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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_새하얀 눈동자_1_17_한바탕 격전과 의리

새하얀 눈동자 <회색 인간 외줄 타기>

by woodolee

“아! 그렇구나. 이제 기억이 난다. 네가 바로 죽어가던 그 아이였구나.

그래, 네 동생이랑 같이 죽어가던 그 아이였어.

그때, 너를 죽였어야 했는데, 이놈의 다친 다리 때문에 너를 두고 간 게 내 실수였다.”


보스 남궁철이 22년 전을 떠올렸다. 그의 앞에 죽어가던 차무혁이 있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하늘이 나를 도왔어. 이제라도 너의 정체를 알았으니 참 다행이야.

자칫하면 나도 대폭발 사고 때 죽을 뻔했거든. 나도 창고 근처에 있었어. 일이 있어서 늦게 갔는데 조금만 더 빨리 갔더라면 나도 죽거나 크게 다쳤겠지. 흐흐흐!”


임무혁이 보스의 말을 듣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몸에서 분노가 들끓었다.


“임무혁 아니 차무혁! 이제 너는 끝이다. 여기에서 내 목숨을 끊겠다. 그래도 행복한 최후야. 이런 초호화 호텔에서 죽으니 말이야. 적어도 개죽음은 아니잖아.

나는 너를 총애했다. 진짜 임무혁이라면 후계자로 삼았을 거다. 그래서 옛정을 생각해서 마지막 호의를 베풀었다. 최고의 식사를 대접했고 명품 옷을 선물했다.

이는 너의 무모한 용기에 보내는 내 찬사다. 찬사가 끝났으니 그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해.”


보스 남궁철이 말을 마치고 씩 웃었다. 그리고 들고 있던 손을 재빨리 내렸다.


공격 신호가 떨어졌다.


행동대 여섯이 두목의 신호에 따라 몸을 움츠렸다. 기회를 노려 잽싸게 튀어 나갈 준비를 마쳤다.


“휴우~!”


임무혁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된 이상 죽기 살기로 결판을 내야 했다. 이곳에서 죽더라고 싸우다 죽어야 했다.


그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발뒤꿈치를 들어 올렸다. 공중으로 비상할 자세를 취했다.


그렇게 긴장감이 고조됐다.


마치 누군가가 북을 치는 거 같았다.


둥둥!


개전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리는 듯했다.


행동대 여섯과 임무혁의 생사를 건 대결이 임박했을 때, 바로 그때!



쾅!



출입문이 다급하게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객실 안으로 두 명이 황급히 들어왔다.


둘은 중년 남자와 젊은 남자였다.


젊은 남자는 임무혁의 친구이자 동생인 이민우였고 중년 남자는 신두호 이사였다. 신이사는 조직에 임무혁을 추천한 인물이었다.


신두호 이사가 다급한 상황을 확인하고 보스에게 말했다.


“회장님, 자중하세요. 무혁이한테 대체 왜 이러세요?”


그 말을 듣고 보스 남궁철이 이를 악물었다. 그가 크게 소리쳤다.


“신이사,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네 놈이 이놈을 추천했잖아!

너는 임무혁, 이놈이 호랑이 새끼인 줄도 모르고 추천했어. … 아니 네놈이 일부러 그런 거냐? 너도 임무혁과 한 패거리냐?”


신두호 이사가 가당치도 않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회장님,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임무혁은 우리 조직원입니다. 경찰에 잠입해 빨대 역할을 15년 동안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정녕 저놈의 정체를 몰랐다는 말이냐?”


“정체라뇨?”


“저놈은 남도의 임무혁이 아니야. 북도의 차무혁이야. 남도의 임무혁인 양 우리를 그동안 속인 거야!”


“네에? 임무혁이 아니라 차무혁이라고요?”


“그렇지, … 신이사! 저놈을 어떻게 알게 된 거지? 사실대로 말해! 그렇지 않으면 너도 저놈과 함께 이 자리에서 죽는다!”


“그, 그건 ….”


“어서 말하지 못해!”


보스 남궁철이 불같이 화를 냈다.


행동대들이 신두호 이사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여차하면 신이사에게도 달려들 기세였다.


둘의 갑작스러운 출현으로 깨졌던 긴장이 다시 고조되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신두호 이사 뒤에 서 있던 이민우가 도저히 안 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앞으로 나오며 외쳤다.


“보스, 대체 왜 이러세요? 말로 하세요!”


보스 남궁철이 그 말을 듣고 핏대를 세웠다. 그가 소리쳤다.


“이민우, 너는 비켜! 너 같은 애송이가 참견할 일이 아니야.”


이민우가 정색하고 대들었다.


“보스, 애송이라뇨? 너무 심한 말입니다. 저는 행동대 대장입니다. 왜 저만 빼고 행동대를 불렀죠? 대체 왜 그러신 거예요?”


“왜냐고? 그걸 몰라서 물어?”


