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생활 편
영화는 나를 발견하기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영화 취향을 찾다 보면
어라? 내가 공포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네? 그럼 예전에 마음에 든 영화의 특징은?
어라? 로맨스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네?
범죄물 무서워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네?
힐링물 지루해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네?
캐릭터 나오는 애니메이션이 좋은 줄 알았는데 아니네? 배우 연기가 너무 재밌어.
깨기 어려운 벽을 조금씩 두드리고 벽 두께와 재질을 관찰하게 만든다. 그리고 확실하게 알면 지나가거나 깨부술 수 있다.
안녕하세요. 오늘의 주제는 영화입니다. 물론 드라마나 애니메이션도 포함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어릴 때 공부를 정말 잘하고 싶었고, TV는 사치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더군다나 어릴 때 책을 골라도 인문학은 쳐다도 안 보고, 사회나 과학 같은 지식서만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몰입하다 못해 등장인물 이름을 외치며 울부짖는 사람이 돼버렸지 뭐예요? 하하
저는 어릴 때부터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일명 똥고집이라고도 하죠. 한 번 결정하면 귀를 닫는 사람. 주변에서는 답답해 환장했을 겁니다. 심지어 감정을 다룰 줄 몰라, 과하게 표출하거나 억누르기를 반복했습니다. 이런 제가 맞는 줄 알았고 다듬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었습니다. 나는 나대로를 외치며 우직하게 탱크를 밀고 나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탱크에 깔리거나 포탄을 맞은 사람이 저를 찾아와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그때 당황스러워하면서 잠시 고민은 했었지만 그래도 꺾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를 제삼자의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한 인연이 많았습니다. 쉽게 거울치료라고 하죠. 은근히 남을 비웃던 모습, 나약한 사람을 무시하던 모습, 엄하게 남을 꾸짖는 모습, 저는 그런 모습이 상대방에게 그렇게 무섭고, 당황스럽고, 상처가 되는지 당해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저 자신을 바꾸는 게 어쩌면 남을 위하거나 그런 걸 떠나서 나에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뇌리에 강하게 남는 경험이고 힘들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고마운 인연이었습니다. 이렇게 세상과 화합하는 방식으로 마음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제가 변했기 때문인지, 그냥 운이 그런 건지 점점 잘해주고 좋은 사람만 만나게 됩니다. 제가 참 못난 게 감사하기는커녕 예전의 거만함이 조금씩 올라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다 친언니의 권유로 여러 작품을 보았습니다. 몇몇 정말 꼴 보기 싫은 캐릭터에서 저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부모님이나 친구에게 수시로 지적받던 부분과 똑같은 부분에서 지적받는 캐릭터를 보면서, 거울치료 당했을 때와 비슷한 반성의 효과가 생겼습니다. 더 이상 운에 맞기지 않고 훈련할 방법을 찾은 것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만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지만, 작품으로도 충분히 다양한 저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작품에 인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딱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영화가 개봉을 해서 속에 울분을 꺼주었습니다. 아직도 여전히 사랑하는 영화는 저랑 닮아있기 때문이고, 언젠가 질려서 예전만큼 찾지 않은 영화는 이제 그 안에 제 모습이 안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은 명작을 찾아 헤매지도 않고 지난 작품에 미련을 갖지도 않습니다. 인연처럼 끌리면 보고 아니면 흘려보냅니다.
영원할 것 같던 사람을 떠나보내고 내가 그렇게 못난 걸까... 자책하는 와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그렇게 난리 치며 덕질했던 영화도 이제는 시큰둥해졌다는 게 아쉽고 안 믿긴다. 억지로 좋아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그 작품이 별로인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에게 충격이나 감동을 안겨주느라 바쁠 테다. 나와의 인연이 끝났을 뿐. 나를 떠나간 그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였을 거다. 내가 못난 게 아니라, 더 이상 그 사람은 나에게 감동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그건 그 사람도 나도 잘못이 아니다. 그저 인연이 끝난 거다. 그때의 마음이 거짓이었거나 모자랐던 것도 아니다. 그때는 너도 나도 진심이었을 거다. 후유증에 시달리던 영화처럼 말이야.'
이렇게 생각하니, 미어지던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포근하고 잔잔해졌달까요? 잠이 엄청나게 쏟아지네요. 모두 안녕히 주무세요. 덤으로 좋은 꿈도 꾸세요. 꿈 안 꾸면 푹 잔 거니까 그것도 좋겠네요. 안녕 주무세요... z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