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널 살린 게 아니라 네가 날 살린 거야<1>

다시 무언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입양 일지)

by 칠십팔수

2022년 5월 25일의 날씨는 따뜻함과 뜨거움의 사이를 팽팽하게 줄다리기하는 듯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푸른 하늘 속 달걀 노른자 같은 해는 꼭대기에 다다르고 줄다리기의 싸움은 뜨거움으로 기우는 듯 나의 겉옷을 한 꺼풀 버껴낸다.


배달대행을 하고 있는 지금 뜨거움은 겨울의 차가움과는 다른 색다른 어려움을 경험하게 한다. 오전과 오후 그 교차점에는 주문량이 상대적으로 있어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다시피 한다. 뜨거움의 무거운 짐도

그 순간만큼은 견뎌내고 일을 하다가 평일 시점의 오후 1시와 2시 사이는 주문량이 줄어들며 뜨거움의 짐도 한껏 배가 된다.


평소엔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식사를 할 수 있는 여유가 되는데 오늘은 그보다 일찍 주문도 점차 줄어들고 그러던 와중 오늘 영찬 씨가 식사를 대접한다고 하였다. 영찬 씨는 구릿빛 피부에 키는 훤칠했고 눈도 크고 부리부리 하며 눈꼬리는 위로 조금 올라가 까리스 마 있는 눈빛을 가진 것에 반하여 말투는 순박하며 정감 가는 말투를 가졌다. 말을 하지 않으면 무서운 게 아닌 카리스마가 느꺼지게 하는 그런 분위기의 나이는 나보다 어린 친구였다. 그리하여 자신의 친척 누님이 운영하시는 중식당에 사무실 식구들과 그 사무실 식구들과 어릴 쩍부터 알고 지낸 오토바이 출장 수리 기사님과 함께 방문하게 되었다.


사실 그 중식당은 내가 배달대행하기 전에 자주 시켜먹는 단골집이었다. 배달대행 특성상 여러 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어디가 요리를 잘하고 주방은 청결한지 일반적이로 시켜 먹는 사람보다 좀 더 많이 아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 중식당은 음식의 깔끔함과 청결함이 처음 배달시켜봤을 때 느꼈다. 중식당은 보통 짜장과 짬뽕국물을 미리 만들어 놓는 곳이 90프로는 될 것이다.

그리고 볶음밥 또한 마찬가지로 미리 만들어놓고 주문에 따라 그냥 다시 한번 볶아주는 곳이 많다. 그런데 이 중식당은 그렇지 않았다. 많이 먹어본 사람으로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식당의 메뉴들은 거의 다 시켜 먹어보았고 그래서인지 그 사장님도 내가 배달을 주문할 때는 김치며 짜장 소스며 공깃밥이며 더욱 많이 챙겨주시곤 했었다.


이런 단골집이 영찬 씨의 사촌 누님이 운영한다는 것을 약 1주일 전에 사무실에서 회식할 때 어느 집이 맛있니 어디가 사장님 성격이 어떠하니 하며 이야기 나눌 때 난 그 중식당 이야기를 했었다. 정말 깔끔하고 맛있다고 그랬더니 영찬 씨가 그 식당은 자신의 사촌 누나가 운영한다면서 이야기하고 또 영찬 씨는 지금은 아니지만 특히 잘 시켜먹는 분이 있었다며 말하였고 그 집의 빌라 이름을 말하던 순간 그 집은 나를 말한다는 것을 한 번에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 사람이 나라고 하자 영찬 씨는 깜짝 놀라며 그러고는 자신의 사촌누나에게 전화해 단골손님 같이 일한다며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꼭 한번 매장에 오시라고 말씀하셨고 그래서 오늘이 바로 그날인 것이다.


