은 어제 다 싸놓았다. 들고나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뭐 빠진 거 없나 두리번거렸다. 5시 40분. 버스 터미널까지는 걸어서 10분. 아! 빨리 가야 6시에 출발하는 차를 탈 수 있다. 주먹만 한 자물통으로 문을 담그고 도둑고양이가 생선을 훔치듯 살짝 그러나 날래게 아래층으로 뛰었다. 날은 뿌옇지만 가을 색바람 같은 시원한 바람이 옷깃을 나부끼게 했다. 나름 상쾌한 바람이다. 릭샤들이 삑삑거리며 옆을 스쳤다. 타지 않을 거냐고 헤이! 하며 지나갔다. 아차! 화장실을 안 다녀왔다. 버스를 타면 3시간 이상 걸린다고 생각을 하면서 빼먹은 게 화장실이었다. 어떻게 하지. 먼저 갔을 때 터미널 화장실은 잠겨있었다. 일을 보고 나오면 5따카를 내야 했다. 새벽이니 터미널 화장실은 잠겼을 수도 있다. 여기서 해결하자. 할 수 없다. 재빠르게 주위를 둘러보고 골목으로 들어갔다. 마치 그쪽으로 가는 사람처럼 사뿐히 방향을 바꿨다. 골목에는 덮개가 어디로 날아간 맨홀이 있었다. 순간, 여기가 제격이다, 고개를 둘레둘레 앞뒤를 살펴봤다.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 할까? 릭샤왈라(방글라데시의 릭샤를 운전하는 사람으로 이들은 도로가에 앉아서 생리작용을 해결한다.)처럼 앉아서 일을 해야 하나. 아니면, 에이! 모르겠다. 그냥 하던 대로 하자. 빨리만 하면 된다. 일을 마친 후에는 누가 볼 새라 뛰었다. 아니 그곳을 빨리 벗어나기 위해 뛰는 척했다. 이제 다카(Dhaka, 방글라데시의 수도)까지 문제없다.

6시 5분. 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표를 사러 가려는 데 깡마른 체격에 파란 줄무늬 룽기(방글라데시의 남자 하의) 앞을 한 손으로 움켜잡은 차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그냥 타라고 했다. 흘깃 매표소를 보니 불이 꺼져있었다. 아무렴 어떠랴. ‘탄 놈 내리라고야 하겠어’ 하는 생각으로 버스에 올랐다. 아무도 없었다. 언제 출발하지. 하지만 10분도 안 돼 만원이 되었다. ‘아, 출발하는구나. 좋아, 좋아. 막히기 전에 다카에 도착하자.’

버스는 천천히 출발했다. 호객행위 하던 차장과 실제 차장은 달랐다. 다른 차장이 버스에 오르고 버스 몸통을 손으로 두 번 쾅쾅 내리쳤다. 버스는 배가 부두를 떠나기 전에 뱃고동을 울리듯 ‘빠~아~앙~’ 긴 경적을 울리면서 출발했다. 버스 기사는 나의 꿈을 옮겨 주는 사람이다. 그가 없으면 오늘 내가 꿈꾸고 있는 방글라데시 타지마할에 갈 수 없다. 아침의 마이멘싱-다카 간 고속도로는 거침이 없었다. 얼쩡대던 릭샤도, 저도 빠르다며 경주하듯 대들던 오토도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없었다. 버스는 가끔 길을 건너는 사람 때문에 ‘빵 빠바방 빵, 빵~빵’하며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경적을 울리고 급브레이크를 잡았다. 차창 밖에는 오렌지색 해가 날씬한 야자나무 위로 한 뼘은 올라왔다. 이 느낌이 좋다. 빨갛지도 않고 선명하지도 않은 흐리멍덩한 해지만 줄 맞춰 심은 야자나무나 코코넛 나무에 걸린 그 풍경이 좋다. 제 모습을 온전히 보이지 않는 수줍은 해가 있다는 게 좋다. 카메라를 꺼내려다 멈칫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열대 식물을 좋아했다. 제주도에서도 잘 심어진 열대의 나무 앞에서는 꼬박꼬박 사진을 찍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그랬다. 내가 모델이 아니더라도 풍경을 찍었다. 바나나 나무를 집에 심은 적도 있다. 날씨만 허락한다면 다른 종류의 열대 나무를 한 그루 심을까 생각도 했었다. 눈에만 간직해도 될 그 흔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 애썼다. 그런 생각을 하며 배낭 옆 조그만 주머니를 열고 핸드폰을 가만히 넣어두었다.

