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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_새하얀 눈동자_1_18_과감한 비상

새하얀 눈동자 <회색 인간 외줄 타기>

by woodolee

임무혁이 열려있는 통창문을 지나 테라스 난간을 향해 뛰어올랐다.


발이 난간에 닿자, 저 앞에 수영장이 보였다.


여기는 3층이었다. 지상에서 10m 높이였다. 이곳에서 5m 이상을 날아야 수영장에 떨어질 수 있었다.


말 그대로 하늘을 나는 새가 돼야 했다.


임무혁이 주저하지 않고 비상했다. 복수의 염원과 반드시 살아야 한다는 의지로 커다란 공포심을 이겨냈다.


그렇게 허공을 가르며 포물선을 그렸다. 그 뒤를 동생 이민우가 따랐다. 그도 난간에 올라 힘차게 도약했다. 동생도 형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졌다.


임무혁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고개를 내렸다. 그렇게 아래를 내려다봤다. 수영장 물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수 초 후


물이 발에 닿자, 두 눈을 꼭 감았다.



풍덩!



큰 물소리와 함께 물보라가 일었다.


임무혁이 물속 깊이 들어갔다. 다행히 깊은 물이었다. 하지만 떨어지는 충격을 완전히 완화할 수는 없었다. 이에 대처해야 했다.


임무혁이 모든 신경을 발끝에 집중했다.


앞꿈치가 바닥에 닿자, 급히 몸을 옆으로 돌렸다. 그렇게 충격을 줄였다.



풍덩!



다시 큰 물소리와 함께 물보라가 일었다. 동생 이민우도 물속으로 들어갔다. 이민우도 형처럼 떨어지는 충격을 완화하고 물 위로 올라왔다.


둘은 인천 바닷가 출신답게 수영을 좋아했다. 다이빙 경험도 풍부했다. 그래서 노련하게 위기에 대처했다.


“푸아!”


“와, 물이 아직도 따뜻하네. 좋다!”


형제가 물 위로 올라와 신선한 공기를 마셨다. 한 손으로 흘러내리는 물을 쓸어내리고 다시 헤엄치기 시작했다.


10초 후 둘이 수영장 밖으로 나왔다. 둘의 몸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임무혁이 재빨리 사방을 살폈다.


3층 테라스에 놈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이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한 놈이 핸드폰을 들었다. 곧 놈들이 몰려올 게 뻔했다.


빨리 도망쳐야 했다!


임무혁이 급히 동생에게 말했다.


“민우야! 빨리 도망쳐야 해.”


“알았어.”


형제가 달리기 시작했다. 옷이 푹 젖어서 뛰기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해 달려야 했다.


그들이 수영장에서 벗어나 인도로 접어들었을 때


쾅! 하며 호텔 1층 문이 활짝 열렸다. 조직원 십여 명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 모두 무시무시한 연장을 들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저 앞에 보이는 임무혁과 이민우를 가리키고 외쳤다.


“잡아라! 저 두 놈이다! 배신자들이다.”


임무혁이 그 소리를 듣고 더욱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를 이민우가 따랐다.


이민우가 급히 형에게 말했다.


“형! 저 앞에 보이는 산으로 들어가야 해!”


“알았어.”


둘이 저 앞에 보이는 수풀로 향했다. SS 호텔 옆에는 울창한 산이 있었다.


호텔 투숙객들이 아침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는 곳이었다. 수풀이 우겨진 몸을 숨기기에 적합했다.


“헉! 헉!”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임무혁과 이민우가 필사의 도주를 했다. 산을 오르고 또 올랐다. 조직원들도 포기하지 않고 기를 쓰고 그들의 뒤를 쫓았다.


쉬지 않고 산길을 내달리던 형제가 산 중턱에 올랐다. 이민우가 걸음을 멈추고 형에게 말했다.


“형, 저 앞에, 아래에 내려가는 길이 있어.”


임무혁도 걸음을 멈추고 답했다.


“그래? 그러면 거기로 내려가자. 정상에 올라가면 오히려 도망칠 데가 없어. 놈들이 포위하면 사면초가야. 중간에서 빠져나가야 해.”