식당에 들어서니 오후 2시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분주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식당에 가서 알게 되었는데 주방에서 혼자 주문량에 밀려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있었고 홀서빙 하는 분도 계시지만 주방의 잔일들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홀에는 손님께서 식사하고 가셨음에도 테이블 정리할 시간도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몇몇 테이블은 빈그릇만 덩그러니 있고 몇몇 테이블은 손님이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나 역시 이 시간에 중식당에 주문할 때는 오후 2시쯤에 시켜 먹었는데 그 이윤 바쁜 시간에 시키면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배달 음식이 뭐 다 그렇겠지만 조금이라도 덜 퍼진 음식을 먹고 싶어서였는데 왜 오후 2시에 시켜도 대기 시간이 50분 이었는지 그제야 이해되었다.


우리들은 테이블에 앉았고 짬뽕 3개와 새우 볶음밥 3개를 주문을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한참 이야기가 무르익어 갈 때쯤 탕수육과 팔보채가 서비스로 나오고 탕수육과 팔보채를 맛보며 또 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니 뒷동산 작은 언덕 같은 볶음밥 3개를 먼저 주시고는 그리고 또 한 10분을 기다린 후에야 짬뽕을 내어주셨다. 이로서 나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그리고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음식을 미리미리 만들지 않는 것이 확실하였다. 맛있는 집은 이유가 있는 거라고.


그렇게 음식을 다 만들어주신 다음에야 여유가 있으셨는지 서로 인사를 하는데 영찬 씨가 한 명 한 명 소개해주기 시작했다. 중식당의 사장님을 뵈니 나이는 많아 보였지만

달걀형 얼굴형에 오뚝한 코 영찬 씨와는 다르게 눈은 작으셨지만 웃으시니 나이가 무색할 만큼 앳되어 보였다.

그리고 보통의 식당 아주머니와는 다르게 늘씬한 몸매에 미끄러지지 않으려 신은 푸른색 장화가 오히려 크게 인상 깊게 들어왔다.

영찬 씨가 밥 먹다 일어나 공손히 손바닥 뒤집어 사람 한 명 한 명 가리키며 이분은 내 친한 형, 이분은 오토바이 형님, 그리고 그 형수님, 그리고 우리 사무실 사장님, 그리고 나를 가리키며 이분이 그 단골 형님 이라며 내 소개를 하자 세상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시는데 인사받는 내가 민망할 정도로 반겨주셨다. 꼭 보고 싶었다며 말씀해주셨다.

사장님께서 말씀하시길 나는 배달시킬 때마다 배송 완료. 문자가 오면 감사합니다, 혹은 잘 먹겠다고 하는데 이게 사장님 입장에선 큰 감동이었다고 하신다. 난 그냥 어떻게 보면 예의상 그냥 무심코 했던 것이 큰 감동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너무 민망하기도 하다며 말씀드렸더니 그래도 그런 분 없다고 하면서 항상 감사했다고 말씀해주셨다.


작은 거에 감동하는 사장님을 보니 나 역시 기분이 정말 좋았다. 배달 대행일을 하면서 시켜먹진 않았지만 그리고 요즘은 작은 돈을 아끼려 집에서 직접 밥을 해 먹는터라 주문해서 먹거나 포장해서 먹거나 하는 것을 완전 10분1수준으로 떨어트린 요즘 인데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은 방문해서 포장해 가야겠다며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덧 사장님의 푸짐하다 못해 넘쳐나는 정을 우리는 터질 것 같은 배로 보답하려는 듯 그 정을 밀어넣으며 받았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식당을 나와 커피 한잔만 먹고 해어지자는 사무실 사장님의 말씀에 다들 중식당 옆에 있는 카페로 가서 시원한 음료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오목도 두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문한 음료가 나오고 시원하게 한잔 하고 있을 무렵 강아지 한 마리가 오는 것이 아닌가?

긴 주둥이에 경계하는 눈빛 귀는 여우같이 길고 뽀족한 시바견 크기만 한 검흰 검흰 줄무늬 색 털을 가진 강아지 한 마리가 온다.

