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쥐의 3수 성공기

4) 학원을 몇 개나 보내야 좋을까요? 입시 이야기 ①

by 구름돌

“학원을 몇 개나 보내야 좋을까요?”

"학원을 꼭 보내야 할까요?


이 질문은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면서 나오는 고민의 결과로 생각된다.

입시에서는 사교육과 공교육이 매번 싸우고, 매년 정부에서는 공교육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을 발표하곤 한다

사교육 업계도 학기 초 또는 수능이 끝난 후에 학원가에서는 입시대비반, 재수대비반 등을 광고하기 시작한다.

재수, 삼수까지 하며 입시생활을 해 본 결과 결국 공교육, 사교육은 모두 다 필요하고 제각각 역할이 있다.

이번에는 내 입시 생활의 경험들을 얘기해 보면서, 공교육과 사교육을 비교해보려고 한다.


엉덩이가 가벼운지 확인해 보자.

나는 지방의 공립고등학교를 나왔고, 기숙사 생활을 했다. 기숙사 생활을 했다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학교 주변에는 학원 같은 것은 거의 없는 외진 곳에 학교가 위치해 있었다. 정보를 교류하는 학부모회나 모임 같은 것도 당연히 없었기에 인터넷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인터넷 강의 정도만 우리끼리 찾아서 본 정도였다.

3년 동안 학교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엉덩이 무겁게 앉아 있는 방법이다.

고등학교가 그래도 교육적으로는 열정적이었기에, 입학 당시부터 자율학습 (자습)을 강제로 시켰다. 당시 고등학교들이 대부분 자율학습을 했겠지만, 우리 학교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시켰던 것 같다.

평일에는 우선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저녁 6시까지 필수로 자습을 해야 했고, 저녁 7시부터 다시 00:20까지 자습을 하는 것이 필수였다.

애매하게 밤 12시가 아닌 이유는, 12시가 되면 학교 방송으로 수능 기출 영어 듣기 평가가 재생하였고, 그 방송을 다 들어야 자습실에서 나갈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지독하다…


그때 당시에는 당연하게도, 자습시간에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은 한 결석하는 것은 꿈도 못 꿨고, 조금이라도 지각하면 자습실 앞에 기다리시던 선생님께 매를 맞았다.

자습시간에도 수시로 돌아다니시며, 딴짓을 하진 않는지 감시하고 딴짓하다가 걸리면 매타작을 맞았다.

당연히 매를 맞고 강제적인 것을 옹호하지 않고, 그렇게 해야 된다는 말이 아니다. 공부에 대해 생각이 없던 내가, 그래도 빠르게 공부의 흐름을 탈 수 있었던 건 억지로나마 무거운 엉덩이를 체득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우선은 집중하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처음부터 오래 앉아있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나도 처음 1학년 때에는 몰래몰래 화장실 간다는 핑계로 돌아다니기도 했고, 책을 펴놓고 앉아 있었지만 가만히 글자랑 눈싸움만 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렇게 앉아 있는 것이 익숙해지자, 나중에 한 번 집중하면 몇 시간이고 앉아있을 수 있게 되었다.

학습하는 시간이 있어야, 학습의 질도 올릴 수 있다.


우리는 학교를 다니면서, 사실 이를 모두 연습해 왔다. 수업시간 50분, 쉬는 시간 10분. 한 반에서 이 50분의 학교 수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듣는 학생은 얼마나 될까.


이런 학생들을 주변에서 봤을 것이다. 혹은 본인이 그럴 수도 있다.


학교 수업이 너무 지루하다고 느껴지고,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부모님이, 또는 어떻게 정보를 들어서 족집게 강의를 듣게 되었다. 농담도 해주시고 칠판도 화려해서 수업 시간이 너무 즐겁다. 색칠한 것들만 외우면 된다고, 받아 적고 달달 외우라고 말해주신다. 문제들도 잘 풀리는 것 같다.

다음 날 학교를 갔는데, '인간수면제'로 불리는 선생님의 수업시간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지'라고 생각하며, 학원에서 나눠준 숙제를 서랍에서 꺼낸다.

2-3문제 정도 푸는데, 선생님의 졸린 목소리가 들려온다. 스르르 잠이 들었다.

학원을 가기 전에 아까 잠들어서 못 한 숙제를 후다닥 해서 간다.

학원 선생님이 오늘은 농담을 어제보단 적게 해 주시는 것 같다. 지루하고, 딴생각도 자꾸 난다. (이때, 학교에서 내준 숙제가 생각나서 꺼내드는 경우도 있다) "자!" 하고 또 칠판에 화려한 색으로 뭔가를 적어주신다. 받아 적고 이것만 외우라고 하시길래 일단 받아 적고 외웠다.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을 늘리고 싶으면, 먼저 아무리 재미없는 수업이라도 집중해서 50분 동안 들을 때까지 연습해 보자. 그리고, 한 번에는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것부터 우선 해보자. 학교 수업시간에는 학교 수업만, 학원에서는 학원 수업만. 본인이 한 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일지, 두 개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일지 알 수 없다. (대부분이 본인은 멀티태스커로 착각하지만, 실은 한 가지만 집중할 수 있다.) 이것만 잘 된다면, 어느 순간 1시간, 2시간 집중해서 공부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집합을 홀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중고등학교에서 학원과 다르게 배울 수 있는 것은 학문의 흐름, 맥락이다.

