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판 소설_간도에서 온 사나이 1편_26화

간도에서 온 사나이_피빛 운석과 복수의 화신

by woodolee

26화_기철


신우는 나이를 먹을수록 체격이 건장해지고 더 강해졌다. 마치 그의 아버지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검은 기운도 같이 강해지면서 가슴 통증도 심해졌다. 처음에는 힘을 쓸 때만 통증이 찾아왔지만 이젠 힘을 쓰지 않아도 주기적으로 고통이 밀려왔다.


그는 격렬한 통증이 찾아올 때마다 가슴을 붙잡고 바닥을 뒹굴며 괴로워했다. 통증은 길어도 5분 이내였지만, 그 5분이라는 시간이 지옥이었다.


가슴이 깨질 것 같았고 숨을 막히는 고통에 점점 지쳐갔다. 언제 다시 통증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신우야! 이를 어째 ….”


명호는 고통에 시달리는 신우를 보며 안타까움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신우의 눈을 고치고 가슴의 통증을 없애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어떤 의원도 고칠 방법이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의원들은 한결같이 가슴에 돌덩이 같은 게 박혀있는데 이걸 빼낼 방법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심장과 허파가 멀쩡한 것이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가슴의 통증은 아마도 돌덩이가 영향을 줘서 그런 것 같다며 가능하면 화를 내지 말라고 당부할 뿐이었다.


눈은 시신경이 뭔가에 막혀 죽은 것 같다며 사실상 가망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였다.


간혹, 약을 지어주는 의원들도 있었지만, 몸을 보양하거나 몸에 열이 많다며 열을 식혀주는 처방만 내렸다.


“신우야, 저거 돌팔이야! 걱정하지만 다른 용한 의원을 찾아가면 돼!”


의원을 나서던 명호가 낙담한 신우를 위로하기 위해 일부러 큰소리도 말했다.


“아니야! 괜한 소리 하지 마! 저 사람이 듣겠다.”


의원의 말에 풀이 죽었던 신우가 명호의 무례한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성심껏 진료한 의원이 상처받을까 봐 한 손을 흔들었다.


한동안 둘이 말없이 걸었다.


명호가 신우의 왼팔을 잡고 길을 인도했다. 신우는 오른손으로 긴 지팡이를 들고 땅을 짚으며 천천히 걸어갔다.


신우가 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뗐다.


“우리 고향으로 돌아갈까?”


“고, 고향으로?”


명호가 놀라서 신우의 얼굴을 쳐다봤다.


“너도 삼촌을 못 본 지 오래됐잖아. 네가 고향 가는 김에 나도 같이 가고 싶어.

그리고 사실 … 기철을 보고 싶어. 넌 그동안 기철을 여러 번 만났잖아. 그동안 나는 한 번도 못 만났어.”


신우는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기철을 꼭 보고 싶었다. 얼마 전, 명호를 통해 기철의 몸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듣고 더욱 보고 싶었다.


자기처럼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를 꼭 만나고 싶었다.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그의 아픔을 감싸주고 싶었다.


아울러 어머니와 같은 고향으로 돌아가면 몸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좋은 공기를 마시고 푹 쉬면 눈도 맑아지고 통증도 가실 것만 같았다.


“하긴 이젠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 변장만 잘하면 너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을 거야.”


명호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그는 고향 사람들이 신우를 알아볼까 봐 걱정스러웠지만, 이젠 시간이 많이 흘러서 신우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독립군과 내통했다는 누명을 쓴 신우가 아닌 외지인으로 고향을 찾아가면 별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사실, 기철 어머니한테 연락이 왔는데 … 지금 사정이 꽤 안 좋다고 하셨어. 일본인 지주한테 소작료로 6할을 떼주고 나면 약값을 구할 수 없다고 했어. 조만간에 돈을 부칠까 했는데 말이 나온 김에 한 번 찾아가자.”


명호가 고향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고 신우의 팔을 꽉 잡았다.



…………………………………



신우와 명호가 차를 타고 고향으로 향했다. 옛날에는 마차가 다니는 길이었지만, 지금을 철도와 찻길이 뚫려 편하게 빨리 갈 수 있었다.