카페에 강아지라니 깜짝 놀랐다. 애견 카페도 아니고 일반 카페에서 말이다. 카페를 잘 가지않는 나로선 깜짝 놀랬다. 이유인 즉 알고 보니 카페 주인께서 유기견을 입양해 키우신다고 하셨다.손님들도 크게 불편한 기색없이 보였다. 유기견을 입양해 키우는 카페 주인도 영찬 씨랑 친한 사이였던 것이다. 영찬 씨도 푸들을 키우는데 알고 보니 식당 뒤편에서 보았던 푸들이 영찬 씨 강아지였던 것이다.

그렇게 강아지에 대하여 이야기하는데 나도 정말 궁금했다.

나 역시 동물을 좋아하고 초등학교 때 키우던 강아지가 쥐약 먹고 죽어버려 대성통곡했던 경험이 있고 그 뒤로 어떤 동물도 보면 이뻐라 하며 나도 키울까 하고 생각만 했지 실제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 큰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언가 변화를 감지하게 되고 어떻게 보면 충동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같이 살아야겠다 마음먹게 된다.

그렇게 영찬 씨는 유기견을 입양할 수 있는 앱 -포인 핸드-를 알려주었고 그렇게 나는 여러 유기견과 고양이 그리고 심지어 새도 있었다. 개 종류로는 대부분 믹스견이지만 월코 스키 포메라니안 푸들 치와와 등 심지어는 말라무트까지 보였다.

또 사진으로 보기에도 꼬질꼬질한 강아지 고양이 , 그와는 다른 게 이쁘고 멋져 보이는 강아지도 있다는 게 놀라웠다.

유기견이라하면 흰털이 누렇게 변하고 얼굴 눈밑엔 눈꼽이 덕지덕지 붙어있는게 내가 알고 있는 유기견의 모습이기에 그리고 그런 강아지도 몇몇 보이긴 했지만 극 소수였다.

생각한거와는 다르게 깔끔해 보였다.

그러면서 나는 스크롤을 3번 정도 내리며 몇마리 보지도 않고 한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모르겠다. 난 사실 포메라니안 할까 하고 생각했는데 이 녀석이 그냥 내 마음을 사로잡아버렸다.

그 길로 영찬 씨께 입양하려면 어떡해야 하냐 물어보고 그냥 전화하면 된다고 하길래 무작정 보호센터로 전화했다.

뚜르르르 또르르르 신호 연결음이 몇 번 지나고 나서 여보세요. 하며 받는 목소리의 톤은 내가 기존에 예상하고 있던 그런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대부분 공공기관은 친절하지 않은가?? 그리고 대부분의 상담을 여성분과 해봤다. 어쩌다 남성분이 받긴 하지만 그분들의 직업 특성상 친절함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은 정말 틀리다. 전화받으시며 예예 짧게 끊어 말하는 목소리톤에선 연세가 아주 많으신 할아버지 같았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잘못 걸은듯 한 그런 느낌을 받게 하였다. 그래도 일단 이야기는 해야 했다.

안녕하세요 유기견 보호 센터지요?

예예

저 포인 핸드 보고 전화드렸습니다. 강아지 입양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디서 봤다고요? 하며 다시 물으신다.

포인 핸드요

뭐 보셨는데요?

아ㆍ 저 검은색 믹스견 강아지 보고 전화드렸는데요

공고 번호가 어떻게 돼요?

아 잠시만요. oo_oo_ooo99요

아 그래요 있는지 없는지 봐야 하니깐 보고 전화드릴게요

하고선 끊어버리셨다.


무언가 속는 느낌이었다. 이거 진짠가? 하고 의문을 가질 때쯤 끊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금방 전화가 걸려왔다.


아 있네요. 어떴게 입양하실 거요?

아 네네 입양하려 합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직접 방문해서 강아지들 보고 결정을 하고 싶기도 한데요 방문 가능한가요?

아 방문하는 건 안돼요

아 그럼 사진만 보고 결정해야 하나요? 그러기는 쫌 뭔가 꺼림칙해서요?

어쩔 수 없어요. 입양하실 거면 동물병원에 맡겨 놓을게요?

어떻게 할 거요?