학원에서 족집게 위주의 수업 말고, 이론 위주의 수업을 해주는 선생님들도 많지만, 그런 수업도 대부분은 전반적으로 같은 텐션을 유지하며 진행하지 않는다. 집중력이 안 좋은 학생부터 좋은 학생까지 모두에게 인기 있는 수업이 되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완급조절을 하게 되고 그 학문 자체 내에서 서로 다른 긴장감들이 만들어진다.


많이들 착각하는 게 있다. 본인이 이해하기 어렵고 생소한 개념이, 수능에서도 고난도 혹은 고점 문제로 나올 것이란 착각이다.

고점 문제들을 틀려 중상위권 정도에서 고득점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보통 하는 루틴이 있다.

(제가 공부를 해보고, 많은 과외 학생들을 보며 느낀 것뿐이라 틀릴 수도 있습니다)


시험을 보고 왔는데, 만족스러운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잘 봤다고도, 잘 못 봤다고도 하기 애매한 점수다.

다시 분발해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고 책상 앞에 앉는다.

우선 수학을 공부할 때는 쉽게 읽히는 앞부분은 후다닥 건너뛰고, 미적분 또는 기하 부분을 반복해서 읽는다.

공부를 처음 시작 한 학생들은 첫 단원인 집합 단원만 책이 더러워진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공부를 하는 학생은 오히려 집합 단원만 깨끗하다. 영어를 공부할 때는 어려운 단어들을 잔뜩 찾아 외우기 시작한다.

미분과 적분을 할 수 있고, 이전에 틀렸던 문제의 해설도 다 외웠다. 단어도 단어장이 닳도록 외웠다.

다시 시험을 볼 때가 다가왔다.

이런, 하필 내가 지나갔던 부분에서 나온 고점 문제가 나왔고, 미적분 문제는 이전과 비슷한 문제인 것 같은데 어쩐지 묘하게 정답이 구해지지 않는다. 저점 문제에서도 알고 있던 개념인데 잠시 헷갈려서 함정에 걸려버렸다. 아, 또 내가 모르는 어려운 영단어가 나와 지문이 해석이 잘 되지 않는다.

이전과 비슷한 성적이 나왔고, 수학 해설 강의들을 찾아본다. 손도 못 대고 있던 어려운 고점 문제들을 척척 풀어주신다. '아, 알고 있던 개념인데'. 이번에는 영어 지문 해설집을 찾아보고, 영단어장에는 abstruse (난해한) 이란 단어를 채워 넣었다.

앞의 과정을 또 반복한다.


성적이 어느 정도 오르고, 정체된 구간에 있는 학생들이 자주 겪는 일이다. 나도 이 악의 굴레에 빠져 한동안 시간을 보내고, 성적은 오르지 않아 허덕였었다.

미분과 적분 파트에서 고점 문제들이 나오는 빈도가 높은 것은 맞지만, 모든 파트에서 고점 문제들이 나온다. 개념이 어렵기 때문에 고난도 문제들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 문제에 어떤 단원의 어떤 개념을 적용해야 하는지 찾기 어렵게 숨겨놓은 문제들이 고난도 문제들이다.

과외학생들에게 항상 했던 얘기가 있다. "수학은 문제 속에 답이 있다"

문제를 가만히 읽어보면, '너, 이 문제가 A 단원 문제라는 걸 알고 있니? 그렇구나, A 단원에서 B라는 개념을 알고 있니?' 하고 힌트를 계속 주고 있다.

과외학생에게 그 개념을 물어보면, 달달 외우고 있다. 이 문제의 힌트가 똑같은 걸 말하는 거라고 알려주면, 그제야 "아! 이거 알고 있었던 건데!" 하고 알아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집중해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한 공부 과정이다. 다만, 혹시 내가 어떤 단원들을 홀대하고 있는지는 확인해 보자. 학교에서는 교과서를 대부분 빼놓지 않고 읽어주신다.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 과목을 배우면 되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고, 교과서를 한 번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읽어본다면 그 과목의 흐름을 잡고, 기초를 탄탄하게 다져갈 수 있다.


영어는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나오는 단어만 잘 외워도 충분하다. 다 외우고도 시간이 남을 때 고급 단어들을 외우면, 약간 도움이 되는 정도이다. 고등학교 입시 시험은 얼마나 어려운 단어들을 잘 외워뒀는지를 확인하려는 시험이 아니다. 대학교 영문과나 토익, 토플에서만 나올 법한 고급 문법을 물어보지 않는다.

영어의 경우, 특히나 더 학교 수업들보다는 학원 수업에 의지하는 과목으로 생각된다. 자신이 공부를 하면서, 혹시나 고등학교 교과서를 벗어나서 허덕이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 보자.

단어와 문법은 고등학교 과정, 수능 필수 단어 및 문법 정도면 충분하다. 고난도 문제들은 독해력이 가장 기본이고, 수학과 마찬가지로 이 문제에서 내가 알고 있는 문법 중에 어떤 것을 물어보고 있는지를 알아채는 싸움이다.


작가의 이전글신호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