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만들어 쓰기

제2장 생활 편

by 겨울나무

클렌징 오일을 만들어 쓴 지는 5년이 넘어갑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세럼도 만들어 써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의 주제는 기초화장품입니다. 지금 제 기초화장품은 세럼, 크림, 선크림이 끝입니다.




작년에 쓴 화장품에 대한 글

저는 어릴 적부터 아토피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화장품 성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또 얼굴에 살이 많은 편이라, 볼을 꼬집는 장난을 치는 사람이 어디를 가나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피부가 민감해서 너무 아팠습니다. 예뻐해 주려는 데 반응이 왜 그러냐는 어른들의 태도가 참 싫었네요. 한 번 붉어진 얼굴은 잘 안 가라앉았어요. 덥거나, 부끄럽거나, 추우면 몇 시간 동안 빨간 얼굴이었습니다. 친구들이 너 왜 그래? 화났어? 어디 아파?라고 했던 기억도 납니다.

중학생 때 스킨, 로션, 크림을 꼬박꼬박 바르다가 그래도 계속 건조했습니다. 유분기가 적으면 피부가 찢어지듯 땅겼고, 유분기가 많으면 좁쌀 여드름이 많이 났습니다. 그래서 계속 제품을 바꿔가면서 써보고는 하나씩 늘렸습니다. 이때 클렌징폼은 건조하고 클렌징오일이 제 피부에 맞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피지도 잘 씻기면서 건조하지도 않아서 애매한 피부에 딱 좋았습니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는 고등학생 때는 많으면 좋은 줄 알고 토너, 세럼, 로션, 가벼운 크림, 꾸덕한 크림에 오일까지 해서 6개나 발랐었습니다. 나름 화장품 성분을 꼼꼼하게 보고 사서 피부에 좋을 줄 알았다. 하지만 피부는 중학생 때보다 더 예민해졌습니다. 하기야 이제 생각해 보면 많은 성분을 피부에 올리니 피부가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셀린을 생으로 얼굴에 올려도 보고, 학교에 크림을 가져가서 수시로 발라도 건조하고 아팠습니다. 고등학생 때 클렌징 오일은 열댓 종류는 써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가 만든 클렌징 오일에 정착했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기초 화장품을 과감히 확 줄여봤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에서 기초화장품이 다양한 것은 마케팅이라는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영상에서는 사실 크림 하나로도 충분하다고 정제수, 즉 물양의 차이, 묽은 정도의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줄여서 사용해 보았습니다. 신기하게도 예전보다 부드러움은 줄었지만 예민함은 훨씬 줄었습니다.


여름에는 유분기가 올라오니까 수딩크림, 겨울에는 피부가 아플 정도로 건조하니까 오래가는 버터제형크림. 이렇게 하니, 일단 속건조가 너무 심했고, 겨울에는 속건조도 생기면서 좁쌀 여드름이 계속 났습니다. 대신 표면의 예민함은 확 줄었습니다.

더 줄여보려고 중간정도 되는 수분크림 하나를 양 조절하면서 써봤습니다. 여름에는 하루에 2번, 겨울에는 하루에 4번. 지금까지 한 방법 중에 가장 좋았고, 피부 예민함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맘때 쯤 저는 친환경에 미쳐있었고, 일 년에 같은 수분 크림을 10통은 넘게 썼다는 사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계속 만드는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들어서, 다른 도전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해외에 500g짜리 크림을 사서 발라봤습니다. 일 년에 2통으로 줄었지만, 펌프는 끝까지 사용하기가 어려워서 버리는 내용물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펌프 부분은 재활용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것을 찾아보려고 해도 친환경 제품도 중요하지만 나는 피부가 워낙 잘 뒤집어져서 믿을 수 없는 성분을 거르다 보면 친환경 제품과는 멀어졌습니다.

일단 지금 유지 중인 것은 일 년에 10통 이상 사서 쓰던 클렌징 오일은 마트 유리병에 담긴 1L짜리 올리브유와, 작은 플라스틱 병에 담긴 올리브리퀴드라는 계면활성제를 섞어서 플라스틱 소비를 확 줄였습니다. 클렌징오일에 쓰던 비용도 확 줄었고, 단일 성분으로 만들어져서 순했기 때문에 2년째 잘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크림은 큰 통일수록 분리수거가 잘 되지 않을까? 싶어서 300g짜리 단지형 수분크림을 이 전에 쓰던 작은 수분크림 통에 소분해서 쓰고 있습니다. 확실히 펌프형과 달리 단지형은 세척이 간편했고 버리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이게 과연 분리수거를 해도 재활용이 될까?라는 의문도 듭니다.

이제 클렌징오일처럼 크림도 만들어 쓸까?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클렌징오일은 내가 만드는 게 쓰레기가 적지만, 크림은 내가 만들면 성분 하나하나 플라스틱 통에 있는 제품을 사야 하기 때문에 미니멀 라이프에도 안 맞고, 쓰레기가 되려 늘어나니까 관뒀습니다.

최근 베이비 크림을 파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용기는 혁신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선크림은 여기 제품에 거의 정착했습니다. 하지만 로션과 크림은 악건성인 나에게 너무 건조해서 한 통 쓰다가 말았습니다. 여기서 만들어준 제품을 쓰면 편할 텐데, 갈등이 생겼다. 외국 제품과 달리 국내 제품이라서 탄소배출도 적고, 재활용 용기를 사용하니까 참 좋긴 한데, 일단 지금은 선크림 말고는 더 사용할 생각이 없습니다. 피부에 안 맞으면 아무 의미 없기 때문입니다.

가끔 이전에 쓰던 제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반, 그래도 더 찾아보자는 마음 반이다.




현재

그러나 최근에 고민이 생겼습니다. 아니죠. 사실 작년부터 있던 고민입니다. 20대 중반이 넘어가니 잔주름이 늘어가는 속도가 엄청 빨라졌습니다. 업무 특성상 하루 근무 시간이 길어서 그동안 건조해서 말라가는 게 느껴질 정도로 당겨요. 중간에 미스트를 뿌리거나 크림을 바를 분위기도 전혀 아니어서 속보습을 넘어 피부 재생, 주름 예방 성분을 찾아봤습니다.


그래서 일단 유명하다는 녹는 실 앰플을 한 달가량 써봤지만 그다지 효과는 못 느꼈습니다. 시중에 파는 상품은 워낙 성분에 미미하게 들어있어서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고, 여러 성분의 재료를 양껏 모아서 조금씩 조합해보고 있습니다.


처음에 화장품을 만들 때는 기존 상품에 특정 성분을 추가하는 게 실험해 보기 좋아요. 안 그럼 도구나 재료가 너무 많이 필요해서 금방 지치고 실패하면 다 버려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캔 리필이 되는 토너에 주름 예방 성분을 넣은 제품 하나, 보습 토너는 모든 성분을 제가 찾은 재료로 만들었습니다. 크림은 실패해서 핸드크림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요즘 이리저리 조합해 보는 게 시간도 잘 가고 정말 재미있어요.


쉬는 날이 일정하지 않아 요일 개념이 계속 없어지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그냥 쉬는 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고 내일도 파이팅 하세요!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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