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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_새하얀 눈동자_1_16_22년 전 참극

새하얀 눈동자 <회색 인간 외줄 타기>

by woodolee

행동대가 객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실실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


“제기랄!”


임무혁이 급히 사방을 둘러봤다. 출입문은 행동대 다섯이 지키고 있었다. 뒤는 테라스였다. 테라스로 도망쳐야 했다.


하지만 테라스 쪽에는 짝눈이 지키고 있었다. 짝눈이 두 눈을 크게 뜨고 임무혁을 노려봤다.


짝눈이 입맛을 다셨다. 올 테면 오라는 식이었다. 꽉 잡은 칼을 더욱 꽉 잡았다. 칼끝에 살기가 서렸다.


임무혁이 윗니로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다른 방법은 없었다. 테라스를 지키는 짝눈과 맨손으로 싸워야 했다.


짝눈을 어떻게든 물리치고 테라스에서 뛰어내려야 했다. 10m 아래지만, 근처에 수영장이 있었다. 수영장으로 떨어지면 도망칠 수 있었다.


“좋다!”


임무혁이 계획을 세우고 짝눈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둘의 눈빛이 마주쳤다. 불꽃이 일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임무혁이 용수철처럼 튀어 나가려 했을 때!


바로 그때, 출입문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엇박자가 나는 소리였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어젯밤 임무혁을 반갑게 맞아주던 목소리였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분노가 서려 있는 아주 무시무시한 소리였다.


“임무혁, … 멈춰라!”


그 소리를 듣고 임무혁이 주춤했다. 너무나도 섬뜩한 소리였다. 그가 고개를 돌렸다.


행동대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절름발이 보스 남궁철이었다. 그가 크게 외쳤다.


“배신자!”


남궁철이 말을 마치고 분노를 참지 못했다.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보스!”


임무혁이 급히 말했다. 다급한 상황이라 이마에서 식은땀이 샘솟았다. 그 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더니 눈썹에 모였다.


보스 남궁철이 말을 이었다.


“임무혁, … 너는 조직을 배신했다. 빨대 임무를 망각하고 경찰에 조직을 통째로 갖다 바쳤다. 이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배신은 곧 죽음이다!”


“배신이라고요?”


임무혁이 배신이라는 말에 등골이 써늘했다.


조직에서 배신은 그 최후가 끔찍했다. 죽도록 얻어맞고 바다에 버려졌다. 물고기 밥 신세였다,


그게 물뱀파의 배신자 처단 방식이었다.


“배신자, 임무혁을 당장 끝장내라!”


보스 남궁철이 추상같은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행동대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고함을 질러댔다.


“야아!”


그들이 임무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기세가 맹렬했다.


상황이 다급했다. 임무혁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테라스 앞을 지키는 짝눈에게 달려들었다.


“야아!”


짝눈도 고함을 지르며 칼을 휘둘렀다. 그 칼이 임무혁의 목을 향했다.


바람 소리가 임무혁을 향했다.


임무혁이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칼날을 피하고 테라스로 달려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테라스 앞에 두 놈이 버티고 있었다. 야구 배트와 칼이 임무혁을 겨누었다.


보스까지 합쳐 7대 1의 싸움이었다. 여기는 밀폐된 공간이었다.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이길 수 없었다.


많은 적을 상대할 때는 기습과 도주가 최선이었다. 하지만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도망칠 구멍이 없었고 기습도 불가능했다.


행동대는 물뱀파에서 알아주는 놈들이었다. 동네 건달들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싸움에 도가 텄고 맷집도 태산처럼 좋았다.


임무혁이 몸을 떨었다. 불가항력을 느낀 듯, 입안에 침이 바짝 말라 갔다. 그가 생각했다.


‘어떻게든 … 이 위기에서 벗어나야 해. 힘으로는 무리야. 싸우다간 뒤에서 날아오는 연장에 맞고 쓰러질 거야.

일단 시간을 끌자. 그렇게 기회를 노리자.’


임무혁이 생각을 마치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보스에게 말했다.


“보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죠? 왜 저를 겁박합니까?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 말을 듣고 보스 남궁철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불같이 타오른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뭐, 뭐라고? 지금 뭐라고 말했어? 잘못이 없다고? 감히 나에게 그런 새빨간 거짓말을 하다니 … 너는 배신자야!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임무혁이 고개를 흔들고 답했다.


“저는 조직을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조직을 위해 빨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뭐? 충실히 역할을 수행했다고?”


보스 남궁철이 어이가 없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가 잠시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다 용서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걸음을 옮겼다.


절름발이 보스가 임무혁을 향해 다가왔다. 엇박자 발소리가 다시 들렸다.


임무혁이 그 모습을 보고 심장이 떨렸다. 긴장감이 몸을 적셨다. 모든 땀구멍에서 땀이 샘솟기 시작했다.


보스가 임무혁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작은 소리였다. 둘만 알아들을 수 있는 개미 소리였다.


“임무혁, 내가 모를 줄 알았냐? 너는 임무혁이 아니라 차무혁이었어. 매향 북도의 차무혁!”


그 소리를 듣고 임무혁이 가당치도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저는 매향 남도 출신 임무혁입니다. 제가 매향 북도 차무혁이라고요? 그 사람이 대체 누굽니까?”


보스 남궁철이 대답 대신 송곳니를 드러냈다. 허연 송곳니 두 개가 번쩍였다. 그가 말했다.


“임무혁, 너는 22년 전 일을 복수하려고 신분을 세탁했어. 넌 북도의 차무혁이었어. 남도의 임무혁으로 신분을 위장해 조직에 들어왔어.

그래서 누구도 견딜 수 없는 테스트를 통과한 거였어. 복수의 의지로 매질을 견딘 거지. 나한테 복수하려고 그 매를 견딘 거야! 아주 독한 놈. 독종!”