보스 남궁철이 헛웃음을 짓고 말을 이었다.


“너는 임무혁이랑 친하잖아. 그러니 너를 믿을 수가 없지. 이는 당연한 거잖아.”


“네에?”


이민우가 그 말을 듣고 임무혁을 쳐다봤다. 임무혁이 무척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마에서 흐르는 굵은 땀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보스 남궁철이 다시 신두호 이사를 추궁했다.


“신이사, 어서 말하지 못해. 누가 너한테 임무혁을 소개한 거야? 어서 말해!”


신이사가 잠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건, 무혁 어머니를 통해서 … 무혁이를 만났습니다.”


“무혁 어머니라고?”


“네, 무혁이 양어머니입니다. 제가 자주 가던 술집 주인이었습니다.

거기에서 무혁이를 처음 만났습니다. 무혁이는 몸도 좋고 싸움도 잘했습니다.

무혁이가 물뱀파에 들어가고 싶다고 간절히 말해서 추천했습니다.”


보스 남궁철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아하~! 네놈이 여자한테 빠져서 그런 짓을 한 거구나. 사랑하는 여자 아들이라서 그 소원을 들어준 거구나! 이 못난 놈!”


“…….”


신두호 이사가 답을 하지 못했다. 그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는 단골집 주인 아들, 임무혁을 보고 마음에 들었다. 처음 볼 때부터 보통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를 아꼈다. 그에겐 자식이 없었다. 그래서 임무혁을 아들처럼 생각했다.


보스 남궁철이 이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아주 잔인한 미소를 짓고 임무혁에게 말했다.


“네가 진짜 임무혁이라면 나는 너에게 조직을 물려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너는 가짜다.

가짜 임무혁은 조직을 물려받을 자격이 없다. 아니 너는 나를 죽이려고 조직에 침투한 적이다.

너 때문에 벌써 많은 사람이 죽었다. 대폭발 사고를 벌써 잊은 건 아니겠지? 그 사고를, 네놈이 한 거지? 내 말이 맞지? 어서 말해!”


대폭발이라는 말에 임무혁이 두 눈을 꼭 감았다. 머릿속에 뭔가가 다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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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라!”


커다란 함성이 들렸다.


쿵쾅! 소리가 들렸다. 임무혁이 창고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창고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이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임무혁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었다.


쫓기던 임무혁이 급히 옆에 있는 전선을 잡았다. 그가 스위치를 찾았다.


“저기에 있다!”


“임무혁!”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임무혁의 눈에 마약반 형사 주철기 형사가 보였다. 주형사는 동생의 애인이었다.


주형사가 무척 성난 표정으로 임무혁을 향해 달려왔다. 그가 한 손을 품에 넣었다. 권총을 꺼내 들었다.


임무혁이 반짝이는 총열을 보고 고개를 내렸다.


바로 그때! 임무혁이 스위치를 눌렀다.



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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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폭발 현장이 눈앞에 그려졌다.


남궁철의 말대로 대폭발은 임무혁이 한 짓이었다.


그는 가스통 열 개를 폭파해 대형 창고를 한 방에 날려버렸다. 그러면서 많은 사상자가 생겼다. 동생의 애인 주철기 형사도 그때 크게 다쳐서 현재 의식불명이었다.


조직에 가담했던 기억이 돌아오자, 끔찍했던 22년 전 이장댁 사건과 대폭발 사고도 그 기억의 파편이 돌아왔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더 필요했다.


임무혁의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복수의 일념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는 복수를 위해 물뱀파에 가입해 경찰에 침투했다. 그리고 가스통을 이용해 대형 창고를 한 방에 날려버렸다.



“야아아아!!”



임무혁이 크게 벌린 입으로 힘껏 소리쳤다. 그 소리는 거대한 괴수가 포효하는 거 같았다.


보스 남궁철이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소리쳤다.


“쳐라!”


“야아아!”


물뱀파 행동대 최정예, 여섯이 임무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야구 배트, 망치, 칼이 임무혁의 머리와 심장, 목을 향했다. 단 한 대라고 맞으면 임무혁은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임무혁이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온몸에서 끌어올린 아드레날린이 공처럼 응축되더니 순간! 폭탄처럼 폭발했다.



그때, 임무혁이 날아올랐다.



폭발한 에너지가 추진 장치가 되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는 생사를 초월했다. 그는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한번은 22년 전 이장댁 앞이었고 두 번째는 대폭발 사고였다.


지금이 바로 세 번째였다. 일곱 명과 맞서 싸우기로 했다. 죽더라고 싸우다가 죽기로 했다.


인천 제일 고등학교 ‘발길질 신’이라 불렸던, 재규어 임무혁이 부활했다.


허공으로 뛰어오른 임무혁이 번개처럼 야구 배트를 든 조직원에게 떨어졌다. 이는 낙뢰와 같았다.


그가 전매특허인 찍어차기로 조직원의 인중을 가격했다.


“악!”