“맞아, 옳은 말이야. 그런데 산 아래로 내려가면 놈들이 지키고 있을 거야.

이곳은 놈들의 소굴이야. 놈들이 모든 길목을 차단할 게 분명해.

내가 먼저 내려가서 놈들을 유인할게. 놈들이 나를 뒤쫓으면, 형은 그때 산에서 벗어나.”


“너는 어떡하려고?”


“나는 이곳 지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아. 난 행동대 대장이야. 이곳은 행동대와 함께 훈련했던 곳이야.

그래서 어떻게든 도망칠 수 있어. 형은 이곳을 잘 모르잖아.”


“그렇기는 하지.”


“지금 형 다리에서 피가 흘러. 바지가 젖었어. 다친 상처가 도진 거 같아. 형은 안전한 곳에 가야 해.”


“그래? 또 피가 나?”


임무혁이 그 말을 듣고 급히 고개를 내렸다. 동생의 말대로 바지가 피로 젖었다. 검은 바지라 붉은 피는 보이지 않았다.


“그럼, 어디에서 다시 만날까?”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곳. 제일 고등학교 그 골목에서 다시 만나자.”


“알았어. 거기라면 좋지.”


형제가 작전을 짜고 서둘러 움직였다. 산 아래로 내려가는 길로 향했다.


“으으으!”


임무혁이 인상을 찌푸렸다. 산에서 내려가자, 상처 부위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그 고통이 갈수록 심해졌다.


그는 총상을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그런 몸으로 행동대 정예 여섯과 싸웠고 10m 아래에서 뛰어내렸다. 그래서 상처가 다시 터지고 말았다. 다시 고통이 밀려왔다.


10분 후


형제가 산 아래로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급경사 길이었다. 둘이 최대한 소리를 줄이며 움직였다.


저 앞에 삼거리 길이 보였다.


둘이 수풀 속에 몸을 숨겼다. 하나는 산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산 위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이민우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형에게 말했다.


“형, 저 앞이야. 근처에 분명 놈들이 있을 거야. 내가 먼저 내려가서 놈들을 유인할 테니, 형은 뒤에서 따라와. 기회를 봐서 도망쳐야 해. 번화가로 가면 안전할 거야.

일단 번화가에서 쉬어. 무엇보다 상처를 먼저 치료해야 해.”


“알았어. 으으으!”


임무혁이 말을 마치고 이를 악물었다. 다리가 아팠지만, 참아야 했다.


이민우가 먼저 걸음을 옮겼다.


이제 어두컴컴한 밤이 되었다. 산길이라 더욱 어두웠다. 좀 있으면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을 거 같았다.


형제가 아주 가파른 산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이민우가 앞장섰고 임무혁은 거리를 두고 동생을 따라갔다. 그렇게 산기슭에 다다랐을 때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갑자기 들렸다.


이윽고



“잡아라!”



고함이 들렸다. 조직원 셋이 어둠 속에서 뛰어나왔다. 이민우가 아! 하며 일부러 크게 소리를 질렀다. 놈들의 주의를 끈 후, 수풀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셋이 그 뒤를 따랐다.


지금이 기회였다.


임무혁이 지체하지 않고 경사길을 내려갔다. 급한 마음에 통증도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산기슭에 도착했다.


“휴우~!”


임무혁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숨을 고르고 산기슭에서 사방을 둘러봤다. 다행히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행이다.”


임무혁이 안도의 숨을 내쉬고 산기슭에서 인도로 나왔다. 그가 고개를 돌리며 상황을 살폈다.


인도에 행인들이 돌아다녔다. 이곳은 산 밑 마을이었다. 2차선 도로 옆에 두 사람이 다닐만한 인도가 있었다.


도로 건너편은 무척 화려했다. 바로 번화가였다.


“저기군.”


임무혁이 고개를 끄떡였다. 빨리 번화가로 가야 했다. 인파 속에 몸을 숨겨야 했다.


그가 차도를 살폈다. 도로에 차가 없었다. 이에 재빨리 차도를 가로질렀다. 그렇게 번화가로 향했다.


한편 SS 호텔에서는 화를 참지 못하는 사람이 길길이 날뛰었다.


“젠장! XXX!!”


