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동자 1편 <백색 궁전>
검은색 세단이 맥스 호프집으로 달려왔다. 차가 보이자, 백곰이 두 손을 마구 흔들어댔다. 그가 크게 외쳤다.
“여기야! 여기!!”
차가 맥스 호프집 앞에서 멈췄다. 운적석 차장이 내려갔다. 큰 소리가 들렸다.
“백곰 형님, 어서 타세요!”
“알았어.”
백곰이 크게 답하고 차에 올라탔다. 차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맥스 호프집 주인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그가 중얼거렸다.
“대체 무슨 일이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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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세단이 속도를 높였다. 바닷가 도로를 내달렸다. 그렇게 도로를 내달리다 근처에 있는 빈 공터로 향했다.
공터는 바닷가 근처에 있는 리조트 공사장이었다. 공사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그래서 텅 비어있는 넓은 공간이었다.
넓은 공터에 차 여러 대가 있었다. 모두 고급 외제 차였다.
검은색 세단이 공터에 들어오자, 주차한 차에서 차 문이 덜컹 열렸다. 모두 검은 실루엣이었다. 늦은 밤이라 누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검은색 세단이 사람들 앞에 멈췄다. 조수석 문이 활짝 열리더니 백곰이 내렸다. 그가 급히 사람들을 향해 달려갔다.
검은색 세단 등장하자, 모인 사람들이 정체가 드러났다. 차 헤드라이트가 검은 실루엣을 훤히 비췄다.
그들은 백궁 주요 인사들이었다. 백궁 회장인 전해식 의원과 김덕기 과장, 시의원 둘이었다.
백곰이 전의원을 확인하고 급히 고개를 조아렸다. 그리고 급히 말했다.
“의원님, 남궁철 회장님이 지금 놈들한테 잡혀있습니다.”
전해식 의원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입을 열었다. 무척 무거운 목소리였다.
“그래, 놈들이 누구야? 임무혁, 이민우가 맞는 거야?”
“네, 맞습니다. 그런데 한 명이 더 있었습니다.”
한 명이 더 있다는 말에 김덕기 과장이 급히 입을 열었다.
“백곰, 그자가 대체 누구야?”
백곰이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
“그때 복면을 뒤집어쓰고 있어서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나이 든 남자 목소리였어요. 임무혁이 아저씨라고 불렀습니다.”
김과장이 두 눈을 부라렸다. 그가 크게 외쳤다.
“계속 말해!”
백곰이 기억을 더듬으며 말을 이었다.
“22년 전을 언급했고 절름발이라고 했어요. 칼부림도 했다고 한 거 같아요 ….”
“뭐? 22년 전, 절름발이, 칼부림이라고?”
김덕기 과장이 그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
전해식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공터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전의원이 잠시 생각하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그자는 …… 최운성!”
“맞습니다. 최순경, 그 자식이 임무혁을 돕는 겁니다.”
김과장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의 두 눈에 분노가 들끓어 올랐다. 그는 최운성과 악연이었다. 치정을 얽힌 삼각관계였다.
김덕기 과장은 술집에서 일했던 윤진희를 사모했다. 윤진희는 최운성과 연인 사이였다.
최운성은 당시 경찰서 선배였던 김과장이 애인 윤진희를 사모한다는 걸 몰랐다.
김과장은 최운성과 윤진희가 사랑하는 사이라는 걸 알았지만, 윤진희에게 끈덕지게 치근댔다. 윤진희는 김과장을 철저히 외면했다.
그 일로 김과장은 최운성을 증오했다. 최운성은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22년 전 매향 북도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최운성을 죽이려 했다.
전의원이 과거의 기억을 더듬고 말했다.
“임무혁 남매를 구한 것도 … 최운성 짓이잖아. 맞지?”
“맞습니다. 최운성 짓입니다. 남매를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나 구했습니다.”