버스는 신나게 달렸다. 등받이를 통해 온몸으로 버스의 떨림이 전해졌다. 드드드득, 버스 바퀴가 구르는 소리인지, 도로 표면 때문인지 쿠션이라곤 하나 없는 소음들이 찌릿찌릿 전해졌다. 막 추월이라도 할라치면 쌈닭 홰치는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 메아리라도 되는 듯 옆 차도 반사적으로 답을 내놨다. 짧은 순간 운전사와 차장이 눈빛을 교환하고 몇 마디 말도 하며 차들은 슬로비디오의 한 장면처럼 아슬아슬하게 옆을 스쳤다. 도로가로는 50여 미터마다 전봇대가 박혀있다. 어디서 어디로 보내는 전기인지 모르지만,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고 도시와 시골을 연결했다. 끊임없는 연결이다. 규칙이 없는 곳이지만 전봇대는 규칙이 있다. 3초마다 전봇대가 하나씩 지나가니 규칙은 3초다. 연결은 느슨하다. 전봇대를 연결하는 줄의 늘어짐은 전봇대를 받치고 있는 또 다른 전봇대를 지나고, 코코넛 열매에 걸리기도 했다. 바나나 나무의 연둣빛 새잎 위를 지나며 새들의 쉼터가 되기도 했다. 세계의 여느 전봇대, 여느 전선과 다르지 않았다. 오르락내리락 춤을 추는 전선에서 보내는 전기라는 내용물이 종종 끊겼다 이어졌다 하는 것 빼고는 모두가 같았다. 버스는 전봇대를 뒤로 밀어젖히며 마치 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대장 말처럼 거침없이 달렸다.