보스 남궁철이 울부짖었다. 그는 화가 잔뜩 난 황소 같았다. 뿔 달린 황소처럼 사방을 막무가내로 들이박을 거 같았다.


그럴 만도 했다. 물뱀파가 자랑하는 행동대 정예가 임무혁과 이민우한테 박살이 나고 말았다.


행동대 중 가장 날쌔고 실력이 좋은 짝손은 병원에 실려 갔다. 임무혁한테 얻어맞고 의식 불명 상태였다.


신두호 이사도 마찬가지였다. 어깨에 칼을 맞고 근처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었다.


“어찌 이럴 수가! 임무혁, 그 자식이 이렇게까지 싸움을 잘하다니 … 이놈이 그동안 실력을 숨기고 있었어. 으으으!”


보스 남궁철이 고개를 흔들며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했다. 객실 안에는 부하 다섯이 있었다.


그들이 고개를 들지 못했다. 보스가 화를 낼 때는 쥐죽은 듯 있어야 했다. 그래야 불똥이 튀지 않았다.


잠시 씩씩거리던 보스 남궁철이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가 급히 전화 걸었다.


찡! 하며 진동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전화가 오자, 김덕기 형사과장이 발신자를 확인했다. 그가 서둘러 전화 받았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회장님.”


힘없는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렸다.


“저, 과장님. 죄송합니다. 임무혁을 그만 놓치고 말았습니다.”


“네? 뭐, 뭐라고요? 이런!”


김과장이 남궁철의 보고를 받고 깜짝 놀랐다. 그가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리자, 옆에 있는 사람들이 인상을 쓰고 김덕기 과장에게 눈총을 줬다.


이곳은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이었다.


“아이고!”


김과장이 무척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는 출판 기념회였다. 인천시 국회의원 전해식이 단상에 올라 지지자들한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었다.


갑자기 들리는 큰 소리에 전해식 의원이 말을 멈췄다. 연설 도중 한 사람이 큰 소리를 냈다.


그 사람이 민망하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핸드폰을 들고 기념회장 밖으로 나갔다.


전의원이 그 모습을 보고 못마땅한 듯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가 하던 말을 이었다.


“계속 말하겠습니다. 저는 22년 전 매향 북도의 이장이었습니다. 그때 참담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사고는 … 여러분이 모두 아실 거로 생각합니다.

저는 그 일을 겪고 이장으로서 큰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항상 마음속에 다짐했습니다.

그 각오가 바탕이 되어 오늘날 인천 시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저는 두 번 다시 실수하지 않을 겁니다. 이 자리에서 맹세합니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합니다.

언제나 인천 시민의 말씀을 잘 듣고 그 귀중한 말씀을 국정 운영에 반영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게 바로 제가 계속해서 국회의원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저에게는 오직 인천 시민만 있습니다. 인천 시민만 바라보고 앞으로 나가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제 구호를 외치겠습니다. 오운리 인천! (Only Incheon).”


“와아!”


“전해식! 전해식!”


“역시 차기 대통령감이야. 암!”


전해식 의원의 당찬 말에 많은 사람이 환호성을 보냈다.


“오운리 인천! (Only Incheon).”


“오운리 인천! (Only Incheon).”


사람들이 전의원의 구호를 복창했다.


전해식 의원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두 손을 들고 분위기를 가라앉았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저는 최고의 인천, 미래의 인천, 제일 잘 사는 인천, 안전한 인천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저를 믿어주세요. 믿음에 확실히 보답하겠습니다.

오늘은 아주 기쁜 날입니다. 출판 기념회를 통해 새로운 인천 비전 2026을 선포하는 날입니다.

새로운 인천 비전 2026은 보좌관들과 함께 밤을 새워서 만든 소중한 목표입니다. 인천 시민들의 바람이 담겨있는 귀중한 우리의 목표입니다.

그 비전을 반드시 실천하겠습니다. 계속 응원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전해식 의원이 말을 마치고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그렇게 청중에게 깍듯하게 인사했다.


“와아!”


우레와 같은 박수가 다시 터져 나왔다. 200명이 동시에 치는 손뼉 소리였다. 기념회관이 떠나가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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