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서촌>
제2 브랜드를 내기 위한 장소를 물색했다.
그 당시 이태원 경리단길이 제일 유명했는데, 인연이 없었는지 매장 계약까지 했지만,
계약을 한 사람이 계약을 취소했다.
너무나 유명한 상권이었기에 하루하루 권리금이 뛰는 게 원인이었다.
여기저기 알아보다 경복궁 옆의 서촌이란 상권에 맘에 드는 자리를 발견했다.
고즈넉하고, 한국적인 부분이 맘에 들었다.
이곳 역시 유명한 지역이라 권리금이 싸진 않았다.
해외 진출이 목표였기 때문에 한류의 느낌도 내고 중저가 가격에서도 자유로운 곳.
그래 여기가 딱 제2 브랜드를 내기 좋은 곳이다.
한국적인 빈티지 느낌의 인테리어를 하고, 법인 설립 때부터 함께한 R&D 담당 S 팀장과 메뉴 구상을 하기 시작했다.
S 팀장님 독특해야 해. 무난한 거 필요 없어. 무조건 튀어야 해.
메뉴의 재료를 무한대로 보고, 생각의 틀을 깨는 거야.
둘은 그때부터 메뉴 개발에 공을 들였다.
한국적인 요소가 들어간 빈티지한 인테리어가 완성되고 기계가 모두 들어왔어도, 문을 열지 않고 메뉴 개발에 집중했다.
그 당시 S 팀장은 코코넛을 좋아했다.
나는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지만, 어쩐지 뭔가 신박한 메뉴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은 들었다.
예전에 레몬소주가 유행했을 때가 있었다.
거기에 한 발 더 나아가 대학로의 어떤 술집에서 수박 반을 잘라 수박 소주를 거기에 담아 내오기도 하고, 파인애플을 잘라 파인애플 소주를 만들기도 했다.
지금은 식상한 아이템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그런 것들이 없을 때여서 그 술집을 정말 장사가 잘됐다.
.......코코넛..... 을 잘라 빙수로..... 만들어 볼까......
그런데 저 나무껍질과 같은 코코넛을 어떻게 자르지????
그때부터 별의별 시도를 다해 본 것 같다.
중국 사이트에 들어가 코코넛 자르는 기계를 찾기도 하고, 전기톱으로 잘라 보기도 했다.
물론, 잘라지긴 했다.
단지. 시간이 많이 걸릴 뿐이다.......
이래서는 몇 개 팔지도 못하고 나가떨어지겠다.......
유튜브를 뒤졌다.
거기에도 별다를 건 없었는데, 코코넛을 좋아하는 개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아직도 코코넛은 한국 사람에게 친숙한 과일음료는 아니다.
누군가는 화장품 먹는 느낌이고, 누군가는 걸레 빤 맛이라고 한다.
하지만, 동남아에서는 두루 음식 재료로도 쓰이고 미국이나 유럽에선 건강음료로 사랑받는다.
비건들에게 우유 대체품으로 사랑받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어쨌든, 그 유튜버는 갈색의 코코넛을 통째로 물에 담갔다.
코코넛 껍질이 물에 스며들고, 어떤 부분을 칼로 가격하자, 쩍 하고 크랙을 내면서 반으로 갈라지는 게 아닌가.
몇 번을 다시 돌려보고, 흉내를 내보았다.
처음엔 잘되지 않았는데, 계속 실패하다 불현듯 자전거 타는 균형을 알아채듯 어떤 순간부터 갈라지는 부분의 느낌을 알 수 있었다.
그래 됐다.
시작이 반을 넘어 이제 8부 능선에 다다른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코코넛 빙수는 탄생되었고, 여러 열대과일과 한국의 제철 과일로 우리는 많은 메뉴들을 만들었다.
순수하게 과일음료를 넘어 커피에까지 섞는 대담한 음료들도 탄생했다.
매장은 조금씩 유명해지고, 지금도 유명한 커피 프랜차이즈 개발팀들이 찾아오는 횟수가 빈번해졌다.
그때부터 난 동남아시아에 출장을 자주 다녔다.
나의 목표는 해외에 한국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을 내는 게 꿈이었기에....
태국, 싱가포르, 필리핀을 주로 다녔다.
그러던 중, 오래 함께 일한 인테리어 소장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때는 몰랐다.
웅~하고 테이블에서 울리던 전화의 서늘한 진동이 지옥으로 들어가는 현관문의 울림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