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왜 그랬을까

by 나자카

인생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일, 그건 후회다. ‘왜 그랬을까?’ 이 한마디가 내 삶의 끝자락마다 따라붙었다.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믿으며, ‘이건 분명 나만의 선택이었어’라고 되뇌었지만, 현실은 늘 냉정했다. 내 입장에서만 행동할 때마다, 상대방의 복잡한 감정이 뒤늦게 나를 찾아왔다.


친구가 부탁했을 때, 나는 귀찮다는 이유로 ‘그냥 이렇게 하면 되잖아’라며 성의 없이 대충 처리했다. ‘내가 행복하면 그만이지’라는 신념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는 게 싫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마음은 살피지도 않은 채 내 방식대로 모든 것을 결정했다. 그때 나는 스스로가 가장 멋지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착각했다. 나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두고 있었다.


늘 예쁘다는 말을 듣는 동료를 속으로 흘겨보곤 했다. 사람들의 친절을 ‘외모 덕’이라 치부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분명한 재능이었는데,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 채 시기만 했다. 사람들이 그 동료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저건 그냥 예쁘니까 저런 대우를 받는 거지’라며 애써 부정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사람은 정말 예쁜 것 그 자체였다. 그것도 재능이고 축복인데, 시기하고 깎아내리기만 했다. 물론 속으로만.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동창을 보며, ‘관계 맺기로만 세상 살아가는 건 부조리하지 않아?’라고 혀를 찼다. 학창 시절 교수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인사하고,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그 친구를 보면서 ‘실력으로 승부해야지, 저렇게 사바사바해서 뭐가 되겠어?’라고 생각했다. 내 안에서는 ‘진짜 능력’과 ‘인간관계 기술’을 철저히 분리해 놓고 있었다.


알고 보니 졸업 후 그 친구는 그렇게 쌓아온 인맥 덕분에 좋은 기회를 많이 얻었다. 교수와의 연이 이어져 그 분야에서 잘나가는 사람도 소개받았다고 한다. 나는 그 소식을 들을 때마다 ‘역시 인맥 덕분이네!’라고 투덜거렸지만, 속으로는 묘하게 씁쓸했다.


당시에는 그것이 옳다고 믿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능력이요, 사회를 살아내는 또 다른 방식이었다. 그것을 인정하지 못했던 나의 편협함이었다.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것. 그것 역시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그저 내가 잘하는 것만 ‘능력’이라고 규정하고, 내가 못 하는 건 ‘요령’이나 ‘편법’으로 치부해 버렸다. 내 방식만 옳다고 생각하며 다른 방식을 비난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 착각 속의 결정과 비난이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는 것을. ‘내가 최고라면 다른 사람은 다 내 주위에서 박수를 쳐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내 생각은 허상에 불과했다. 상대방의 감정은 내 주인공 스토리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 내가 그냥 나를 너무 믿었구나’라는 깨달음만 남았다. 그때만 해도 내 드라마 속에서 나는 악역이 아니었고, 나름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돌아보니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혼자 앞만 보고 달려온 외로운 주자였다.


후회라는 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쓸쓸한 감정이다. 뒤늦게 깨닫는 그 순간이 시원하지 않다. 오히려 더 찝찝하고, 후회할수록 나의 과도한 자신감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것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후회는 너무 늦게 나타나 괴롭히는 집요한 친구 같았다.


하지만 후회가 나를 계속 괴롭히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앞으로는 상대방도 챙기자. 내 입장에서만 돌진하는 습관은 버리자. 그리고 인정할 건 인정하자. 그것이 예쁜 외모든, 사교 능력이든, 결국 사회성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실력이니까.


이렇게 다짐한 후, 나는 사람들 속에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이해하려고 했다. 나만의 드라마에서 좀 더 사려 깊은 캐릭터로 변신하고자 했다. 물론, 여전히 주인공은 나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균형 잡힌 모습으로.


그렇게 나는 마음속에 세 가지 약속을 새겼다.


먼저, 판단하기 전에 잠시 멈추고 묻는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할까?’ 내 시선으로 단정하기 전에, 그 사람의 맥락을 이해해 보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못 하는 건 솔직히 인정한다. 예쁜 외모든, 사교성이든, 그것도 누군가가 애쓰며 갈고닦아온 재능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마지막으로, 작은 배려를 습관으로 만든다. 친구의 부탁을 대충 넘기지 않고, 단 5분이라도 더 마음을 기울여 그 사람이 원하는 걸 헤아려본다.


물론 완벽하게 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후회만 쌓아 올리는 사람이 아니라, 조금은 다르게 살아보려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삶은 더 이상 혼자만의 독백이 아니다. 함께 걸어갈 사람들이 있고, 그들과 엮여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여전히 나지만, 이번에는 곁에 사람들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지금 돌아보면 다르게 행동했을 것 같은 순간이 있나요?

그 후회는 당신을 어떻게 변화시켰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