8시 50분. 다카의 모하칼리(Mohakhali)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샤잘랄국제공항 근처에서 좀 막혔는데도 일찍 도착했다. 2시간 반 정도 걸렸다. 120㎞ 거리를 쉬지 않고 달려 도착했다. 여기 방글라데시에서는 빠른 거다. 버스에서 내리니 주차장엔 버스들이 손이 들어갈 틈도 없이 빼곡하게 하게 서 있었다. 다카,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큰 버스 터미널이다. 낡은 외관은 페인트가 너덜너덜하다. 지붕엔 빨간 바탕에 통신사 광고 글자들만 빨랫줄에 빨래 널리듯 걸려있었다. 멋을 부린 글자는 더듬더듬 읽어가는 나에게는 폭탄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내 읽기를 포기하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겉모습과는 달리 안쪽에는 승객이 기다릴 수 있는 제법 넓은 대합실이 있다. 그 주변으로 예전의 한국 토큰 박스를 연상케 하는 사방 1.5m 정도의 박스, 버스 매표소가 있었다. 매표소는 앞쪽에 철창이 있었고 그 안에서 표를 팔았다. 행선지마다 다르게 또 회사마다 다르게 자리 잡고 승객을 기다렸다.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아직 버스표를 사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승객대기소는 스테인리스 파이프로 만든 의자가 빼곡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나 사람들은 의자 수보다 적다. 한쪽 가에는 누워 자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피곤함에 지치고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의 쉼터가 터미널이다. 터미널은 원기를 회복하고 새로 출발하는 힘을 준다. 새로운 곳을 향해 갈 수 있는 희망을 준다. 그래서 버스터미널은 세상이요 미래다. 오늘 나에게 세상을 보게 해 주고 미래를 풍부하게 해 줄 곳도 바로 이곳 터미널이다. 모든 시작은 터미널에서 한다.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매표소를 찾았으나 아무도 없다. 대부분의 매표소가 비어 있다. 반은 불도 켜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 내가 가야 할 곳을 찾으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뱅골어를 읽어 보려는 심산이었다. 수첩에 적은 것과 매표소에 쓰인 행선지를 번갈아 보면서 대조하듯 보았으나 대합실 안에서는 내가 가는 곳의 표를 파는 곳이 없었다. 밖으로 나갔다. 마이멘싱에 갈 때 버스표를 밖에서 산 기억이 있어 밖에도 매표소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밖에 나가 두리번거리며 걸어가다가 매표소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수첩을 내밀었다. 수첩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타지마할 – 방글라데시, Taj-Mahal Bangladesh, Borpa에서 하차, amake Borpa theke nami.」 ‘타지마할 방글라데시, 보르파(Borpa)’ 어딘지 모르는 눈치였다. 설명 들어갔다. 보르파에 있는 방글라데시 타지마할에 어떻게 갈 수 있느냐고. 여기까지는 말할 수 있다. 들을 수가 없는 게 문제다. 번역기를 내놓을까 생각했지만 그냥 해 보자. ‘나도 답답하지만 상대도 답답하겠지’하는 맘으로 버텼다. 서로 수첩에 쓰면서, 말하면서 한참을 이야기했으나 역시 모르쇠였다. 잠시 후 차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오자 매표원이 불러 세웠다. 그리고 물었다. 보르파 어떻게 가냐고. 간단했다. 여기부턴 알아들었다. ‘여기서는 없다. 쿠렐비시 로드 BRTC 버스 카운터에서 타야 한다. 거기서 가르시아(Garsia)까지 가서 다시 보르파까지 가야 한다.’ 간단했다. 버스는 모하칼리에서 없다. 버스 차장이 나를 안내해 도로 건너에서 차를 태웠다. 시내를 순환하는 버스였다. 쿠렐비시 로드는 내가 마이멘싱에서 올 때 지나온 곳이어서 알고 있다. 거기서 내려 철길을 건너 BRTC 버스 카운터에 갔다. 조그만 매표소가 하나 있고 옆에 상인들이 장사하는 곳이었다. 빨간색 버스가 2대 연결돼 있다. 굴절버스다. 버스 외벽엔 BRTC라고 크게 써 놓아 100m 밖에서도 알이 볼 수 있는 버스였다.