순간 나는 고민했다. 사실 1마리 더 눈에 밟혀서

그래도 직접 보고 결정하고 싶은데 방문이 안된다고 하다니.

이것 역시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결과이다. 당연히 방문 가능할 줄 알았던 것이다

그래도. 어찌할 수 없다. 그럴 수밖에 없다면 처음 결정한 강아지로 가야지

네 입양하겠습니다. 언제 가능한가요? 저는 지금도 가능한데요? 가능한가요?

내일로 해요 내일

내일 몇 시가 괜찮으신가요?

아이고 오는 사람한테 맞추어줘야지 몇 시에 올 수 있어요

내일 그럼 오후 2시까지 방문하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럼 주소는 문자로 보내드릴게 그리로 2시에 와요 내가 그전에 병원에 맡겨 놓을 테니

네 알겠습니다. 혹시 무엇을 준비해 가야 하나요?

준비할게 뭐 있나 내일 병원에서 보고 입양할지 안 할지 보고

입양하면 서류 다 있으니깐 그냥 와요

네 알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하고 끊었다. 무언가 찝찝함은 남아있었다. 먼가 얼렁뚱땅 넘어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내일 경험해보면 알겠지. 라며 집으로 들어온다.

집에 들어와 강아지 훈련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배변 가리키는 방법, 앉아 훈련, 엎드려 훈련, 그 밖에 여러 연상들을 보고 멋지게 훈련시켜 산책을 나가는 것을 상상하며 전화통화에서의 찝찝함을 날려버렸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이름은 뭐라고 지어야 하나?

초등학교 때 키웠던 강아지는 복순이다. 나의 기억으로는 카페에 있던 강아지의 모습에 털만 온통 하얀색인 그런 모습이다.

나도 엉뚱한 장난기가 많은데 이름을 고양이로 할까?

이구아나로 할까? 검은색이니 표백제로 할까? 하며 고민에 빠지는데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 세돌이 알파고에 승리할 수 있었던 신의 한 수 *78수*!!

'그래 왠지 모르겠다 너는 내. 인생의 신의 한 수 같다.

너 이름은 정했다" 칠십팔 수"다.'


세월이 지나 나이먹음에 따라 감정도 말라버리는 듯한데 뒤는게 오는 설렘이 나늘 들뜨게 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뭐지 이 느낌. 세월에 묻혀버렸던 감정, 꼭. 소개팅 받으러 가는 느낌과도 비슷한 것이 마음에 두둥실 피어 났다.


이렇게 설레는 마음에 새벽 3시까지 강아지 유튜브를 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로운 만남


아침 6시 10분 정말 기분 좋은 마음으로 잠에서 깬다. 아침에 들려오는 새들의 지져 기는 소리가 오늘 더 경쾌하게 들린다. 나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시도하는 요즘 눈뜨고 일어나 이부자리 정리하고 청소하자는 습관을 만들려고 하는 중인데 하기 싫었던 일이 오늘은 콧바람까지 흥얼거릴 정도로 마음이 들떠 있다.


나만의 아침 패턴을 하고 오전 9시 배달 대행을 하려 집에서 나온다. 오늘은 콜도 평소보다 여유롭게 잡고 일하던 시간에도 자꾸 78수와의 미래를 그려보게 된다.

'앉아'하면 척 앉고 '기다려'라고 하면 늠름하게 기다리는 모습 산책할 때는 오매불망 미친 들소처럼 저돌적인 게 아닌 나와 함께 발 맞추어 걷는 모습. 상상만 해도 즐겁다.


그렇게 오후 12시 50분이 되어 나는 집에 들어와 차를 타고 약속한 장소에 향하기 시작했다.

1시 58분쯤에 약속한 동물병원에 도착한다.

도착한 병원은 생각했던 것보다 작았다. 아니 상상 이상으로 작았다. Tv나 유튜브에 나오던 병원의 모습은 아니었다.

실제로 내가 잠못이루어 정신과에 수면제 처방받으러 갔던 원장실보다 작았다.

