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생활 편
안녕하세요. 오늘의 주제는 신용카드입니다. 듣기만 해도 돈 나가는 소리가 들리시죠? 지난 편에 제가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았던 운전, 그다음은 신용카드입니다. 대학생 때 학자금 대출은 받은 적 있지만 신용카드를 가져서 할부를 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습니다. 일단 부모님이 싫어하시기도 하고 뭔가 사치라는 이미지가 커서 계속 안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눈 떠보니 신용카드가 무려 3개네요. 먼저 신용카드가 생긴 과정을 조금씩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제 첫 신용카드는 통신비 할인 카드입니다. 처음에 혹했던 이유는 어차피 나갈 고정 지출만 이 카드로 잘 쓰면 통신비를 할인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후에 실적 채우기로 돈을 더 쓰게 되면 오히려 낭비라는 걸 지금은 깨달았죠. 만들기 전에 조금 더 생각해 봤어야 하는데 라는 후회가 듭니다.
두 번째 카드는 반강제로 생긴 카드고 거의 사용 안 하고 하이패스 전용으로 둘 생각입니다. 저번 편이랑 이어지는데요. 중고차를 구매하러 갔는데 이체 한도가 막혀있어서 제가 미리 빼놨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차량 구매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고객센터에 전화해 본 결과 통장 자체를 해지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화가 났습니다. '내가 내 돈 쓰겠다는데!!! 은행에 직접 가서 복잡한 본인 인증 이후 돈을 뺄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출금도 못하고 이체도 못해서 통장 자체를 해지해야 한다고?' 속으로 울분을 토하는 동안 얼굴은 점점 빨개졌습니다. 은행에서 차례가 되자 직원분이 "원칙상 안 되는데 카드 하나 만드시면 잠깐 한도 풀어드릴게요."라고 거래를 유도하셨습니다. 바로 '아 영업당하는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이 계좌가 없어지면 귀찮아지는 것은 저라는 걸 너무 잘 알았기에 "그렇게라도 가능하다면 해주세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도 마침 하이패스 카드가 필요했는데 카드를 만들면서 하이패스 전용으로만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한도를 작게 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무사히 차를 사고 집에 오니 그제야 고객센터 직원분께 짜증 섞인 말투로 말한 게 후회가 됐습니다. '같은 서비스직이면서 그러면 안 됐어. 어떤 기분일지 잘 알면서 진짜 그러면 안 됐었다.'라고 여러 번 되뇌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화난 상태로 저를 보던 고객님이 이해가 됐습니다. '그냥 진상 손님이라고 넘겼지만 사실 속으로 엄청 참으면서 말했겠구나. 억울하고 황당한 상황에 참고 침착하게 말씀해 주셨던 고객님이 보살이었구나. 진짜 쉽지 않구나.' 그리고 옆에 가족이나 더른 사람이 있을 때 더 화내던 고객님도 이해가 갔습니다. 저번 달에 택배 문제로 경찰까지 불렀어야 했을 때는 화를 숨기고 전화를 침착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고차 딜러 사장님이 듣고 계시니까 제가 정말 몰랐고 황당하다는 티를 내려고 좀 더 감정 섞인 말투로 통화를 했습니다. 전화 너머 직원분도 '왜 나한테 짜증이야. 규칙이 이런 걸 어떡하냐?'라는 말투로 안 된다고만 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죄송합니다. 어쩌면 택배 사건도 이번 은행 사건도 저의 서비스 마인드를 교육하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화내는 고객님이 계시면 좀 더 공감하면서 경청하고 진정성 있게 대해야겠다고 말이죠.
세 번째 카드는 경차 유류 할인 카드입니다. 며칠 전 근처 유료 할인 카드 대상이라고 신청하라는 알림을 받았습니다. 가족 중에 경차 소지자가 나밖에 없다면 나중에 나라에서 조금 환급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운 좋게도 아빠 다음으로 차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바로 해당이 됐어요.
저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기도 하고 정말 없으면 없는 데로 사는 사람입니다. 지금 원룸에 살면서 냉장고 세탁기 같은 필수 가전을 제외하고는 전자레인지, 침대, 의자도 없이 지냅니다. 밥은 싱크대 위에 놓고 어차피 1인분만 만들기 때문에 냄비 채로 서서 먹습니다. 친구들도 가족들도 돈을 추구하는 방향이 낭비 없이 있는 만큼 쓰는 쪽입니다. 그래서 가족들한테 물어보면 이번에 차 사면서 지출 많았으니 취미는 3개월 후에 가지라고 합니다. 신용카드가 없었으면 당연히 그 말대로 3개월 동안 중고차 가격을 다 갚고 새로 취미를 가지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시불이면 한 달 할부로는 몇 개월 땡겨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려서 고민에 빠져버렸습니다. 다음 달 월급을 기다리지 않고 미리 쓸 수 있다는 생각에 시간을 산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벌써 잔소리가 막 하고 싶어 지시죠? 아마 이 작은 선택이 제 앞으로의 지출 습관을 바꿔놓겠죠?
여러분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눈앞에 없는 거라고 합니다. 눈앞에 즐거움이 보이는데 그걸 참으려면 몇 배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같이 사는 사람이 있으면 다이어트하기 힘들어요. 내가 안 사도 누군가 사 오니까 보거나 향을 맡으면 먹고 싶어지거든요. "에잇 나도 먹을래!" 해놓고, "흑흑 엄마 때문에/오빠 때문에 다이어트 망했어..."가 우스갯소리가 아니랍니다. 공부하는 수능을 앞둔 자식을 위해 집 분위기를 정숙하게 유지해 주는 것처럼 다이어트하는 가족이 있다면 먹고 싶은 음식은 나가서 먹고 오고 들어와서는 먹었다는 말 안 하는 스윗한 가족이 되어보면 어떨까요?
식단, 운동, 다이어트 이런 소재만 나와도 몰입해 버려서 이야기가 또 샜네요.
아무튼 이왕 생긴 카드 전략을 짜보려고 합니다.
먼저 제 지출 패턴은 이렇습니다.
고정지출 : 월세, 관리비, 주유비, 식비(채소).
변동지출 : 식비(채소 제외), 생활 소모품, 취미용품, 취미수업.
여기서 월세, 관리비 등은 실적에 안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 고정비는 20만 원도 안 됩니다. 카드 실적 하나 채우기도 힘들죠. 한 번에 크게 크게 쓰고 고정비는 작기 때문에 변동 지출을 잘 잘라서 매달 예산만큼만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리하면
: '5만 원 이하의 변동 지출은 주유카드 사용 해서 주유카드 실적 먼저 채우기'
-> '통신비 할인 카드를 사용하되 실적 못 채우면 포기하기. 가끔 큰 지출이 있을 때 그 달에만 통신비 할인을 받기.'
이렇게 하면 실적에 집착하지 않으면서 잘 활용할 수 있겠죠?
여기까지 신용카드를 눈앞에 두고 어떻게 안 쓰냐?라고 변명하는 사회초년생의 첫 신용카드 관리 이야기였습니다. 과연 저는 다음 주 취미를 만들어 올까요? 아니면 참고 잘 미룰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내일도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