60따카를 주고 버스표를 사서 가르시아(Garsia)행 버스를 탔다. 버스는 만원이다. 다카에 와서 굴절버스를 보면서 저거 타봐야지 했던 그 버스를 탄 것이다. 낡아서 문짝도 제대로 닫히지 않을 것 같은 버스, 문을 닫을 일이 없는 버스다. 차장 한 명이 앞뒤로 다니면서 승객을 관리했다. 요금을 받고 버스정류장마다 호객행위를 했다. 앞문으로 내려서 뒤로 타고 요금을 받아 차 안쪽을 통해 앞으로 왔다. 방글라데시에서 버스 타는 것은 간단하다. 가야 할 곳을 알면 타기만 하면 된다. 모르면 차장에게 물어보면 된다. 버스 요금은 상관하지 않고 올라타기만 하면 된다. 차장이 다가오면 요금을 지불하면 된다. 얼마 안 가도 된다는 말을 믿고 앞 차의 문 앞에 섰다. 완행버스, 아니 시내버스가 맞다. 버스 정류장이 있기는 하겠지만 내 눈에는 아무 표시도 없는 곳에도 사람들이 손들면 태운다. 내리고 싶으면 차를 두 번 두드리면 세워 준다. 꼭 차장이 두드리는 것이 아니어도 누구나 두드리면 된다. 이게 방글라데시 방식인지 모르겠다. 버스는 시내의 외곽을 지나 새로 만들어지는 도로에 들어섰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포장도로, 덜컹덜컹 거리는 도로, 차가 달리다 서면 먼지가 차를 덮어 버리는 도로, 언제 공사를 중단했는지 모를 도로 공사장, 밀가루 같은 모래를 쌓아 놓은 도로 현장을 지났다. 쓰레기를 길가에 버려 쓰레기장이 된 곳엔 불을 질렀는지 매케한 연기가 차 안까지 번져 눈을 뜨기 어려웠다. 냄새가 심해 숨을 참아보기도 했다. 쓰레기 더미 위에서는 버려진 천막을 꺼내려는 댓 명의 사람들이 맨발인 채로 나뭇개비로 쓰레기를 팠다. 다른 한쪽에서는 몸을 뒤로 반은 젖힌 채 천막을 잡아당기는 힘이 지구를 끌어올릴 기세다. 쓰레기 더미를 지나 인적이 뜸해지고 보이는 인가도 없는 곳에도 차가 섰다. 타는 사람보다 내리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이 사람들이 어디서 살기에 여기서 내리지. 눈에 보이는 마을이 없는데.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승객들은 내렸다. 1시간을 가는 동안 30개 이상의 버스 정류장을 지났다. 중간에 보슌도라 그룹에 다닌다며 신분증을 보여 주며 인사를 건넨 젊은이를 만나 한참 이야기했다. 반자비를 잘 차려입은 흰 수염을 가진 사람은 한국에 관심을 보이면서 친절하게 한참 더 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화하는 중에도 차 안의 시선은 온통 나에게 쏠렸다. 얼굴을 가린 여성들은 힐끔거리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중학생쯤 보이는 젊은이는 뻔히 노려보고 있었다. 외국인이 혼자서 시골 버스를 타는 것이 신기했을만하다고 생각했다. 버스가 섰다. 사람들이 가만히 서 있는 나를 흘낏 보면서 내렸다. ‘어! 여기가 종점인가?’ 생각할 때 젊은 사람이 내리면서 내리라는 시늉을 했다. 그를 따라 내린 곳은 종점이었다. 로터리였다.

가르시아는 작은 곳이 아니었다. 큰 로터리를 가진 도시, 도로 위로 고가도로가 있는 도시다. 내리자마자 시장이 형성돼 있었다. 지역 농산물들이 모두 이곳에 모이는 것 같았다. 해수욕장의 비치볼처럼 싸놓은 수박은 베개로도 사용할 수 있을 만한 게 길쭉하게 생긴 것도 있다. 도로 중앙 분리 구역에 자리 잡은 과일상은 노란 바나나를 야구 글러브 펼쳐놓은 듯 죽 늘어놓았다. 멀리서 보면 봄 유채꽃 밭을 보는 것 같다. 상가 쪽 인도를 점령한 상인들은 금방 따서 반짝반짝 빛나는 푸른빛과 붉은빛이 섞인 토마토, ‘나 오렌지색이 당근’이라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 흙을 떨어냈을 당근, 작은 것이 맵다는 진짜 매운 새끼손가락 두 마디만 한 파란 고추, 길쭉한 것, 동그란 것 모두 한 가지라는 듯 중앙을 차지한 보랏빛 가지, 통통한 것이 ‘손 지압기’라 해도 믿을 연녹색 여주, 반을 떡 갈라 배알 있는 놈이요 하며 진노랑 뱃속 씨앗까지 훤히 보여주는 호박, 그리고 내가 아직 이름을 모르는 녹색의 채소들을 밴(VAN) 위에 싸놓고 손님을 기다렸다. 4톤쯤 돼 보이는 짧은 축의 트럭에서는 바나나를 내리느라 분주하다. 트럭의 짐칸 높이는 사람 머리보다 높다. 어른 팔뚝만 한 줄기에 줄 맞춰 송이를 맺은 바나나를 내리는 중이다. 한줄기에 대여섯 송이, 7~80개의 바나나가 달렸다. 트럭 위에서 내려 주는 사람은 아래에서 받는 사람 머리에 2줄기를 올리고, 하나는 어깨에 올려주었다. 한 몸에 실어 나르는 바나나는 200여 개다. 내릴 때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리니 쉽겠으나 실을 때는 어찌했을고 생각했다. 그들의 수고로움으로 도회지에 사는 사람들이 바나나를 아주 싼값에-방글라데시에서는 바나나 낱개 하나에 5따카(60원) 정도 한다-먹을 수 있는 것이겠지 생각했다.

