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따자마자 운전

제2장 생활 편

by 겨울나무

월 초에 학원을 등록하고 월 말에 중고차를 구매해 씽씽 달리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자동차 운전입니다.


20대 중반인 저는 누구를 만나던 면허를 왜 안 땄냐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 저의 대답은 "차 가질 일이 없으니까, 그리고 난 대중교통이 편하고 좋아."였습니다. 덧붙여서 "만약 사고가 나면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할까 봐 무섭기도 해."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차 없이 출근하기 어려운 회사에 들어가게 됐고 택시비가 낭비 같다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학원을 등록했습니다. 필기와 장내기능까지는 순탄했습니다. 핸들을 빙글빙글 돌리면 차가 스르륵 가는 게 너무 신기하고 주변에 "나 운전이 너무 재밌어~"라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어쩌면 재능이 있는 걸까?' 어깨도 으쓱해졌습니다. '어떤 차를 살까?' 찾아보며 "오래 탈만한 중형 세단을 살까? 유지비 적은 경차를 살까?"신이 났습니다.


하지만 도로주행을 나간 후로 운전이 공포로 바뀌었습니다. 필기 내용도 다시 보고, 운전 연수 영상도 많이 봤지만, 돌발 상황에서 나오는 저의 대처가 당황스럽고 답답했습니다. 친절하시던 강사님은 어느새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시고 보조 브레이크를 힘껏 밟으셨습니다. 죄송한 마음에 비해 손이나 머리가 따라주지 않더라고요. "나는 운전을 하면 안 되는 사람인 걸까?"라고 바로 자신감이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내가 바로 중형차를 찾아봤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지금 생각하니 말도 안 된다. 적어도 2년은 경차 타자.'라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경각심을 가지고 운전을 하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에 긴장을 놓지 않으면서 팍 집중했습니다.


다행히 가까스로 도로주행까지 붙었지만 공포심은 더 커졌습니다. 하지만 걱정할 틈도 없이 바로 차를 보러 다녀야 했고 어떤 차를 살지 제미나이와 지피티랑도 상담하고 주변 사람과도 상담하고 유튜브도 많이 봤습니다.


운 좋게 예산에 맞는 차를 발견했고, 구매하러 갔습니다. 집까지 어찌어찌 주차를 마치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운동했을 때보다 훨씬 기진맥진해졌습니다. 그러고는 운전을 이미 몇 년 전부터 하고 있는 친구들과 전화하며 운전이 이렇게 어렵고 무서운 줄 몰랐다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첫 외출 주차된 차도 깔끔하게 빼고 차선합류도 그럭저럭 잘했습니다. 그렇게 돌아와서 차를 주차하는데 사이드미러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꺾여버린 것을 보고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이 작은 차로 주차를 이 따위로 하냐?"혼자 말을 했습니다. 주차장 주변에 서성이던 사람들이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느껴졌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가지면서 도로연수를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학원 연수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고를 안 내는 게 가장 중요한 걸 알지만, 제가 인식하기 전에 옆에서 다 말해주고 보조 브레이크 밟으시고 핸들을 대신 돌리시는 강사님이셔서 제 실력은 전혀 안 늘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새벽에 차가 별로 없을 때 연습하기로 마음먹고 새벽 일찍 일어났습니다.


겨울이라 좀 어두웠지만 자잘한 실수를 발견하고 고쳐나가 보니 조금씩 익숙해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진짜 출근까지 하고 나니 기분이 엄청 이상하네요. 놀 시간 하나 없이 새해부터 바쁘게 한 달을 보내고 나니 뿌듯하기보다는 공허해요. "앞으로 잘할 수 있을까?" 두려운 일이 둘이나 생겨버려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직 일도 제대로 못해서 혼나는 중인데, 운전면허학원에서도 혼나면서 배우니 자신감이 수직 하락을 하네요. 같은 곳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마다 제 자신이 너무 답답합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행복하긴 합니다. 더 이상 취준생이 아니라는 사실, 돈을 받고 일할 수 있다는 사실, 자상하고 잘 챙겨주시는 상사분들, 친절하셨던 중고차매매사장님, 차가 생겼다는 사실에 마음이 따뜻해지기는 합니다.


보통 감정이 한쪽에 쏠려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괴로움과 행복감 둘 다 높은 상태는 처음이라 저 스스로를 달래줘야 하는지, 자만하지 않게 채찍질을 해야 하는지 헷갈리네요.


한 달 만에 글을 써보니 좀 숨이 쉬어지는 기분이에요. 역시 답답할 때는 글을 써야 하나 봐요. 아 갑자기 제 기분을 표현하자면 "아직 마음의 준비는 국도까지 밖에 못했는데, 갑자기 고속도로를 타고 3주를 보낸 기분이에요." 제가 하는 일에 비해 마음을 그 속도를 못 따라가는 거 같아서 버거운가 봐요. 내일부터는 일도 더 바빠질 테고, 운전은 항상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니 불안하다 못해 무섭습니다. 학원 다닐 때는 잘 보던 운전 영상이 지금은 괴로워서 잘 안 봐집니다.


글의 흐름을 봐도 지금 심리적으로 안정적이지 않아 보이네요. 사실 해답은 알고 있습니다. 일도 운전도 잘하게 될 때까지는 이 시간을 견뎌내야 하죠. 그 후에 즐거워질 날만큼이나 지금이 힘들 거예요. 끝이 보이지는 않지만 끝이 반드시 있다고 믿고 잘 버텨보려고 합니다.


오늘 저녁 좋은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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