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업>
납품 거래처는 주유소다.
한참,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가 유행인 상황이라 몇몇의 고급스러운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는 고객에게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곳에 원두와 컵 그 외 커피 부자재를 납품하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원두 납품업으론 성에 차지 않았다.
광고 형태의 이벤트성 상품에는 끝이 있고, 한계도 있다.
좀 더 다른 것이 필요했다.
그러던 보험회사에서 알게 된 동갑내기 친구가 내가 전에 커피 회사를 다니고, 지금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나에게 카페를 오픈해 줄 수 있냐고 물어왔다.
그렇게 M 커피 프랜차이즈는 탄생했다.
공덕동에 있는 모 대기업 사옥 근처에 있는 약국 1/4을 쪼개 약 3평의 공간을 만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임대료가 비싸 고민이던 약사님이 분양 주의 허락을 받아 전 전대 형식으로
계약을 한 것이다.
약간의 수고비만 받으며, 내가 받아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원가로 카페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커피 머신과 각종 기기를 구입했다.
미래의 창업을 위해 전에 있던 커피회사에서 카페 창업에 관한 모든 걸 배웠기에 생각보다 수월하게 카페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커피 메뉴 짜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다만 샌드위치 메뉴 짜는 일은 좀 어려웠다.
샌드위치 메뉴는 친구와 같이 우리 집에서 연습했다.
생각 이상으로 매장은 잘 됐다.
특히, 다른 카페에 없는 유명 브랜드 아이스크림으로 밀크셰이크 식으로 만든 메뉴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잘 나갔다.
그렇게 그때까지는 아무 형식도 갖추지 않은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려니 서류적으로 할 일이 많았다.
우선 법무사를 통해 개인사업자에서 법인 사업자로 바꾸고, 가맹거래법에 따라
정보공개서라는 걸 만들어야 했다.
또한 변리사를 통해 상표등록도 해야 했다.
모든 걸 혼자 했다.
지금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무난하게 가맹거래사를 통해 일 처리를 하지만 그때 당시 가맹거래법이 생긴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한 푼이라도 아껴보고자 가맹거래사 없이 직접 정보공개서를 만들었다.
공무원은 아마 속이 터졌을 것이다.
형식대로 만들어야 하는데, 초짜였던 나는 너무 서투르게 서류를 만든 것이다.
그렇게 고치고 고쳐서 정보 공개서를 6개월 만들었다.
나중에는 담당 공무원도 지쳤는지 일일이 빨간색으로 넣어야 할 것 빼야 할 것등의 모범 답안을 보내 주었다.
지금이라면 무조건 전문가에게 맡겼겠지만, 30대 초반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홈페이지를 만들고, 네이버에 광고를 게재했다.
프랜차이즈라는 사업은 매장이 잘 되면, 자연스럽게 가맹 연락이 온다.
1호점이 잘 되니 그걸 보고 사람들이 연락을 해왔다.
1호점 근처에서 일하는 모 대기업 사원부터 공덕동 근처에 사는 사람들, 홈페이지를 찾아보고 연락해온 사람들 등등....
그때 나는 5평짜리 사무실을 만들고, 경리회계 직원만을 두고 직접 영업을 하고, 매장들의 인테리어 공사부터 커피 머신 들여오는 일 관리하는 일까지 모든 걸 하고 있었다.
지방에서도 문의가 오고 계약이 되면 그곳에서 며칠을 지냈다.
그때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던 것 같다.
매장은 점점 늘어나 50개 정도까지 이르렀다.
매장이 늘어나는 만큼, 직원도 계속 늘어났다.
매장을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슈퍼바이저, 교육담당 직원, 홍보물을 만드는 디자이너, 경리 회계직원 등등 사람도 늘고 사무실도 넓어졌다.
꼭 내가 20대 때 자기 전에 상상했던, 이런 모양의 사무실에 이런 직원들..... 그 상상이 현실이 된 것이다.
돈이 벌리니 집도 넓어지고, 차도 좋은 차로 바꿨다.
그때엔 모든 것이 순탄히 아주 잘 돌아가고 있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내가 운영하던 M 커피는 중저가였는데, 어쩐 일인지 50개의 매장에서 좀처럼 늘지 않았다.
프랜차이즈의 구조는 이렇다.
잘 되다가 어느 순간 정체기가 온다.
왜냐하면, 비슷한 프랜차이즈 업체가 생겨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그때, 투자를 받아 좀 더 확장해야 한다.
광고비도 더 늘려야 한다.
그래서 회사의 규모를 한 층 더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럴 능력이 없으면, 전문 경영인을 뽑던가 회사를 팔아야 한다.
그때 나는 정석적인 두 가지 방법 대신 다른 걸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 제2 브랜드를 만들자.
중저가 커피에선 단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재료에 한계가 생기고 메뉴에도 한계가 생긴다.
나는 그 부분이 사실 조금 지겹기도 했다.
그 당시 조금씩 한류의 바람이 불어 K 팝이 조금씩 유명해질 때였다.
물론, 지금처럼 한류가 세진 않았다.
해외 진출의 큰 목표를 두고 나는 제2 브랜드를 기획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