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의 불안과 고용형태의 그림자
집 문제를 겨우 해결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이번엔 ‘고용형태’라는 새로운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 PART 4 — 30살, 상경 1년 차의 불안과 고민
2023년 1월 1일.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TV에서 울렸다.
평소와 똑같은 새해였지만,
이상하게도 그날의 소리는 조금 더 깊고 묵직했다.
'내가… 30살이라니..' 믿어지지 않았다.
스무 살이 멀게만 느껴지고,
서른이란 나이는 오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그 숫자가 현실이 된 순간
묘하게 가슴이 먹먹해졌다.
내 마음은 여전히 20대 초반에 멈춰 있는데,
해야 할 일과 책임은
내가 준비한 속도보다 훨씬 빨리 찾아오는 느낌이었다.
‘나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이제 막 꿈에 한 발 내디뎠는데…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고…?’
서른이라는 나이가
내 앞길을 조용히, 조금은 잔혹하게
막아설 것만 같은 불안이 몰려왔다.
문득 궁금해졌다.
다른 사람들의 30살은 어땠을까?
나처럼 밤마다 뜬금없이 미래 생각에 잠들지 못한 사람도 있었을까?
아니면 더 단단하고, 더 씩씩하게
새로운 페이지를 넘겼을까?
20대 초반에 그리던 ‘서른의 나’는
어디에 갔을까 싶었다.
그때의 나는 서른이면 모든 게 안정되어 있을 줄 알았다.
직장도, 연애도, 삶의 리듬도.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서른은 생각보다 훨씬 흔들리는 나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아직도 불안정한 ‘파견직’이었다.
그 사실 하나가 마음 깊숙한 곳을 계속 긁어댔다.
정말 열심히 일했다.
야근도 마다하지 않고,
마시지도 못하는 술도 마셔가며 회식자리도 절대 빠지지 않았다.
개발되지 않은 간 덕분에
소주병 옆에만 서 있어도 취하던 내가,
이제는 맥주 500cc를 마시며
“아, 나 이제 진짜 사회인이구나”
하고 혼자 뿌듯해할 정도였다.
회사만 가면 INFJ였던 내가
갑자기 ENFJ처럼 굴기도 했다.
아니… 사실은 그런 척이었을지도 모른다.
두려우니까,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으니까.
사람들은 힘든 일을 잊고 싶어서 술을 마신다는데
나는 술을 마셔도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
(역시 F 99%의 감정기계란 이런 것인가…)
‘전환 안 되면 어떡하지?
이제 정말 3개월밖에 안 남았는데…
혹시라도…?’
생각의 꼬리를 잡으면
그 끝에는 늘 같은 문장이 있었다.
“나, 진짜 정규직 될 수 있을까?...여기서 살아 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불안은
항상 나쁜 예감처럼 현실이 되곤 한다.
계약 종료가 한 달 남은 어느 날,
팀장님이 조용히 말했다.
“점심시간에 잠깐 이야기 좀 할까?”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다.
이게… 그 얘기인가?
아니겠지?
제발 아니라고 해줘…
그날 밤,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베개를 베면 심장이 더 뛰는 기분이라
결국 새벽 내내 뒤척이며
최악과 최선의 시나리오를 번갈아 떠올렸다.
그리고 다음 날.
팀장님과 점심을 먹고
근처 카페에 앉았다.
손에 들린 커피는 식어가는데
나는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다.
그때,
팀장님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같이 못 갈 것 같아.”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단어는 들렸지만,
문장은 이해되지 않았다.
아, 이게 그 말이구나.
모든 파견직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그 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나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