신우는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저 멀리에서 고향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의 체취를 다시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렇게 한참을 달린 후에 고향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앞에는 초소가 있었다. 경찰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만주국은 현재 초비상상태였다.


일제의 1941년 진주만 공습 이후, 만주국은 전시 상황에 돌입했고 많은 물자와 병력을 본국에 보냈다.


나라의 상황이 악화하자, 만주국 정부는 주민을 더욱 철저히 단속하기 시작했다.


둘이 초소를 지키는 경찰에게 신분증과 통행증을 제시하고 고향 마을로 들어갔다.


예전에는 솟대가 마을 지키는 수호신이었지만, 지금은 높은 담벼락과 가시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요새가 되어버렸다.


둘은 기철의 집으로 가기 전에 먼저 구산 경찰서로 향했다. 그곳에서 철저하게 조사받았다.


다행히 명호는 장춘(長春, 만주국 수도이자 현 길림성의 성도)에서 곡물 도매업을 하는 건실한 사업가였다. 신우는 동업자 김철호로 위장했다.


경찰 서장이 신분증과 서류를 확인하고 이상이 없자, 통행증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둘에게 주의 사항을 말했다.


“정선생, 고향에 오신 것을 환영하오. 하지만 주의할 것이 있소. 요즘 비적 떼들이 자주 출몰하고 있소, 야간에는 마을 밖으로 나갈 수 없소. 만약 이를 어길 시에는 바로 체포될 수 있으니 유념하시오. 그만 나가보시오.”


“네, 알겠습니다. 서장님. 유의하겠습니다.”


명호가 서장에게 깍듯이 인사하고 신우와 같이 경찰서 밖으로 나갔다.


신우는 혹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모자를 더욱 깊게 눌러 섰다. 그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22년이 흐른 탓에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에겐 신우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고, 다시 떠올리기 싫은 아픈 기억이었다.


간혹, 명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예전에 같이 놀던 또래 아이들이었다. 그들이 명호에게 다가와 안부를 물었지만, 옆에 있는 신우는 알아보지 못했다. 그냥 눈이 먼 불쌍한 외지인으로 여겼다.


둘이 5분 정도 길을 더 걸었다. 기철의 집 앞에 도착했다. 명호가 크게 외치고 마당 안으로 들어갔다.


“기철 어머니, 장춘에서 명호가 왔어요.”


“명호라고!”


그 소리에 기철 엄마가 부엌에서 뛰어나왔다. 그리고 명호를 반갑게 맞이했다.


“명호 왔구나. 정말 반갑다. …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니?”


명호가 한번 헛기침하고 둘러댔다.


“장춘에서 사귄 친구입니다. 동업하고 있어요. 10년 전에 사고로 눈이 멀었어요. 그래서 제가 돌보고 있어요.”


“아이고! 그렇구나. 명호 친구구나. 젊은 나이에 눈이 멀고 이를 어째, 쯧쯧쯧!”


기철 엄마가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그녀가 신우의 얼굴을 살폈지만,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기철은 있죠?”


“그럼, 항상 집에 있지. 이젠 나갈 수 없는 몸이야. 그렇게 됐어.”


기철 엄마가 고개를 떨구고 말했다. 셋이 기철이 누워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쌕쌕거리는 소리였다.


방안에 기철이 누워있었다. 창백한 얼굴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누워있었다.


기철 엄마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우리 기철이가 20년 가까이 정신 줄을 놓았다가 …2년 전에 겨우 정신을 차렸는데 작년에 폐병에 걸리고 말았어. … 흑!”


뜨거운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기철 엄마가 흐느꼈다. 눈물을 소매로 닦았다. 아들이 고통이 바로 엄마의 고통이었다.


기철의 가슴 아픈 사연에 명호와 신우는 할 말을 잊고 말았다. 그러다 명호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가 품에서 돈다발을 꺼내서 기철 엄마에게 전했다.


“기철 약값에 보태쓰세요.”


“아이고, 정말 고마워. 번번이 신세만 지고. 명호가 장춘에 가서 성공해서 정말 다행이야!”