커다란 비명과 함께 야구 배트가 떨어지고 조직원도 같이 쓰러졌다. 쿵! 쿵!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그 순간! 옆에서 망치가 날아왔다. 그것도 뒤통수를 노렸다. 이에 임무혁이 뒤차기를 날렸다.


날카로운 창 같은 왼발이 망치를 든 조직원의 명치를 가격했다.


“윽!”


망치가 날아갔다. 조직원이 급소를 맞고 앞으로 꼬꾸라졌다.


“뭐, 뭐야? 이거!!”


그 모습을 보고 보스 남궁철이 깜짝 놀랐다. 그는 임무혁은 진짜 싸움 실력을 몰랐다.


“이놈!”


짝눈이 크게 소리쳤다. 짝눈은 행동대 최고의 실력자였다.


그가 칼을 높이 쳐들었다. 임무혁의 오른쪽 옆구리를 노렸다. 칼날이 임무혁의 옆구리를 향했다. 칼날의 냉기가 임무혁의 오른쪽을 덮쳤다.



절체절명의 순간!



임무혁이 몸을 빙그르 돌렸다. 그렇게 칼날을 피하고 오른손을 높이 쳐들었다. 날카로운 도끼 같은 손날로 짝손의 손을 내리쳤다. 바로 칼은 든 커다란 손이었다.



쟁그랑!



금속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짝눈이 놀라서 임무혁을 쳐다봤을 때, 임무혁이 눈에서 광기가 폭발했다. 그가 왼쪽 손날로 짝눈의 목을 강타했다.



퍽!



큰 소리가 들렸다. 짝눈이 큰 충격을 받고 무릎을 꿇었다. 짝눈이 주춤하자. 임무혁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의 턱을 오른발로 걷어차 버렸다.


짝눈이 붕 날아서 허공을 가로질렀다.


“젠장! 모두 덤벼!”


보스 남궁철이 크게 소리 질렀다. 절룩거리며 급히 걸음을 옮겼다.


행동대 둘이 급히 달려와 임무혁의 앞뒤를 막았다. 앞과 뒤에서 칼이 번개처럼 날아왔다.


임무혁의 최대 위기였다. 뒤에는 눈이 없었다.


“야아!”


그때 고함이 들렸다. 이민우가 쏜살처럼 튀어나왔다. 보스를 뒤에서 밀치고 달려나갔다.


“아이고!”


보스 남궁철이 비명을 지르고 바닥에서 나뒹굴었다. 그가 고개를 쳐들고 이민우를 향해 외쳤다.


“이민우, 저놈도 배신자다!”


이민우가 행동대를 제압하기 시작했다. 이민우도 대단한 실력자였다. 임무혁의 뒤를 치는 행동대의 목덜미를 잡더니 발을 걸어서 넘어트렸다.


쿵! 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임무혁이 씩 웃었다. 역시 내 동생이라는 표정이었다.


행동대는 이제 둘만 남았다. 나머지 둘이 임무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민우가 재빨리 임무혁 앞을 막았다. 그가 형에게 외쳤다.


“형 어서 도망쳐! 테라스에서 뛰어내려! 힘껏 도약해서 수영장으로 떨어져!”


“알았어!”


임무혁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3층 테라스 밑에 수영장이 있었다. 힘껏 도움닫기 하면 수영장으로 떨어질 수 있었다.


그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호텔 안은 물뱀파 조직원들이 득실했다. 행동대 여섯을 제압해도 놈들이 끊임없이 몰려올 게 뻔했다.


“좋다!”


임무혁이 달리기 시작했다. 잊지 않고 동생에게 따라올 것을 당부했다.


“너도 빨리 와!”


“알았어! 이게 바로 의리고 낭만이지! 흐흐흐!”


이민우가 말을 마치고 씩 웃었다. 그리고 남은 행동대와 격투를 벌었다.


행동대 둘이 칼을 마구 휘둘렀다. 이민우가 칼날을 피해 고개를 숙였을 때 다른 칼날이 그의 목을 향했다.


“앗!”


칼날의 섬광이 번쩍이자, 순간, 이민우가 당황했다.


“비켜!”


그때, 신두호 이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닥에 떨어진 짝손의 칼을 들고 이민우를 덮쳤다.


신이사가 한 손으로 이민우의 멱살을 꽉 잡았다. 다른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 손에 칼이 들려 있었다. 그가 작은 목소리로 이민우에게 말했다.


“칼을 빼앗아서 나를 찌르고 도망가! 어서!!”


“네에?”


“어서! 시간이 없어.”


신두호 이사가 말을 마치고 칼을 든 손의 힘을 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이민우가 재빨리 칼을 빼앗았다. 신이사의 어깨를 가볍게 한번 찌르고 몸을 뒤로 돌렸다.


“악!”


신두호 이사가 비명을 질러댔다.


“이사님!”


행동대들이 신이사를 부축하자, 그때를 틈타 이민우도 테라스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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