그곳에 도착했을 땐 눈 크고 검은색 고양이 한 마리를 2명의 아저씨가 이리저리 살피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유기 고양이였던 것이다. 아 저렇게 사진을 찍어 올리는구나 하고 보게 되었다. 그러자 작은 키에 마른 몸매 날까로운 듯한 눈매에 얇은 머리에 뽀글 파마를 하고 줄무니 카라티를 입고 흰가운을 입으신 분이 나가라고 했다. 무의식적으로 한 5 발자국 더 들어갔을 뿐인데 진료실 안까지 들어가 버린 것이다. 머쓱 거리며 5 발자국 뒤로 물러나니 입구에 다다른다.


몇 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고양이 사진을 찍던 노후하고 인자한 인상에 얼굴빛은 밝고 건강해 보이는 풍채에 머리는 벗겨져 옆머리만 남아있는 분이 웃으시면서 나오신다. 강아지 입양하러 오셨지요?

아 네. 입양하려 직접 보려 왔어요.

사실 이때만 하더라도 직접 보고 아니다 싶으면 입양하지 않으려 했다.

어르신이 나가시며 인자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그래요. 보고 결정해요

강아지는 병원에 데려다 놓았어요

하며 자리를 뜨신다. 전화 통화했을 때 와는 사뭇 다른 이미지 이셨다.


병원 선생님으로 보이는 분은 고양이를 이곳저곳 더 관찰하시고 15분 정도 지나서 케이지에 있는 고양이를 진료실 옆에 있는 문으로 데려갔고 나오실 때는 좀 더 큰 플라스틱 케이지를 가지고 나오셨는데 그 케이지에는 oo유기견 보호소라고 쓰여있었다.

그 케이지 사이로 보이는 강아지가 바로 내가 입양할 강아지였다. 케이지 안에 있는 강아지는 두려운 건지 불안한 건지 고개는 떨구고 눈동자는 위로 치켜뜬 것이 꼭 진짜 만화에 나오는 항상 두들겨 맞고 구박받는 강아지의 모습이었다.

또 케이지 안에는 신문으로 바닥을 깔아 두었던 것인지는 몰라도 산산조각 나있는 신문 조각을 보게 되었다.

솔직히 그때의 나는 조금 씩씩한 강아지 길 바랬고 또 신문이 갈기갈기 찢어진 모습을 보니 집에서도 내 거 다 잡아 뜯으면 어쩌냐 하며 약간의 실망과 불안을 가지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케이지에서 꺼내어 진료 시트 같은 곳에 강아지를 꺼내어 놓으시며 말씀하신다. 강아지 앞다리 사이에 두 손을 넣어 높이 올려 보여주시고는 인큐베이터 같은 투명케이스에 다시 옮겨 넣으셨다

그리고는 책상에 앉으며 나보고 앉으라 손짓하며 말씀하신다.

순둥이예요 순둥이.

아 네ㆍ

내가 조금 실망한 기색을 보였던 것일까? 순하다고 강조하신다.

그러고선 서류들을 꺼내시며 말씀하신다.

입양하려면 2가지가 방식이 있는데 첫째는 검사 없이 그냥 데려가는 것이고, 2번째는 검사받고 무슨 병이 있나 확인하고 결정해서 데려가거나 입양을 포기하거나 할 수 있는데 어떡하시겠어요?

건강 검진은 다 받은 것은 아닌가요?

기본적인 것들만 진료만 하고 검사는 하지는 않아요

아 그럼 검사하는데 비용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20만 원 정도 하는데ᆢ

서류를 보여주시며 말한다.

나라에서 유기견 입양하면 지원해줘요. 이금액으로 진료를 하거나 아니면 그냥 데려가서 문제가 있으면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데 이때 병원 비용은 본인이 다 부담하는 거예요

어? 그럼 지금 진료받나, 데려가서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진료받는 거나 별반 다를 건 없네요?그럼 검사 받아야지요.


갑자기 대화를 나누던 도중 인큐베이터 있던 녀석이 날보고 짖는다. 꼬리까지 힘차게 저으며, 매력 어필인가?

