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과 마주한 첫 번째 밤

신혼부부의 한 방에서 시작된 상경 초기 생존기

by 봄날이

다행히 서울에는 혈육인 친오빠가 있었다.

그래서 합격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린 사람도

당연히 오빠였다.


✦ PART 2 — 상경 후 시작된 ‘현실 적응기’


✏️ 본문


다행히 서울에는 오빠가 있었다.

그래서 합격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린 사람도

당연히 오빠였다.


오빠는 갑자기 무슨 말이냐며 당황했지만,

평소 내가 ‘변화’를 고민하던 걸 알고 있었기에

서울살이를 오히려 강력히 추천했다.


문제는…

오빠는 결혼한 지 2년도 안 된 신혼부부였다는 것.


다행히 새언니는 정말 날개 없는 천사였다.

너무 흔쾌히 “축하해, 당연히 여기서 지내도 되지” 라고 말해주었다.

심지어 나의 상경을 진심으로 응원해줬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새언니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는 신혼부부 집에 2주간 얹혀살게 됐다.

퇴근 후에는 오빠랑 함께 집을 보러 다녔다.


어릴 땐 투닥거리기 바빴는데

성인이 되고 보니 혈육이란 존재가 이렇게 든든하다.

물론 집 보러 다니면서도 서로 엄청 싸웠지만…ㅎㅎ


그러나 진짜 힘든 건 따로 있었다.


퇴근 후 매일 집을 보러 다니는 게 힘든 게 아니었다.

서울 집값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무너졌다.


보증금 2000/월세 55

(관리비 15는 별도)


이 정도는 되어야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이라고 했다.


월세를 아끼자고 하면

창문도 없고 골목 한가운데 있는

솔직히 말하자면, 무서운 집들뿐이었다.


지방 토박이 + 겁쟁이 조합인 나는,

아무리 월세가 비싸도

깨끗하고 도로변에 있는 오피스텔에 살고 싶었다.


(왜 그랬니… 그때의 나야…)


어차피 상경의 목적은

돈보다 경험이라고 스스로 위안했지만

그래도 서울 월세는 너무 비쌌다.


전세는 더 무서웠다.

그 당시 서울 전세사기 이슈가 워낙 심했기 때문에

오빠는 단호하게 말했다.


“전세는 절대 안 된다. 무조건 월세로 들어가.”


어느 날, 결국 눈물이 터졌다.


어느 날 밤, 엄마랑 통화를 마치고

휴대폰을 내려놓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니, 서울에 이렇게 많은 집이 있는데

왜 우리 집은 하나도 없는 걸까?’


‘괜히 올라왔나…

그냥 지방에 남을 걸?’


서울에 집이 있는 동료들이 부러웠다.

처음으로 부모님에게

조금 원망 같은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금세 정신을 차렸다.

서울 생활이 사람 마음을 이렇게 흔든다는 사실이

그때는 정말 싫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

월세 값 어치의 경험은 뽑고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자!


번외 — 오빠의 예언


오빠가 말했다.


“너 서울 한번 오면 다시 못 내려간다.”


나는 비웃었다.


‘하? 내가?

공기도 안 좋은 서울을?

난 집만 좋으면 어디든 사는 집순이야.’


그랬던 내가…


요즘 오빠 말이 뭔지 서서히 느끼고 있다.

조금씩, 조용히

서울이라는 도시에 스며들고 있다.


어릴 때 조금 더 부딪히고,

조금 더 일찍 올라왔으면

더 많은 걸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29살이 늦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30살을 앞두고 새로운 선택을 한다는 건

분명 두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깨달았다.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굴복하지 않으리.


집값 따위에 무너지지 않고

행복하게 살꺼다!!!


(부디 이번 주엔 복권 맞길… 비나이다 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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