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계란밥

기본 계란 두 개

by 은조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계란은 완전식품이다. 아직까지는 계란을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다. 가끔 흰자가 좋다든지, 노른자가 좋다든지 하는 사람만 있을 뿐. 삶은 계란을 먹을 때는 유독 그렇다. 남편은 노른자가 퍽퍽하다며 흰자를 선호하고, 나는 흰자 맛이 밍밍하다며 노른자를 선호한다. 굳이 양보할 필요도 없는, 얼마나 평화로운 밸런스인가.


삶은 계란은 보통 여행을 갔을 때, 찜질방에 갔을 때, 아니면 엄마가 시장에서 계란을 한 무더기 사 왔을 때 대량으로 쪄놓으면 먹었다. 나는 기름에 튀긴 듯 익혀낸 계란 프라이를 좋아하는데 다이어트할 때는 차마 먹을 수가 없다. 다이어트할 때는 삶은 계란이 기본이니까.

하지만, 최근 운동하게 된 친구를 통해 알게 된 것인데, 무려 0칼로리 다이어트 오일이 있다고 한다. 제로 콜라 같은 느낌인가? 어쨌든 결혼식이 끝난, 당일 저녁부터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은 끊은 지 오래다. 만족할 만큼은 아니더라도 성인이 된 이후 최저 몸무게는 찍었다. 하지만, 곧 다이어트를 다시 해야 함은 틀림이 없다. 기름을 쓰지 않은 계란 프라이는 먹고 싶지 않았는데 대체품이 있다니 희소식이 따로 없다.


계란 프라이는 하루에 한 끼는 꼭 반찬으로 먹는데, 통상적으로 하루에 계란 두 개가 제일 적당하다고 하니 그 이상은 먹지 않는 편이다. 보기보다 FM이다.

집에 마땅한 반찬이 없을 때는 계란만으로도 충분히 끼니를 때울 수 있다. 계란 프라이 외에도 오믈렛, 스크램블 에그, 계란찜, 계란탕 등 계란으로만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무궁무진하다.

거기다가 가장 간편하고 맛있는 간장계란밥을 만들 수 있다. 요리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지만. 동생과 단둘이 있을 때, 라면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만들어 본 음식이기도 하다.

간장계란밥은 그 이름처럼 간장, 계란, 참기름이 기본이다. 생채를 담갔을 때 꼭 먹어야 하는 것도 간장계란밥인데, 생채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계란을 좋아하니 계란 프라이를 두 개는 넣는데, 둘 다 완숙이 되면 안 된다. 꼭 서니 사이드 업이어야 한다. 갓 지은 흰쌀밥에 계란 프라이를 바로 올려놓고 노른자를 터뜨리면 밥알 하나하나에 노른자가 입혀지면서 참기름의 고소함과는 또 다른 고소함이 풍미를 더해주는 것이다.

게다가 프라이팬에서 다른 접시로 옮기지 않으면 노른자가 터질 염려도 없고, 설거지 거리가 줄어들기도 한다는 점이 좋다.


나는 계란밥에 넣는 소스로, 집에 구비된 진간장과 참기름으로도 충분하다 느끼는 바이다. 그래서 마트에서 파는 계란밥 간장소스를 보고 참 신기했더랬다. 남편은 나보다 느끼한 걸 잘 먹는 편인데, 간장계란밥을 할 때에도 버터나 마가린, 아니면 마요네즈를 넣는다. 특히 참치마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집에서도 참치 캔을 꺼내 마요네즈를 가득 넣고 비벼 먹기를 즐긴다. 살이 안 찌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남편과 나는 나름 요리를 한다. 본인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낄 때는 있지만 특별히 맛없던 음식은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나는 내 기준에서 이보다 더 맛있을 수 없다고 생각되면 그 레시피를 그대로 유지하는 반면에, 남편은 과감하게 레시피를 바꿔가며 더 뛰어난 맛을 찾아내려 하는 것이다. 음식에 대한 열의와 도전적인 면모가 나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리하여 우리 집 메인 셰프는 남편이다. 집에서도 적재적소의 원칙은 필요한 법.


세월이 흐르면서 계속 좋아하는 음식도, 계속 싫어하는 음식도 여전한 게 대부분이지만, 입맛에도 변수라는 건 있는 법인가 보다.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케첩을 훨씬 좋아해서 계란 프라이도 케첩에 찍어 먹었는데, 냉장고에 케첩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마치 냉장고의 일부처럼 부족하면 꼭 채워놔야 하는 것이었다. 그 호불호 많다는 케첩계란밥도 맛있게 먹던 아이였는데, 맛에 대한 주관이 생긴 다음에는 케첩을 쓰는 게 한정적이 되었다.

프렌치프라이를 먹을 때, 스팸을 구워 먹을 때, 양배추 샐러드를 할 때,

이것 빼고는 케첩을 뿌리는 일이 없다. 지금 당장 냉장고에 케첩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다.


지금껏 시도하려다가 실패한 것 중 하나가 아보카도 비빔밥이다. 요리 자체는 전혀 어려울 게 없는데, 아보카도를 사놓으면 번번이 먹기조차 실패해서 버리기 일쑤다. 게다가 잘 먹지도 않는 값비싼 명란젓까지 준비해놓고 기다리다 보면 젓갈 유통기한이 코앞이었다.


계란밥에 아보카도 하나만 더 올라가면 될 뿐인데,

정녕 아보카도를 익혀 먹는 것이 이리도 어려운 일이었단 말인가.


그렇다고 매번 집에 있는 게 아니라서 완숙된 걸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보카도를 좋아해서 집에서 꼭 아보카도로 요리를 해보고 싶은데, 시기를 맞추는 게 너무나도 쉽지 않다. 참다못해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방법도 시도해 보았지만, 이내 실망스러운 맛에 좌절하고 말았다. 아보카도에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FM은 FM으로 가야지. 실패는 있어도 포기란 없다.


나는 오늘도 아보카도를 산다.

그리고 아보카도를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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