기철 엄마는 정말 감사하다며 기뻐했다. 이 돈이면 약값을 낼 수 있다며 명호의 손을 꼭 잡고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좀 기다려, 간식거리를 갖고 올게.”


기철 엄마가 가슴팍에 돈을 꼭 붙잡고 방에서 나갔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기철은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자는 거 같았다.


명호가 기철을 바라보다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기철아! 나 명호야.”


명호가 애타는 목소리로 기철을 불렀다.


눈꺼풀이 흔들거렸다. 반가운 목소리에 기철이 잠에서 깼다.


기철이 눈을 떴다. 고개를 돌려 자기를 바라보는 명호를 쳐다봤다. 그가 급히 말했다.


“며, 명호가 왔구나!”


기철이 반가움에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힘에 부쳤다. 이에 명호가 기철을 부축했다. 두 친구가 반가움에 서로 부둥켜안았다.


“명호야! 난 아직도 요 모양이란다. 쿨럭! 쿨럭!”


기철이 병약한 모습을 한탄하며 흐느꼈다.


명호가 빙그레 웃었다. 그는 힘이 달릴수록, 상황이 어려울수록 더 힘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아로 평생 살아온 그의 철칙이었다. 그가 밝은 목소리로 기철에게 말했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기철아! 22년 만에 신우가 왔다. 신우가!”


“신우가 왔다고?!”


기철이 깜짝 놀라서 명호 옆에 있는 남자를 쳐다봤다. 낯 설은 얼굴이었다.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그동안 세월이 22년이나 흘렀다. 그러다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리운 친구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기철이 감격한 목소리로 크게 말했다.


“신우야, 네가 드디어 왔구나! 내 친구가 드디어 왔어! 그것도 22년 만에 … 쿨럭! 쿨럭!”


기철이 옛 친구를 보고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두 손으로 눈을 감싸고 기쁨의 눈물을 철철 흘렸다.


신우도 감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철아! 정말 오랜만이다. 그동안 찾아오고 싶었지만, 눈이 보이지 않아서·······.”


신우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기철의 손을 잡기 위해 두 손을 휘저었다.


이에 명호가 신우의 손을 꼭 잡아서 기철의 손으로 인도했다.


“신우야! 우리 대장!”


“기철아! 붕어잡이 명수, 기철아!”


신우와 기철은 서로 손을 잡고 22년간의 회포를 말없이 풀었다. 열다섯 살 때 헤어진 이후 처음으로 다시 만났다. 긴 세월 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크나큰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이심전심, 동병상련이었다.


“아직도 눈이 낫지 않다니! 정말 하늘도 무심하구나. 원수를 반드시 갚아야 하는데.”


기철이 신우의 먼눈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워 말을 잇지 못했다.


“쿨럭! 쿨럭!”


기철이 다시 자지러지게 기침을 했다. 다시 자리에 눕고 말았다.


“기철아, 약값을 준비했으니 지금부터 잘 조리하면 괜찮아질 거야, 기운을 내.”


명호가 이불을 잘 덮어 주고 기철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고맙다! 명호야. 어떻게 이 은혜를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네가 성공해서 정말 다행이야.”


기철이 명호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하고 말을 이었다.


“명호야, 신우야. 난 20년 동안 그날에 갇혀있었어. 덕대와 신우가 죽는 꿈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어.

2년 전, 그 끔찍한 꿈에서 벗어나려고 죽음 힘을 다해서 겨우 빠져나왔는데 지랄 같은 폐병에 걸리고 말았어.”


기철이 남아있는 힘을 다해 말을 이어갔다.


“덕대를 죽이고 날 이렇게 만든 놈은 촌장이야. 꿈속에서 그놈이 항상 웃고 있었어. 그놈이 일본군을 끌고 왔어. 반드시 그놈을 찾아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

신우가 눈이 먼 것도 다 그놈 탓이야! 신우 부모님, 누렁이도 그놈이 죽인 거야! 그놈을 잡아야 해!”


기철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고개를 억지로 쳐들었다. 남은 힘을 다해 소리쳤다.


“반드시 … 그놈을!!”


