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나의 소개를 하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현재 대한민국 국적의 45세 여성이다.
실패한 사업가이고, 공황장애에 우울증 환자다.
그리고 레즈비언이다.
광고 글을 대필하는 일로 근근이 먹고살고 있다.
그리고, 암에 걸린 새아빠와 엄마의 집에 얹혀살고 있다.
이게 현재의 내 모습이다.
내 인생은 비참함 그 자체이지만, 내게 주어진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나보다 더 비참한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는 걸 나는 안다.
나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이대로 살다가 죽을지, 아니면 더 나아갈지는 모르겠다.
인간의 끝없는 불행이 나에게도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부터 내 현재와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2가지다.
한 가지는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게 인생인데, 지금까지 쓸데없는 에피소드들로만 채워진 내 인생이 가여워서다.
나는 항상 죽음을 생각한다.
자살이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실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매체에 나온 사람들의 뜻하지 않은 죽음이 내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건 교만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조급하다.
인간의 우스운 점은 이렇게 조급할 때, 스스로를 위한 연민이 샘솟고,
고통뿐인 세상이지만, 뭐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이 책이 나의 유언장이자, 버킷리스트가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언제나 책 보는 것이 좋았고, 글 쓰는 게 좋았지만 어쩐지 부끄러워서 잘 쓰지 않았다.
나 따위가 무슨 글을.....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세상에 날고 기는 작가가 얼마나 많은데....
쓴다는 생각만 해도 긴장되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위 문장이 내게 용기를 주었다.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 인생에서 그깟 글 따위가 뭐라고.
어차피 죽으면 무 일 텐데..........
첫 책은 꼭 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을 타인에게 아무 부끄러움 없이 솔직하게 내보이고 싶다.
그리고 이왕이면 이 책이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부유했던 프루스트처럼 아름다운 문체로 쓰고 싶지만, 나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다.
(잠이 안 올 때 나는 종종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본다. 그럼, 마음이 따뜻해지고, 나른해진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이 글을 보는 사람들도(남성, 여성, 그리고 성향 구분 없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기에 나의 삶을 통해 고통뿐인 인생을 같이 탐구하고 헤쳐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살아온 과정을 통해 조금이라도 어떤 이의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