임무혁이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그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보스,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제가 북도의 차무혁이라고요? 남도의 임무혁이 아니라고요? 저는 매향도 남도 출신 임무혁이 맞습니다.”


“과연 그럴까?”


보스 남궁철이 말을 마치고 핸드폰을 들었다. 그가 사진 한 장을 임무혁에게 보여줬다.


사진 속에 한 아이가 있었다. 배경은 바닷가였다. 십 대 초반 아이였다. 12살 정도로 보였다. 오른손을 들어 올리고 V자를 그리며 서 있었다.


임무혁이 그 사진을 보고 보스에게 물었다.


“이 아이가 누구죠?”


보스 남궁철이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 아이가 바로 남도의 임무혁이다.

잘 봐라. 이 아이는 피부가 까무잡잡해. 너는 피부가 하얘. 하얀 피부가 까무잡잡해질 수는 있지만, 그 반대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인천에 계속 살았는데 피부색이 변할 리가 없어.”


임무혁이 사진을 유심히 살폈다. 그가 급히 말했다.


“아이 피부색이 까무잡잡해 보이지만, 그건 해를 등지고 있어서 그런 거 같습니다. 이 아이가 임무혁이라면 제 어릴 적 사진입니다.

어디에서 이 사진을 얻었죠?”


“어릴 적 사진이라도 동일인이라면 닮은 구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진과 너는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어.”


임무혁이 정색하고 답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인상이 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사진이 저라는 증거가 있습니까?”


“뭐? 증거?”


보스 남궁철이 잠시 머뭇거리다 크게 웃었다.


“하하하!”


그가 어이없다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을 이었다.


“역시 너는 배짱이 좋은 놈이야. 증거는 수두룩하다.

20년 전, 매향도에 커다란 태풍이 불어와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때 임무혁, 임주리 남매의 부모도 죽었다. 하지만 살아남은 사람도 있었다.

그들이 이 사진을 보고 이 아이가 임무혁이 맞는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진짜 임무혁은 오른손 검지 끝마디가 없다고 …. 사고로 손가락 끝마디를 잃었다고 말했다. 이 사진을 자세히 봐라. 오른손 검지 끝마디가 없다.”


“네에?”


임무혁이 다시 사진을 유심히 봤다. V자를 그리는 소년의 오른손 검지에 끝마디가 없었다.


“헉!”


임무혁이 그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환청이 다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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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너는 차무혁이 아니라 임무혁이야. 주리도 마찬가지야. 차주리가 아니야 임주리야.

앞으로 남도의 임무혁, 임주리로 살아가야 해. 북도의 차무혁, 차주리는 그만 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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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청이 들리자, 임무혁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보스 남궁철이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니, 이제는 발뺌도 못 하는구나. 남도의 임무혁은 혈액형이 B형이었어. 북도의 차무혁은 혈액형이 A형이었고. 병원에 그 기록이 남았다.

너는 혈액형이 A형이야. 그래서 너는 차무혁이야.”


“으으으!”


임무혁이 뼈아픈 신음을 내뱉고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절름발이 보스가 소리를 내지 않고 웃었다. 악마의 웃음이었다. 그가 임무혁에게 한 걸음 다가오며 말했다.


“남도 임무혁의 고모가 아직도 살아있어. 그 사람의 유전자를 네 유전자랑 비교하면 가장 확실히 알 수 있어.

네가 진짜 임무혁인지 아닌지를 … 그래, 유전자 검사까지 할까? 그게 소원이라면 들어주지! 그때까지 살려주마.”


그 말을 듣고 임무혁이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외통수에 걸렸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남도의 임무혁이 아니라 북도의 차무혁이었다.


“이런!!”


임무혁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그의 두 눈에 나이든 보스가 아니라 젊은 보스가 보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청년 남궁철이 보였다.


22년 전 과거가 떠올랐다. 기억의 파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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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움직여! 도망친 놈을 잡아! 그리고 119에 신고해. 젠장! … 아야! 다리가!”


청년 남궁철이 크게 외쳤다.


이장댁 앞에서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남궁철과 다른 사람이 걸음을 옮겼다. 남궁철이 다리를 절었다. 옆에 사람이 그를 부축했다. 다리에 칼을 맞은 듯했다. 큰 부상이었다.


둘이 걷다가 걸음을 멈췄다. 앞에 두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둘은 어린 남매였다.


남매는 북도의 차무혁, 차주리였다. 둘 다 입에 거품을 물고 의식을 잃어갔다. 차무혁의 눈이 점점 감겼다.


“이놈아, 콜라가 맛있냐?”


조롱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차무혁의 시선이 따라갔다. 소년의 얼굴에 청년 남궁철이 보였다. 젊은 나이였지만, 훤한 이마가 보였다.


22년 전 남궁철이 쓰러져 있는 차무혁을 조롱했다. 남궁철이 오만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빨리 치료해야 해. 놈한테 다리를 찔렸어. 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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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바로!!”



임무혁이 22년 전 참담했던 기억 중 일부를 회복했다. 순간! 그의 몸에서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100도 넘어서 200도, 300도 향했다.


그가 깨달았다. 남궁철이 바로 원수라는 것을!


22년 전 기억이 전부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의 적은 남궁철이었다. 15년 동안 모셨던 조직의 보스, 남궁철이 바로 그의 철천지원수였다.


“남 궁 철!”


임무혁이 남궁철 세 글자를 피를 토하듯 내뱉었다. 그리고 분노가 이글거리는 눈망울로 그를 노려봤다. 그러자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하하!”


보스 남궁철이 크게 웃었다. 22년 전처럼 다시 조롱하기 시작했다. 그가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오른손을 허공에 올리더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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