강아지의 입장에선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난 이때 무언가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선생님의 말씀은 계속 이어졌다

그렇긴 하지만 지금 검사했을 때 이 강아지에 큰 문제가 있다 싶음 그럼 입 양하 려자에게 진료비를 받지 않아요. 받을 수 없죠얼마 살지 못할 수 있는 강아지를 입양시켜 드릴 순 없죠 그 비용은 제가 나라에 청구하면 됩니다.

강요는 아닙니다. 지금 그냥 강아지가 맘에 들고 진료는 그냥 내가 알아서 받겠다 하시면 그냥 데려가겠다 하시면 서류 작성하고 데려가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더욱더 검사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없는데요?

그러면서 난 서류를 읽어본다.

아 최대 15만 원이고 진료비의 60%까지 지원해 주네요.

그럼 제 부담금은 약 8만 원이네요

검사해주세요. 같이 이제 살아갈 녀석인데 혹시 아프면 안 되죠. 사람도 건강검진 받는데 검사해주세요.

그래요. 검사할게요. 그게 진짜 강아지에게도 입양자에게도 좋거든요. 근데 검사 안 하고 그냥 데려가시는 분들도 많아서 그래요

그런 분들도 계시군요.


그러자 선생님은 안경을 고쳐 잡으며 말씀하신다.


사실 그냥 데려가서 뭐가 맘에 안 드는지 그냥 철회하려 전화하거나 방문하는 사람도 종종 있고 데려갔다가 설사해요, 토해요 하면서 파양 하려는 분들도 계시고 별의별 좋류의 사람이 많아서 그래요

갑자기 진지하게 목소리톤을 두껍고 조용한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나가신다

더럽게 돈을 버는 사람이 있죠. 품종 있는 것만 입양하고 그 걸 또 다른 사람에게 파는 사람도 있어요. 정말 못된 인간이죠.

아 네.

대답은 동조하듯 하였지만 사실 난 그게 진짜 나쁜 건지는 모르겠다.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하는 걸로 아는데 의도가 무엇이든 어찌 되었든 선택받은 강아지나 다른 동물들은 살게는 되었지 않은가? 그렇게 또 팔려나간다 해서 불행하다 할 수 있을까? 팔려간 곳에서 이쁨 받으며 다시 살아간다면 해서 이러한 뒷거래를 모르는 강아지들이 불쌍하고 불행한 것일까?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알 수 있는 것이 의사 선생님은 신념이 있기에 그런 생각을 가진다는 것. 그리고 선생님 생각 또한 나와는 다르고 내가 다르게 생각했다 해서 틀린 것일까? 선생님의 생각도 옳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강아지에게 사람이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면 자신을 거래하는 것을 진짜 개같이 욕할 것 같긴 하다.


여러모로 나는 검사한다는 게 맞다 여기고 검사해달라 하였고 선생님께서는 15분 정도 걸릴 거라며 조금 기다리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계속 꼬리 치는 녀석을 데리고는 검사를 하기 식작하셨다.

나는 밖으로 나가 아까의 감정을 뒤돌아 생각해본다.

무언가 운명 같다. 충동적이었지만 이렇게 바로 행동으로 한적은 없다. 이 녀석은 공고에서 보니 2개월 정도 지났는데 아마 안락사 순위 1순위 정도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언가 진짜 내 감정이 요동친다. 진짜 표현을 못하겠다.

그냥 벅차오르다고나 할까?


모든 걸 망가지고 다시 시작하려는 내 모습과 죽기 진짜 일보직전의 강아지의 신세가 같다 여긴 걸까?

삶의 방향성을 읽어버리고 그저 살아간다는 것이 유기견과 같은 신세가 아녔을까?

유기견이란 건 사람이 잡아서 생긴 것이지 애초에 잡히지 않았다면 그냥 자유로웠지 않았을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나와 함께 이제 살아갈 78수는 어찌 되었건 유기견 보호소를 오게 되었고 그런 나는 충동적이긴 하지만 나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정을 주는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 같고 그렇게 우린 만난 것이다.