김덕기 과장이 무척 괘씸하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전해식 의원이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최운성 이놈이 22년 전처럼 우리를 괴롭히는군. 아주 질긴 놈이야. 그때 죽였어야 했는데 죽이지 못한 게 정말 천추의 한이군.
그때 죽였다면 임무혁 그놈도 벌써 죽었을 텐데 ….”
“맞습니다. 이를 어떡하죠?”
김과장이 걱정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전의원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를 악물고 몸을 파르르 떨었다.
공터에 살벌함이 감돌기 시작했다.
백곰이 침을 꿀컥 삼켰다.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임무혁이 준 USB를 꺼냈다. USB를 한 손에 들고 말했다.
“전해식 의원님. 임무혁이 저에게 이 USB를 줬습니다. 의원님께 전하라고 했습니다.”
“뭐? 정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전해식 의원이 급히 USB를 받았다. USB를 서둘러 확인했다. 평범한 USB였다. 8기가짜리였다.
김덕기 과장이 USB를 보고 급히 말했다.
“백궁 회장님, 어서 확인해보죠.”
“그래, 그래. 김과장, 어서 확인해봐.”
“네, 알겠습니다.”
김과장이 USB를 받았다. 먼저 포트를 확인했다. 최신형 포트로 C타입이었다.
김과장이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USB를 핸드폰에 연결했다. 핸드폰이 USB를 인식하자, 그 폴더를 확인했다.
폴더는 단 하나였다. 폴더 안으로 들어가자, 영상 두 개와 사진 두 장, 텍스트 문서 하나가 있었다.
김덕기 과장이 영상 하나를 플레이했다. 영상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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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뒷좌석에 앉은 두 사람이 보였다. 한 명은 이마가 훤했다. 코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물뱀파 보스 남궁철이었다.
옆에 사람은 의식을 잃었다. 커다란 덩치의 백곰이었다.
남궁철이 우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살려주세요! 정말 잘못했어요. 저는 그냥 시키는 대로 한 거뿐이에요!”
남궁철이 싹싹 빌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으로 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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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이거? … 제기랄!”
전해식 의원과 김덕기 과장이 영상을 확인하고 분을 참지 못했다. 보스 남궁철이 납치된 게 맞았다. 영상이 이를 증명했다.
“으으으~!”
전의원이 신음을 내뱉었다. 한 방 제대로 얻어맞았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임무혁과 이민우를 잡으려고 경찰과 물뱀파 조직원을 인천 일대에 풀었다. 그렇게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임무혁이 백궁의 본거지인 SS 호텔로 쳐들어와 보스 남궁철을 납치했다. 실로 대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김덕기 과장이 다음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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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안에 한 사람이 양팔을 뒷짐 지고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매를 맞았는지 얼굴이 멍투성이였다. 그는 이사장, 이정길이었다.
이정길이 몸을 벌벌 떨었다. 그가 급히 말했다.
“제발 살려주세요. 증거를 다 넘겼으니 저는 제발 봐주세요. 지난 일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말 죽어 마땅한 놈입니다.”
그때 무서운 목소리가 들렸다.
“이장댁에서 녹화한 6mm 테이프 세 개가 22년 전 참사의 증거지?”
이정길이 격하게 고개를 끄떡이며 답했다.
“맞습니다.”
“그 증거로 백궁을 협박했다고?”
“네, 그걸로 백궁을 협박했습니다.”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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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전해식 의원이 영상을 다 보고 비틀거렸다. 김덕기 과장도 마찬가지였다.
둘이 커다란 충격을 받은 거 같았다. 그러자 옆에 있는 시의원 둘이 그들을 부축했다.
공터에 당혹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백궁이 예상한 대로 임무혁 손아귀에 이정길이 있었다. 참사의 증거도 마찬가지였다. 임무혁이 6mm 테이프 세 개를 확보했다.
“젠장! 젠장!! XX!!”
전의원이 화를 참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그 소리가 공터에 크게 울렸다.
상황이 다급하게 돌아가자, 김덕기 과장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다 겨우 정신 차렸다.
