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렇게 겁이 나서

제3장 가치관 편

by 겨울나무

안녕하세요. 오늘의 주제는 ‘자기 보호본능’입니다.


저는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혼이 많이 납니다. 실수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그 이후가 더 이상합니다. 결정적인 순간만 되면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말도 행동도 멈춰버립니다. 분명 머리로는 다 알고 있는 일인데, 그걸 밖으로 꺼내지를 못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아직 일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내가 남들보다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했죠. 주위에서도 흔히들 "처음엔 다 그래, 시간 지나면 괜찮아져"라고 말하니까요.


그런데 이 멈춤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단순히 ‘긴장’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하필 제일 중요한 그 순간에 멈추는 건지, 왜 잘해야 하는 상황일수록 아무것도 못 하게 되어버리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가만히 제 속을 들여다보면, 제 안에 어떤 날 선 기준이 하나 세워져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떻게든 ‘절대 틀리지 않으려는’ 기준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 기준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내 핑계에 불과한 건지 스스로도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가장 이상한 건, 틀리지 않으려 애쓸수록 오히려 더 굳어버린다는 점입니다. 실수를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건데, 결과는 자꾸만 정반대를 향해 갑니다. 내가 지금 맞게 가고 있는 건지, 방향조차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그럴싸한 설명을 붙여보려고도 했습니다. ‘처음엔 의식적으로 일을 하다가, 익숙해지면 무의식이 대신하게 되는데 아직 그 중간이라 버거운 거야’라고요. 이 설명이 꽤 맞는 것 같다가도, 막상 뇌가 얼어붙는 그 찰나의 순간을 떠올리면 또 잘 모르겠습니다.


머리로는 다 알고 있습니다. 조금 틀려도 괜찮다고, 천천히 다시 하면 된다고. 그런데 막상 그 상황에 놓이면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합니다. 머리가 상황을 인지하고 어떤 생각을 하기도 전에, 몸이 알아서 브레이크를 밟고 멈춰버립니다.
그리고 그 짧게 멈춰버린 순간, 제 안에서는 지독한 의심이 고개를 듭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압박감에, 빨리 뭔가를 제대로 보여주려다 오히려 스텝이 꼬여버린 걸까요? 아니면 나는 애초에, 이 정도의 혼란 속에서도 정신을 못 차리고 허우적대는 그저 서툴고 부족한 사람인 걸까요?


나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라고, 완벽하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나름의 그럴싸한 이유를 붙여 스스로를 위로해 보았지만, 사실은 그저 내 진짜 민낯을 마주하기 두려워 변명하고 있는 건 아닐까 두려워집니다.
대체 제 안에 무엇이 자꾸만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고, 한 발짝 내디뎌 보려는 확신의 발목을 붙잡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문제인지, 제가 부족하고 나약한 것인지, 아니면 그 중간인데 제가 너무 과하게 반응하는 건지, 그 과한 반응이 과한 긴장을 불러오는 건 아닐지, 모두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저를 굳게 만드는 건지, 그저 연습에 부족인 건지,


저는 또, 뭐가 그렇게 겁이 나서 멈춰버리는 걸까요?




글을 쓸 때면 저는 참 생각 전환이 빠르고 감정이 풍부하며 창의적이라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만큼은 너무나도 무능하게 느껴집니다. 제 자신을 계속 의심하고 긁어내니까 점점 원래 제 모습이 기억이 안 나요.


누군가에게는 쉬어가는 날, 누군가에게는 지나가는 날인 수요일 저녁입니다. 잠시 멈춰 서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건 어떨까요?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세요~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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