넌 진짜 내가 신의 한 수를 둔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구나 라며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덧 검사는 끝났고 선생님은 임신테스트기 같은 키트를 5개인가 6개인가 정도를 가져와 상기된 얼굴로 설명을 해주신다.


3개 이 색이 각기 다른 키트를 보여주시며 맨 위에 있는 푸른색을 가리키며 말씀하신다

맨 위 이거 보이시죠? 병이란 게 치료가 되나 안 되나 가 중요한 거예요. 맨 위에 이것이 걸리면 무조건 죽는 병이에요. 이거 검사해서 나온다? 분양시켜드릴 수 없죠. 분양시키면 제가 맞아 죽어요. 다행히 음성이에요

그런데 코로나 문제가 좀 있네요 이건 코로나 검사 인데 이건 양성이네요 2줄이 떴죠? 그런데 이건 치료가 잘 돼요.

제가 책임지고 치료해드릴게요.

또 다른 카트를 보여주시면서

이건 음성이고 문제없어요

뭐가 음성인지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병에 걸린 게 아니니 굿이 따져 묻지 않았다.

그리고선 선생님께서 한껏 고양된 말로 설명을 이어나간다.


근데 얘가 항체가 너무 좋네

항체가 뭐냐면 병을 이기는 힘 진짜 이런 애가 드물어요

카트를 보여주시며 흥분된 어조로 말씀하신다.

여기 선 보이죠. 이건 진하면 진할수록 좋아요

이 정도면 홍역 그 위에 파보가 와도 살짝 감기 정도밖에 안돼요


나는 파보가 뭔지 모르는데 일단 음~ 하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리고선 묻는다.

그럼 선생님 말씀하시는 게 면역력이 좋다 라는 거네요


엄~청 좋은 거예요 면역력이 !!

이 애는 저를 믿고 데려가셔도 돼요.

코로나 이것도 약 몇 번만 먹으면 뚝 떨어져요

어린애들이 항체가 이렇게 안 나와. 정말 좋은 거예요

큰 애들도 이렇게 안 나와요


정말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마치 꼭 자신의 우수한 선수를 홍보하는 에이전트 같았다. 꼭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나는 처음부터 입양할 생각이었다. 그래도 선생님 말씀에 안도감을 얻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아픈 친구를 입양하면 그 녀석도 나도 좋을 순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검사를 다 마치고 서류작성을 하게 됐다. 진짜 이제 나의 식구가 되는 것이다. 서류에 나의 인적사항을 적을 때

선생님께서 여러 가지 팁을 알려주셨다.

간식보다는 사료를 좋은 것으로 해줘라. 그게 더 중요하다

다른 강아지들이랑 어울리려 할 땐 같은 나이대로 맞추어주는 것이 좋다. 애보다 나이 많은 강아지는 덩치가 작은 개라하여도 그래도 살아온 짬밥이 있다. 공격할 수도 있고 그런 공격을 받으면 더 나아가 애가 컷을 때 다른 강아지를 공격할 수도 있다. 그러니 같은 나이대로 놀게 해 주고 처음 봤을 때 사이좋다면 놀게 해 주고 서로 짖거나 으르렁거리면 붙여놓지 마라.

등등 서류를 작성하는 동안에 유용한 여러 말씀을 해주셨다.

그렇게 서류를 다 작성하고 드디어 인큐 베이스에서 78수가 나오게 되고 나의 품에 안기었다.

나의 품에 안긴 78수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미친 듯이 핥기 시작했다. 마스크가 눈을 가릴 정도로 혀의 파워가 상당했다. 마치 개미핥기가 개미를 퍼먹듯이 아주 나를 퍼먹을듯한 기세였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잘 가라며 78수에게 머리 쓰다듬으며 인사해주시고 1주일 뒤에 78 수 예방접종 가까운 병원에 가서 하라며 말씀해주셨다.