나머지 것들도 확인해야 했다. 그가 사진 두 장을 열었다.
사진 안에 참사의 현장이 있었다. 이장댁 마당에 많은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그곳에 전해식 의원과 김덕기 과장이 서 있었다. 녹화 영상을 캡쳐한 사진이었다.
“이, 이건!”
전의원이 두 눈을 쟁반처럼 크게 떴다. 사진에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22년 전 젊은 시절 모습이었다.
다른 사진에는 중요한 인물이 있었다. 신재순 서울 시장이 이장댁에서 웃으며 서 있었다. 신재순 시장은 22년 전 인천시 부시장이었다.
결국, 사진을 다 확인한 전해식 의원이 휘청거렸다. 충격을 감당할 수 없는 거 같았다. 그를 부축한 시의원이 말했다.
“의원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무슨 수가 있을 겁니다.”
“으으으~!”
전의원이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그렇게 정신 차렸다.
핸드폰을 들고 벌벌 떨던 김덕기 과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백궁 회장님, 마지막으로 문서가 있습니다.”
“그럼, 문서를 빨리 열어!”
“네, 알겠습니다.”
김과장이 급히 텍스트 문서를 열었다. 문서의 내용을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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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식 의원!
나는 임무혁이다.
22년 전 부모님을 잃은 아들이다.
그리고 콜라를 먹고 죽을 뻔한 아이다.
마지막으로 병원에서 킬러를 만난 남매의 오빠다.
나는 너희의 정체를 알고 있다.
너희는 거대 마약 카르텔 백색 궁전, 백궁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섬사람들을 이용해 양귀비를 재배하고 마약, 하얀 가루를 제조했다.
섬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화초 재배로 큰돈을 벌었다고 좋아했다.
너희는, 정부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하자, 매향 북도 사람들을 몰살했다. 인정사정없이 토사구팽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마을 사람들은, 너희의 간악한 계략에 빠져 독이 든 막걸리와 음료를 마시고 저세상으로 모두 떠났다.
너희는 이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먼저 너희에게 한 가지를 요구하겠다.
내 동생, 임주리를 풀어줘라. 물뱀파 보스 남궁철과 동생을 맞교환하겠다.
동생은 인천 남부경찰서 마약반 손정기 반장이 데려와라. 다른 사람이 오면 안 된다. 그럴 시 증거 영상을 세상에 바로 폭로하겠다.
너희가 아무리 재주가 좋아도 세상에 뿌린 증거를 바로 삭제할 수는 없다.
약속 장소와 약속 시각은 인천 지하철 남동구역 보관함 12번에 있다. 비밀번호는 5629다. 보관함을 열고 쪽지에 적힌 번호대로 전화 걸어라!
이 글을 보는 즉시 구치소에서 동생을 무죄 방면해라! 그게 먼저다. 그런 다음 보관함을 열어라. 순서를 헷갈리지 마라.
나는 인내심이 없다. 내가 제시한 약속 시각에 조금이라도 늦으면 국물도 없다!
서둘러라! 황급히 움직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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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식 의원이 글을 다 읽고 윗니로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가 별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힘없는 목소리로 김덕기 과장에게 말했다.
“김과장님, 어서 임주리를 풀어주세요. 그런 다음 남동구역 지하철 보관함으로 사람을 보내요.”
“알겠습니다. 서둘러 대처하겠습니다.”
김과장이 핸드폰으로 경찰서에 연락했다.
“휴우~!”
전의원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가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전화 걸었다. 신호가 가자, 한 사람이 전화 받았다.
전해식 의원이 벌벌 떨며 말했다.
“시장님. 전해식입니다.”
“어떻게 됐죠? 전의원님.”
“그게, … 일이 힘들게 됐습니다.”
“뭐라고요? XXX!”
벌컥 화를 내는 소리가 들렸다. 전화를 받은 이는 백궁의 고문이었다. 그는 현직 서울 시장이자. 유력 대선 후보인 신재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