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쥐의 3수 성공기

5) 학원을 몇 개나 보내야 좋을까요? 입시 이야기 ②

by 구름돌

사교육, 즉 학원이란 어떤 곳일까?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학원을 한 번이라도 다녀봤을 것이다.

대학교 입시 학원 뿐만 아니라 토익학원이나, 스피킹 학원, 중국어학원, 자격증을 위한 학원이나 요리 학원 등을 다녔던 경험은 대부분 있을 것이다. 나도 대학 입시가 끝난 후에도 많은 학원들을 다녔었다.


다들 학원을 등록하기 전에 비슷한 고민을 한다. 이 학원이 나에게 도움이 될 지, 이만한 가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 수십번 고민을 하고 등록을 할까말까 또 몇 달을 망설인다.


하지만, 대학교 입시 학원을 등록할 때에는 큰 생각을 하지 않는 듯 하다.

다들 다녀서 불안하니까, 혹은 하나라도 더 다니면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 싶어서 많으면 일 년에 수천만원까지도 학원을 등록한다.


이런 것에 익숙해진 학생과 학부모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학원을 등록해서 다니는 행위 자체에 의존하고, 거기에서 만족감을 찾는다는 것이다. 성적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학원을 새롭게 등록했기 때문이라고 자축하고, 성적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등록한 학원이 잘못 되었는지, 새로운 곳을 추가해야 하는지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학원 ≠ 성적 상승

나는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원이 근처에 없어 인터넷 강의를 주로 들었었다. 인터넷 강의란, 학원 수업을 녹화해서 강의로 틀어주는 것이기에, 잘만 선택한다면 큰 도움이 된다.

나도 처음에는 제일 유명한 강의들부터 신청을 해서 들었고, 남들이 많이 듣는 강의부터 '필수~' 또는 '족집게~' 라는 말이 들어가는 강의들까지 전부 신청했었다. 당시에는 PMP 라는 동영상 재생 기계에 영상을 받아서 들었는데, PMP 에는 수많은 인터넷 강의들로 가득했었다.

내 학습 플래너에는 인터넷 강의 계획들로 빼곡했다.

하루에 10시간, 12시간을 듣는 경우도 있었지만 괜찮았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편한 공부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내게 떠먹여 주는 강의들만 계속 받아먹고 있으면 되니까.

그렇게 1-2달이 지나고 보니,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내 성적도 오르지 않았고, 학습의 길 위에서 걸어가지 못 하고 제자리에서만 돌고 있는 느낌이었다.

강의의 필기노트와 정리노트는 쌓여만 가고 있는데, 정작 나 자신의 지식은 쌓이지 않고, 내가 어떤 것을 모르는지 또 어떤 것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주말에 하루 날을 잡아서, 내가 이 강의를 왜 듣고 있는지에 대해서 쭉 평가를 해보았다.

'이 선생님은 강의가 재밌다', '가끔 딴 얘기를 해줘서 지루하지 않다', '핵심 요약을 잘 해준다', '암기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번에는 내가 어떤 강의가 필요한지 생각해보았다.

'국어는 문학 부분이 약한 것 같다', '수학은 수학의 정석을 수십번 봤기에 개념은 아는데, 응용법을 잘 모른다', '영어는 문법은 알지만, 고난이도 문제만 틀린다'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고, 내게 필요한 것들을 정리했다.

나는 신청한 강의들을 과감하게 다 취소했고, 일주일에 2-3시간 정도만 인터넷 강의를 듣게 되었다.


다시 내 길을 찾을 수 있었고,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다.

내가 원하던 의과대학에는 입학할 수 없었지만, SKY 대학교의 비인기과에 합격할 성적까지 올릴 수 있었다.


학원이란, 고급 뷔페 같은 곳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서울로 올라와 재수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용감한 시골 사람이었기에 가능했을 지도 모르지만, 나는 재수학원을 선택할 때에도 2박 3일간 서울에서 혼자 재수학원들을 돌아 다니며, 일일이 상담을 받았다.

내게 도움이 될만한 곳인지, 어떤 것들을 중심으로 하는 곳인지에 대해서 들어봤고, 내 스스로 내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재수학원을 등록하였다.


재수학원에서 학원 수업을 들어보고는 나는 충격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다른 학생들은 재수학원을 다니면서도, 또 저녁에는 다른 학원을 다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그 비싼 돈을 내고 온 재수학원 수업시간에도 다른 학원 숙제를 하는 학생들이 태반이었다.


내가 다녔던 곳은 4시 까지 학원수업을 하면 이후에는 자율학습 시간이 있었다. (내가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학교에서처럼 체벌이 있거나 자율학습을 강제하지는 않았는데, 대부분이 자율학습 시간을 이용하지 않고 다른 학원 수업을 들으러 나갔다.

재수학원의 강사 선생님들의 대부분이 소위 말하는 '일타 강사'는 아니었지만, 내가 학교에서 배웠던 것과는 다른 접근법, 문제 풀이의 요령, 내가 부족했던 응용법 등을 배울 수 있었고 이 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저녁에는 반드시 자율학습을 했다.

하루하루 내가 퍼먹을 수 있는 지식들이 너무 많았고, 내가 이 서울의 사교육을 왜 이제서야 알았을까 너무 아쉬워하며 재수 시절을 보냈다. 당연히 학교 수업들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것들도 있었다.


내가 서울에 처음 올라와서, 애X리, 빕X 같은 뷔페들을 처음 갔을 때 느꼈던 충격과 비슷했다.

'이런 것도 먹어 볼 수 있다고?'

하지만, 눈 앞의 음식들에 현혹되어 마구잡이로 담다 보면, 얼마 못 가 배가 차오르고 결국 뷔페를 만족스럽게 즐기지 못 하고 만다.


나는 학원에서도 과하게 섭취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내게 필요한 최소한의 선택수업들을 들었고, 논술이나 대학교 수준의 수업을 해주는 고급 수업들은 과감하게 배제하였다.

그렇게 일년 동안 성적이 많이 올라 SKY 대학교의 인기과에 합격은 했지만, 아쉽게도 의과대학에서는 대기번호만 받고 떨어졌다.

삼수를 할 때에도 같은 태도로 공부를 하였고, 하루하루 성적이 오르며 SKY 의과대학에 붙을 수 있었다.


학원이란 결국 맛있는 고급뷔페라고 생각한다.

화려하게 현혹하지만, 모든게 내가 원하는 음식이 아닐수도 있고, 내 배는 한정되어 있기에 모든 것을 배터지게 먹을 수도 없다.

내가 원하는 것들로 내 배를 맛있게 채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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