나는 감사하다며 인사를 건네고 그렇게 78 수를 데리고 차에 태웠다. 사료와 서류 그리고 약을 챙겨 집으로 가기 전에 먼저 78수 목욕을 시켜야 했다. 모습은 꼬질꼬질하고 냄새는 홀아비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좁디좁은 케이지 안에 2달을 넘게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애견 미용하는 곳을 찾아내어 전화를 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그곳에는 미리 예약을 해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좀 난감했다. 난 또 의사 선생님께 왜 사람이 쓰는 샴푸는 개한테 쓰면 안 되는지 물어봤는데 강아지들의 피부는 약하다고 한다. 사람으로 치면 할아버지 피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집에 애견용품은 하나 없는데 그리고 처음은 깔끔하게 단장시켜주고 싶었다. 유기견을 오늘 처음 입양했다, 그리고 집에 개 전용샴푸도 없다, 냄새 심하고 꼬질하다. 강아지 미용은 하지 않고 목욕만 시킬 거라고 하자 전화기 너머로 잠시 고민하는 듯한 음~ 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내 결정하셨는지 목욕은 가능하다 하셨다. 그래서 나는 미용하는 곳에 78수를 데리고 갔고 그 미용사분은 젊고 통통한 몸에 흰피부를 가진 중년 남성이였다. 40분 걸리니 좀 있딘오시라고 했다. 강아지 이름을 물어보시길래 78 수라고 하니 숫자로 지으신 분은 처음이라며 웃으셨다. 그러고는 발바닥 털이 있는데 이것까지만 정리해주신다고 하셨고 그래도 그렇지 목욕시키는 게 그렇게 오래 걸리다니 강아지 씻기는 게 여간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일단 알겠다고 하고 집에 들어와 78수가 혹시 집을 엉망으로 만들진 않을까라는 염려에 청소를 했다. 물건들을 최대한 높게 올리고 선반장에 있는 물건들을 박스에 주워 담아 올리고 조금이라도 공간을 넗히기 위해 선반장은 빼버리기로 결정하고 집 밖에 내어놓았다. 아침에도 정리한다 정리했지만 불안은 어쩔 수 없긴 하다. 그렇게 청소를 하고 있을 때쯤에 미용샵에서 78수 목욕 끝났으니 데려가라 전화 주셨고 그렇게 나는 78수를 데리러 갔다.

애견삽 창문 너머로 78수가 산책하듯이 미용샵을 거닐 고 있는 게 보였고 나는 아주 기분 좋게 문을 열고 들어가며 78수야 하고 불렀다.

그러나 녀석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더니 구석에 쭈그려 엎드린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와 주는 것은 무리였을까?

마스크 벗겨질 정도로 핡다놓고 선 내심 서운했다. 하긴 30분 같이 있던 곳도 차 안이였으니 아직까진 난 녀석에게 어색하고 두려운 존재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니 슬금슬금 다가오는 78수를 들어올려 안았다.

그런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냄새는 빠졌지만 비듬 같은 것들이 보였다. 어 뭐지 하고 여기며 물어보았고 유기견이라 어쩔 수 없이 방치에서 오는 것은 한 번으로는 되지 않는다 말씀하셨다. 왠지 속는 느낌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럼 또 대려와야 하나 물어보았고 그냥 집에서 씻겨도 된다 하셨다.

애가 얌전해서 어렵지 않을 거라 하셨다. 나는 수긍하고 78 수를 데리고 나왔다.

그래. 이제부터 진짜 친해지는 시간들을 보내는 거야 라면서

78수는 알아 듣지도 못할 이야기를 하며 그러고는 미용샵을 나와 차가 있는 곳까지 걸으며 머리와 등을 토닥여주며 차에 태워 드디어 집에 데리고 왔다. 집에 도착해 가슴에 안겨있는 78 수를 내려놓았다.

이곳저곳 킁킁거리며 다닐 거란 예상과는 다르게 풀 죽은 듯 슬로모션 같은 걸음으로 몇 걸음 가다가 털썩 엎드리고 마는데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