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밥

제1장 음식 편

by 겨울나무

안녕하세요. 오늘의 주제는 보관용기입니다. 더 익숙한 표현으로는 반찬통이 있습니다.

일단 저는 대부분의 음식을 집에서 해 먹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요리를 아주 귀찮아합니다. 그래서 한 번에 많이 해놓고 가득 먹어서 하루 1~2끼를 먹습니다.

항상 하는 혼잣말이 "대충 먹자"입니다. 이 말을 제 주변 사람이 들으면 "네가? 거짓말 치지 마~~"라고 할 거예요. 저는 어디를 가든 메뉴도 깐깐하게 고르고, 먹다가도 마음에 안 드는 재료를 빼서 먹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이게도 깐깐하게 먹기 때문에 대충 먹습니다.

식사를 할 때 중요한 요소가



식감
좋아하는 것(호불호 강한)
못 먹는 것(알레르기, 배탈)
먹는 장소의 분위기(기분내기)

이렇게 있다면 저는 5번 재에서 깐깐하기 위해 나머지는 포기하고 먹습니다. 그래서 긴 설명을 듣지 않으면 의아해하는 거죠.

예를 들면 제가 오늘 사용할 재료가 닭가슴살, 간장, 올리고당, 버터, 곤약가 있었습니다. 그럼 먼저 버터에 고기를 굽고, 소스를 따로 만들고 하는 게 아니라, 즉석 떡볶이 하듯이 냉장고에서 손에 잡히는 순서대로 넣습니다. 원래는 닭가슴살로 간장 베이스로 졸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올리고당 두 스푼도 너무 달아서 간장을 두 스푼 더 넣었는데 너무 짠 거예요? 그래서 급하게 곤약를 꺼내서 잘라 넣었습니다. 그러다 어제 쓰다 남은 버터 조금이 보여서 그냥 냅다 넣어버렸습니다. 남들이 보면 으엑 그게 무슨 조합이야?? 할 겁니다. 몇 명은 맛없겠다도 덧붙이겠죠. 솔직히 맛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먹을만했어요. 냉장고에 넣어둔 밥에 반찬으로 먹으니 닭가슴살 장조림 같고 괜찮았습니다.

또 밥 하니까 생각났는데요. 저는 밥을 좀 큰 반찬통에 4인분 정도 담아서 통째로 보관합니다. 뭔가 밥 보관은 1인분씩 소분해서 냉동하거나 밥솥을 보온해두는 2가지 경우가 가장 흔하죠. 그러다가 제가 밥솥은 원래 없고, 최근 7개월 동안 전자레인지 없이 살기를 하고 있어서 2가지 경우 다 못하게 됐습니다. 심지어 오뚜기밥이든 햇반이든 플라스틱 냄새가 역해서 못 먹겠더라고요. 그래서 밥 없이 고구마나 다른 걸로 탄수화물을 채우다가 부모님께서 쌀 10kg을 보내주셨습니다.

이제 어떻게든 해 먹어야 하는데 고민에 빠졌습니다. 1~2인분씩 밥을 짓기에는 잡곡을 불리고 쌀을 씻고 불을 켜고 뜸을 들이고 밥 다 된 냄비를 씻는 노동력이 아까운 거예요. 그래서 생각한 게 제가 닭가슴살을 한 번에 만들어 놓고 3~4일을 먹습니다. 밥은 그러지 않을 이유가 있나? 싶었습니다. 대신 밥은 양념을 해둘 수 없으니 딱 이틀 분량만 만들어서 먹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관한 밥을 먹을 만큼 덜어서 작은 프라이팬에 살짝만 볶아도 전자레인지 밥보다 더 맛있어요. 가끔 그것마저 귀찮아서 냉장 찬밥을 먹어봤는데 못 먹을 정도는 아니던데요?

이렇게 저는 냉장밥을 먹은 지 4개월이 다 되어가네요. 그래서 결론이 뭐냐면요. 당연한 듯 남들 따라 소분용기를 사고, 당연한 듯 전자레인지를 사서 밥을 해 먹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방법은 찾으면 많아요. 누가 보면 번거롭고 미련해 보일지 몰라도 저는 이 과정 자체가 마냥 즐겁네요.

저번 주에 빼먹은 변명을 조금 하자면요. 제가 요즘 일 배우랴, 운전 연습하랴, 할 게 많은 데 본가도 다녀오고 설날도 겹치고 하니 글 쓰는 걸 또 듬성듬성 빼먹게 되네요. 글 쓰는 거 재밌고 좋은데 독서량이 줄어든 만큼 글도 잘 안 써지는 것 같아요. 물론 수요 연재는 처음부터 구어체로 쓰는 게 목표였어서 괜찮지만 일요 연재는 정말 아예 안 써져요. 그런데 말이죠? 제가 또 운동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에요. 최근에 수영을 시작했답니다~~ 다음에는 수영이야기도 가져와 볼게요. 즐거운 연휴가 끝이 났네요. 저도 여러분들도 내일도 소소한 재밌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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