보르파 행 버스는 승객이 꽉 찰 때까지 출발하지 않고 승객을 불러 모았다. 운전기사는 천천히 바퀴를 굴렸고, 차장은 차를 따라 걸으면서 큰 소리로 손님을 불러 모았다. 한 명 한 명 모이면서 차는 어느새 만원이 되었다. 요금은 10따카였다. 구글 지도로 살펴보니 멀지 않았다. 옆에 앉은 여성분께 물어보니 다음에서 내리라고 했다. 버스에서 내린 보르파는 작은 마을이었다. 농촌의 작은 마을 정도다. 길 양쪽으로 70m가량 시장이 형성돼 있다. 이것이 중심가의 전부였다. 여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가게들이 있고 그 앞이 노점상이 자리 잡았다. 파는 물건도 게가 게다. 타지마할 방향으로 상점이 끝날 즘에 열댓 포대에 담긴 쌀이며, 밀가루, 잡곡을 앞에 배치하고 뒤쪽 선반에 노란색 식용유, 뽀얗게 먼지가 앉은 봉지가 죽 연결된 과자, 먼지 때문에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를 휴지 등을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조무래기 아이들이 가게를 보면서 손님을 맞았다. 가게 입구는 배꼽 높이의 철창이 있어 쉽게 들어갈 수도 없는 가게다. 밖에서 주문하고 물건을 받는 구조다. 물을 두 병 달라고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밖으로 나오며 따라오라고 했다. 아이를 따라가 보니 바로 집 앞 창고에서 물을 고르라고 했다. 아쿠아피나 작은 병(500ml) 2개(20따카)를 샀다.

핸드폰이 울려 카톡을 확인하는데 아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손으로 접히는 시늉을 하며 핸드폰을 신기해했다. 어디에서 왔냐고 물었고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한국을 좋아한다고 했다. 핸드폰을 보여 달라고 해서 보여줬다. 만질 수 있게 해 줬다. 내가 서 있는 동안에 손님이 오면 내 핸드폰을 꺼내 보여주라며 나에게 손짓하며 웃었다. 윤 선생이 거의 왔다는 소식을 듣고 윤 선생을 기다릴 겸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 아이들의 형제는 모두 다섯이었다. 제일 큰 형이 16살이었다. 아이들은 각자 자기소개를 했고 나도 소개했는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큰형을 중심으로 가게를 일사불란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을 재빠르게 맞아 봉투에 담아 주고 돈 계산을 했다,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은 우리의 대화를 무심하게 쳐다보다 아무 말 없이 철창 아래로 허리를 숙여 밖으로 나갔다. 가게에서부터 릭샤를 타고 타지마할까지 가면 10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요금은 40따카. 물을 마시면서 가게 앞 그늘에서 이야기하며 한참 더위를 식혔다. 윤 선생이 타지마할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가려고 하니 릭샤를 잡아줬다. 흥정까지. 친구들 안녕(donnobat) 인사를 하고 타지마할(Taj Mahal)로 향했다.

타지마할 가는 길은 버스 한 대가 간신히 다닐 수 있는 길이었다, 울퉁불퉁 부서진 포장도로는 릭샤왈라에게는 운전의 고역이요, 승객에게는 엉덩이와 허리를 조심해야 하는 난 코스 중의 하나다. 움푹움푹 파인 도로, 그 중간에도 과속 방지턱이 있다, 앞에서 차가 오면 입을 꽉 다물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 얼굴을 왼쪽으로 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차에서 뿜어 나오는 매연에 까만 얼굴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매연과 먼지를 온통 뒤집어써야 하는 도로를 10분 갔다. 타지마할이다.

이전 15화쬬또그람, 함박꽃 같은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