하지만 이젠 힘이 다했는지 기철이 다시 눕고 말았다. 그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래, 반드시 복수해서 네 원한을 갚아줄 테니 그만 흥분해. 이러면 몸이 더 나빠져.”


명호가 기철의 사무친 외침을 듣고 두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


“내, 내가 … 눈만 뜰 수만 있다면. 반드시!”


순간, 신우의 두 손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22년간 단 하루도 잊지 않았던 복수의 일념이 그의 몸을 떨게 했다.


그동안 애써 참아왔던 분노가 기철의 절규에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가슴에서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새 파란빛이 나기 시작했다. 빛이 몸을 감싸고 타올랐다. 마치 파란 빛으로 불타는 거 같았다.


“신우야!”


갑자기 발하는 새 파란빛에 명호가 깜짝 놀라서 크게 소리쳤다. 빛은 신우의 몸에서 치솟는 분노의 불길 같았다. 1,000 ℃ 마그마를 내뿜는 활화산처럼 활활 타올랐다.


22년간 쌓아왔던 분노의 한이 몸에서 조만간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신우야! 그만해, 화를 내면 안 돼!”


명호가 재빨리 외쳤다. 화를 내지 말라는 의원의 말을 떠올리고 신우의 손을 꼭 잡았다. 그를 다독였다.


신우가 이를 악물었다. 분노를 참기 시작했다.


“휴우~!”


신우가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러자 새 파란빛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이거, 보통 일이 아니야! 이런 빛은 본 적이 없어. 상처를 치료했던 빛은 파란빛이었어. 이 빛은 아주 새파란 빛이야!’


명호가 불길함에 휩싸였다. 신우의 몸에 거대한 시한폭탄이 들어있는 거 같았다. 강렬한 기운이 곧 폭발할 것만 같았다.


사무친 원통함을 조만간에 풀지 못하면 오히려 그 힘에 갇혀 어둠 속에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신우의 눈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



기철이 잠이 들자 명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을 촌장인 삼촌을 찾아갔다.


“삼촌, 저 왔어요.”


“아이고! 우리 정사장님이 왔구나! 명호야, 어서 와.”


삼촌, 숙모, 사촌들이 명호를 환대했다. 큰 도시인 장춘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명호를 자랑스러워했다.


명호은 그들의 환대에 감사하며 그동안 밀렸던 회포를 풀었다.



다음날 신우와 명호는 길동이 아빠를 만나러 갔다. 의형제 삼인방에서 촌장과 달리 신우를 끝까지 지켜준 고마운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세월이 흐른 탓에 흰머리가 성깃했다. 셋이 사랑방에 모여서 즐겁게 얘기를 나눴다. 오두막을 짓던 일을 떠올리며 흥겹게 밤을 새웠다.


아저씨는 여전히 소주를 좋아했다. 이에 명호가 최고급 소주를 선물했다. 장춘에서 으뜸가는 최고급 술이었다.


“아이고! 고맙다. 이렇게 좋은 술을 … 하하하! 역시 명호가 최고다.”


기분 좋게 술 한잔을 마신 길동이 아빠가 신우의 손을 꼭 잡고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거라며, 그의 무거운 마음을 달랬다.


“신우야, 조만간에 눈을 뜰 거야. 분명 그렇게 될 거야. 신우 아빠와 엄마가 자기 아들이 이렇게 되도록 놔 둘리 없어. 절대로!”


“정말 감사합니다. 아저씨.”


신우가 고마움에 연신 고개를 수그렸다. 길동이 아빠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의 넉넉한 얼굴이 보이는 거 같았다.



신우와 명호가 기철 집에서 며칠 머물다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집을 나섰다.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병약한 기철 대신 기철 엄마가 집 밖까지 배웅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신우와 명호는 마을 밖으로 나가며 고향 마을을 다시 둘러봤다. 모든 원한을 갚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고향을 떠났다.


이젠 세월이 흘러 나이를 많이 먹었지만 그들의 발걸음은 20여 년 전 마을을 떠날 때처럼 홀가분했다.


희망의 동아줄은 여전히 견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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