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 절대 되지 않을 것 같던 그 유형의 인간이 바로 요즘의 나다. 밥 먹듯이 꼬박 밤을 새우고, 아침에 눈을 감고, 더 심할 때면 남들이 퇴근하는 시간에야 잠에 들고는 했었는데. 그때 느꼈던 짙은 밤공기와 푸르스름한 새벽의 공기가 가끔은 그립다.
그립다고 표현하는 게 우스울지도 모른다. 눈이 퀭해지고, 때로는 머리가 미칠 듯이 아팠던, 누군가 나에게 마취총을 쏴 주면 좋겠다는 우스운 생각까지 할 정도로 잠에 대한 갈망이 높았었는데.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보지 말라는 말에 쥐 죽은 듯이 침대 위에 바른 자세로 누워 있자면 꼭 작은 감옥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 몸 하나 겨우 눕힐 수 있는 아주 좁은 감옥.
잠에 들어야 하는데, 지금 자야 너무 늦지 않게 일어날 수 있을 텐데, 왜 잠이 안 오는 걸까?
그러한 생각들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자면 시간은 벌써 몇 시간이 흘러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시간으로만 순수하게 몇 시간.
사람이 잠을 잘 자야 한다는 말에 백번 동의한다. 그렇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불면의 밤을 겪었기에 오히려 지금 주어진 일상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고. 새벽에 노란 무드등 불빛에 의지해 글을 쓰거나 사색에 잠기던 때가 그립지만 내일 하루를 위해서, 아침 햇살을 맞이하기 위해서 남들이 모두 잠드는 시간에 나도 함께 잠에 빠지는 지금의 일상이.
오래간만에 도서관에 들렀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나는 또 헤세를 찾게 되었는데, '밤의 사색'이라는 책이 나의 눈길을 이끌었다. 빌릴 생각이 없었는데 몇 장 읽다가 덜컥 집에 데려와 버렸다. 그리고 그 책이 나를 지금 이 시각, 원래라면 잠을 청해야 할 순간에 글을 쓰게 만들었다.
나쁘지 않다. 바쁜 일상을 이어 가면서 어쩌면 나는 이 순간이 고팠나 보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하게 나의 내면을 탐색할 수 있는 지금 순간이.
다시 올빼미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 건강 관리에 꽤 힘쓰고 있는 요즘이기에. 그렇지만 아주 가끔은 이렇게 고요한 밤에 나만의 공간에 앉아 내 속에 쌓여 있던 문장들을 하나씩 풀어 나가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