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화 (炎火)

by 구름돌

촛불이 꺼져간다


타오르기 시작한 순간 보지 못 했기에,

태초부터 얼마나 크고 길었지 알 수 없기에


나는 그저 흘러내려온 촛농과 주름진 흔적을 보며,

얼마나 오랜 세월 스스로를 불태

주변을 따뜻하게 밝혔을 지 가늠할 뿐이다


무엇이 그리 아쉬워서 위태롭게 남은 심지를 불태우고 있느냐

무엇이 그리 염되어 마지막까지 힘을 다해 불타고 있느냐


만약 나의 말이 들린다면,

그동안 고생 많았다, 충분히 따뜻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 오늘도 또 하나의 불꽃 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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