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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오늘 Jan 28. 2024

어느새 두 가지 선택지가 손 안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새로운 환경을 그 누구보다 꿈꿔 왔던 나다.

그리고 원하던 대로 새로운 것들을 잔뜩 마주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여리게 흔들리고 있는 중이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 그 속에서 새롭게 다가오는 시련들, 외면하고 싶었던 나의 결핍들을 발견했다. 역시 내가 기나긴 어둠을 뚫고 왔다고 해서 다가올 새로운 시련들 앞에서도 의젓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아픔을 극복해 냈다고 해서 또 다른 아픔까지도 무뎌질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나는 막연하게 그러한 것을 바랐나 보다. 이제 더는 아프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했나 보다. 앞으로 그 어떤 시련이 다가와도 강인하게 견뎌낼 것이라 다짐했던 나는 지금, 다가올 내일이 두려워서 바로 잠에 들지 못하고 이렇게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최근에 내 멘탈을 마구 뒤흔드는 상황이 있었다. 타인의 모진 말을 들어야 했고, 내 생활이 붕괴되는 일을 겪었다. 그 속에서 나는 유리처럼 흔들리기도 했고,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 멈추어 서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스스로가 기특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하다. 괜찮아지기 위한 발버둥. 또다시 도망치고 싶어졌다. 모든 일을 회피하고 숨고 싶어졌다. 예전에는 그랬었다. 힘든 일이 나의 앞에 들이닥치면 무조건 나의 선택지는 회피였다. 나는 모르는 일이었다. 나에게 책임을 지우고, 부담을 느끼게 하는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 나는 숨어 있었다. 그렇게 은둔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그 상황에서 빠져나온 지금에서도 나는... 또다시 힘든 일들을 마주하자 어느새 도망갈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예전의 나는 내 품에 항상 빨간 스위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언제든 누르기만 하면 내 인생을 포기할 수 있는 그런 버튼. 모든 것이 버겁게 느껴질 때면 그 스위치를 언제든지 누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 극단적인 생각을 한 것이 맞았다. 나는 오랫동안 나 자신을, 내 주변 환경을 혐오했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꽤 오래 해 왔다. 그래서 어느새 습관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내 마음이 힘들어질 때면 더 애쓰는 것을 그만두고, 그냥... 품에 있는 이 버튼을 눌러 버리고 싶다고. 이 아픈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내 품에는 스위치뿐만이 아니라 어느새 다른 것도 함께 품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것을 돌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문지를 때마다 내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돌. 힘든 상황이 들이닥칠 때마다 항상 스위치 근처에 서성이던 손길이 이제는 다른 곳에 향하고 있었다. 결국에 나는 스위치를 누르는 용기보다는 둥그렇고 작은 돌을 매만지면서 내 마음까지 어루만지고 있었다. 괜찮아. 조금 더 힘을 내 봐. 힘들지. 나는 그렇게 나 자신을 위로하는 법을 조금씩이나마 배워 나가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스스로에게 모질다. 아무리 긍정적인 척, 어른스러운 척, 나 자신을 사랑하는 척해 보아도 어느샌가 정신을 차려 보면 습관처럼 나 자신을 자책하고 비난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렇지만... 올해부터는 나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어 보고 싶다. 내가 나에게 다정한 것. 정말로 낯설게만 느껴지는 일이지만 조금씩이라도 스스로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주고 싶다. 내 마음이 진정으로 평온해졌으면 하는 순간이다. 어쩌면 이 힘든 일들도 내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길로 안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애써 스위치를 외면한 채 오늘도 꿋꿋하게 내 안의 작은 돌을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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