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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_새하얀 눈동자_1_14_백궁과 임무혁 위기

새하얀 눈동자 <회색 인간 외줄 타기>

by woodolee

다음날

2025년 10월 13일 오후 1시 10분


임무혁이 SS호텔 객실에 잠을 자고 있었다.


여기는 3층 305호실이었다.


SS 호텔은 한국에서 알아주는 초호화 호텔이다. 최신식 전자 제품과 최고급 가구, 깔끔하고 화려한 인테리어가 마치 유럽의 백작 집 같았다.


넓은 침대에 임무혁이 뒤척거렸다. 그가 꿈을 꾸는 거 같았다.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악몽을 꾸는 거 같았다.


한편 물뱀파 보스 남궁철은 20층 회장실에 홀로 있었다. 그가 노트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현재 화상 회의 중이었다.


노트북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허스키한 목소리였다.


“회장님이 임무혁을 데리고 있다고요? 정말입니까?”


남궁철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럼, 내 새끼를 내가 보호해야지, 버립니까?”


허스키한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지금 그런 한가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닙니다! 정신 차리세요, 제발!”


“형사과장님, 말이 좀 심하군요.”


남궁철이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노트북에서 보이는 남자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작고 왜소했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눈매가 무척이나 날카로웠다. 가는 눈매가 작은 단도 같았다.


남자는 인천 남부 경찰서 형사과장 김덕기였다. 손정기 반장이 지휘하는 마약반을 뒤에서 컨트롤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어젯밤 인천 서부 경찰서를 이용해 임무혁을 체포하려고 했다. 마약 밀반입과 마약 소지, 마약 거래 혐의였다.


김덕기 과장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회장님은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제가 뭘 모른다는 거죠? 무혁이는 그동안 충실히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큰 이득을 봤습니다. 그런데 이제 토사구팽하겠다는 건가요?

그렇게는 못 합니다. 경찰이라고 깡패들을 무시하지 마세요. 다 아끼는 게 있습니다. 돈보다 우선하는 게 있어요. 그건 바로 내 새끼입니다.”


김과장이 급히 말을 이었다.


“회장님, 대폭발 화재를 임무혁 그놈이 저지른 거 같습니다.”


“네에? 뭐라고요?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요? 무혁이가 왜 그런 짓을 합니까? 대형 창고가 가스 폭발로 산산조각이 났다고 들었습니다. 무혁이가 그런 짓을 했다고요? 믿을 수 없는 얘기입니다.

무혁이는 그때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옆에 주형사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둘 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터무니없는 모함하지 마세요! 정말 실망입니다.”


김덕기 과장이 무척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지금 백궁에서 조사 중입니다.”


“네에? 백궁에서 조사를 한다고요? 뭘 조사 중이죠? 자세히 말해보세요.”


백궁이라는 말에 보스 남궁철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백궁이 무척 중요한 거 같았다.


김과장이 말을 이었다.


“임무혁이 매향도 남도 출신이라는 걸 알고 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매향도에 섬이 두 개 있잖아요. 북쪽에 있는 섬이 북도고 남쪽에 있는 섬이 남도잖아요. 백궁 회장님은 북도 출신이고 ….”


“임무혁 그자가 매향도 남도가 아니라 북도 출신일 수도 있습니다.”


“네에? 무혁이가 북도 출신일 수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그럴 리가요? 제가 무혁이를 받았을 때 다 조사했습니다. 남도에 임무혁, 임주리 남매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회장님, 그건 맞습니다. 남도에 임무혁, 임주리 남매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그럼, 문제 될 게 전혀 없잖아요.”


“문제는 ….”


김덕기 과장이 말을 멈추고 입술에 침을 묻혔다. 중요한 말을 하려는 거 같았다. 그가 말했다.


“북도에도 무혁과 주리라는 이름을 가진 남매가 있었습니다.”


“북도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남매가 있었다고요?”


“그렇습니다. 둘의 이름은 차무혁, 차주리였습니다. 남도 임무혁과 임주리 남매와 비슷한 나이였습니다. 임무혁과 차무혁은 동갑이고 딸들은 한 살 차이였습니다.”


“아, 성이 다르다는 말이군요. 북도는 차무혁, 차주리고 남도는 임무혁, 임주리라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백궁 회장님께서 말씀하신 게 있어서 임무혁, 임주리 남매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매향도에 특이한 속설이 있었습니다. 아이 이름이 같으면 오래 산다는 속설이었습니다.”


“그런 속설이 있었다고요?”


“네, 예전에 한 어부가 갓 태어난 자식들을 계속 잃어서 낙담했었는데, 그러자 한 노인이 말했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그 이름을 함부로 짓지 말고 건강하게 태어난 이웃 아이의 이름을 그대로 따오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갓 태어난 아이 이름을 다섯 달 일찍 태어난 옆집 아이 이름으로 지었는데 그 아들이 무병장수했답니다.”


“그런 속설이 있었군요. 저는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


“그야, 회장님은 매향도 출신이 아니잖아요.”


“그렇기는 하죠. 섬은 그날 이후 꺼림칙해서 잘 가지 않습니다.”


“남도의 한 어부가 자식 이름을 북도 아이의 이름을 따서 지었습니다. 그래서 남도와 북도 아이들의 이름이 같고 성이 다릅니다.”


보스 남궁철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30초 후 그의 두 눈이 탁구공처럼 커졌다. 그가 급히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호텔에 있는 임무혁이 실은 북도의 차무혁이라는 말인가요?”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런 거 같습니다. 남도 임무혁의 사진을 찾고 있습니다. 곧 사진이 도착할 겁니다.”


“차무혁이 임무혁으로 신분을 위장했다는 말이죠?”


“사진이 도착하면 그 진위를 밝힐 수 있습니다. 먼저 콜라로 테스트해봤습니다.”


“콜라요?”


“아, 회장님은 임무혁의 콜라 트라우마를 모르시는군요.”


“저는 콜라를 싫어해서 마시지 않습니다. 그래서 임무혁과 콜라를 같이 마신 적이 없습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그날 이후 콜라를 입에 대지 않습니다.”


“임무혁한테 콜라 트라우마가 있다는 말인가요?”


“네, 마약반 반장한테 그 소리를 듣고 일부러 회식 자리에서 테스트했습니다.

임무혁이 콜라 기포를 보더니 밖으로 뛰어나가 구토했답니다. 먹은 걸 다 토해냈다고 합니다.”


“그, 그렇다면 ….”


“북도 차무혁, 차주리 남매가 콜라를 마시고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래서 콜라 트라우마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헉!”


보스 남궁철이 매우 놀란 나머지 두 배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김덕기 과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이제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왜 제가 임무혁을 마약으로 엮어서 잡으려 했는지 ….”


“이, 이제 알겠습니다.”


“임무혁이 실은 북도의 차무혁이라면 그자는 아주 위험한 자입니다. 대폭발 사고도 그자가 저지른 게 분명합니다. 그 사고로 우리 백궁 조직원이 많이 죽었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보스 남궁철이 이를 악물었다.


“으으으!”


그의 입에서 괴로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회장님, 아직 100퍼센트 확실한 건 아닙니다. 그래서 일단 임무혁을 잡아서 진상을 파악하려고 한 겁니다.

그자가 북도의 차무혁이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계획을 다른 사람도 아닌 우리 백궁 조직원인 회장님께서 그르쳤습니다.”


보스 남궁철이 급히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경찰이 임무혁을 잡으려 한다는 첩보를 듣고 급히 움직였습니다. 지금은 임무혁을 버릴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임무혁 그놈이 SS호텔에 있다니 안심입니다. 그놈을 잘 감시하세요. 사진이 오면 그놈이 진짜 임무혁인지 아니면 차무혁인지 판단하고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백궁에서도 이 일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보스 남궁철이 말을 마치고 화상 회의를 끝냈다.


그가 큰 충격을 받은 듯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다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무혁이가, 무혁이가 … 남도가 아니라 북도 출신이라고! 북도라면 … 으으으!”


보스 남궁철이 무척 괴로운 듯 몸을 떨었다. 그의 두 눈에 22년 전 매향도 북도가 떠올랐다.


그때는 한 해 중 날씨가 가장 좋은 5월 중순이었다. 그날도 화창한 날이었다. 많은 사람이 이장댁에서 잔치를 벌였다.


“젠장! XXX!”


보스 남궁철이 욕지거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급히 생각했다.


‘만약 임무혁이 북도의 차무혁이라면 신분을 속이고 조직에 들어온 거야. 그것도 누구도 견딜 수 없는 테스트를 통과하고 들어왔어.

북도의 차무혁이 맞는다면 이놈은 날 죽이려는 놈이야.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어. 바보처럼 호랑이 새끼를 키우고 말았어! 아무것도 모른 채 머저리 짓을 하고 말았어!

으으으! 놈은 자그마치 15년 동안 그 발톱을 숨겼어. 그러다 대폭발 사고를 일으킨 거야.’


보스 남궁철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가 급히 인터폰을 눌렀다.


“네, 회장님.”


“무혁이는 어디에 있어?”


“임무혁은 3층 객실에 있습니다. 아직도 수면 중이랍니다.”


보스 남궁철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차디찬 목소리로 말했다.


“손님이 깨어나면 식사를 대접해라. 최고급 코스로.”


“알겠습니다.”


보스 남궁철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앞에 있는 통창문으로 걸어갔다. 둔탁한 발소리가 들렸다. 평범한 사람의 발소리가 아니었다. 그는 절름발이였다. 그래서 발소리가 다른 사람과 달랐다.


발소리가 그쳤다.


보스 남궁철이 20층에서 인천 시내를 바라봤다.


저 멀리에 드넓은 바다도 보였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없는 화창한 날이었다. 수평선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임무혁, 네 놈이 차무혁이라면 오늘 내 손에 죽는다. 점심이 네 마지막 식사가 될 거다. 그래서 최고급으로 대접하마.

네가 진짜 임무혁이라면 너는 내 아들과 같다. 평생 같이 가겠다. 차기 보스는 바로 너다!”


호텔 20층에 차디찬 냉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임무혁은 그것도 모른 채 잠만 자고 있었다.



**



자리에서 일어난 임무혁이 거실로 나왔다. 호텔 직원이 최고급 식사를 준비했다. 맛있는 냄새가 거실에 진동했다.


이곳은 3층이라 전망이 그리 좋지 못했다. 그래도 호텔 전경은 훤히 보였다. 거실 외벽은 커다란 창문이었다. 창문을 열고 나가면 테라스가 있었다.


임무혁이 커다란 창문을 열고 테라스로 나갔다. 인천의 바람이 불어왔다. 언제나 익숙한 바람이었다. 고향의 바람은 언제나 구분할 수 있었다. 타지의 바람과 다른 점이 분명히 있었다.


잠시 바람을 즐기던 임무혁이 호텔 전경을 살폈다. 그는 처음으로 SS 호텔에서 잠을 자봤다. 최고급 호텔이라 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곳이었다.


테라스 밑으로 커다란 수영장이 보였다. 투숙객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초겨울이라 온수가 나오는 수영장이었다.


수영장 주변에는 녹지가 있었다. 넓은 녹지가 펼쳐졌다. 녹지는 근처 산으로 이어졌다.


SS 호텔은 산비탈을 깎고 지은 호텔이었다. 그래서 공기가 어느 곳보다 깨끗하고 신선했다.


임무혁이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즐기고 있을 때



땡!



종소리가 들렸다. 식사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였다. 임무혁이 테라스에서 발길을 돌렸다. 커다란 창문을 열고 거실로 다시 돌아왔다.


진수성찬이 앞에 펼쳐졌다. 메인 요리는 송아지 안심 스테이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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