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동자 1편 <백색 궁전>
어둠을 헤치며 달리던 검은색 밴이 수풀이 우거진 넓은 공터에 도착했다. 공터 한구석에 창고가 있었다.
덜컹하며 차 문이 열렸다. 차에서 사람들이 내렸다.
그들은 임무혁, 이민우, 최운성 그리고 검은 두건을 뒤집어쓴 둘이었다.
둘은 물뱀파 보스 남궁철과 그의 부하 백곰이었다. 둘 다 뒷짐을 지고 있었다. 손목이 꽁꽁 묶였다.
“자, 어서 가자고. 보스!”
이민우가 크게 외치고 보스 남궁철의 멱살을 꽉 잡았다.
남궁철이 숨이 막히는지 캑캑거렸다. 그가 급히 말했다.
“미, 민우야. 살살해. 아프다!”
“아프라고 꽉 잡은 거야. 남궁철, 군소리하지 말고 어서 따라와! 아직도 내가 네 부하로 보이냐?”
“아닙니다. 잘못했습니다.”
보스 남궁철이 서둘러 답했다.
이민우가 무척 즐거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너 아까부터 계속 잘못했다고 그러더라. 진짜 반성한 거 맞아? 진심이야?”
보스 남궁철이 격하게 고개를 끄떡이며 답했다.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22년 전,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짓을 저질렀습니다. 백번 죽어도 마땅한 일입니다. 그러니 제발 살려주세요.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고 새 사람으로 살겠습니다. 바르게 착하게 살겠습니다.”
“새사람이라고? 바르게 착하게 살겠다고?”
이민우가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너는 새사람으로 살지 말고 죽었다가 새로 태어나는 게 나을 거 같다. 어서 따라와!”
“아이고, 민우 형님, 제발 살려주세요!”
“민우 형님? … 하하하!”
이민우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궁지에 몰린 보스의 입에서 형님이라는 말까지 튀어나왔다. 확실히 쫄린 게 분명했다.
그럴 만했다. 보스 남궁철 옆에는 저승사자 임무혁이 서 있었다.
임무혁은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만큼 분노가 들끓었다. 과거 일을 용서할 리가 없었다.
보스 남궁철이 이민우한테 멱살이 잡힌 채 질질 끌려갔다. 그 모습을 임무혁과 최운성이 지켜봤다.
이민우와 남궁철이 창고 안으로 들어가자, 임무혁이 한 손을 올렸다. 앞에 있는 백곰의 멱살을 꽉 잡았다. 그러자 백곰이 급히 말했다.
“아이고! 저는 그냥 보스 옆에 있었던 거뿐입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무혁 형님이시죠? 전 형님을 예전부터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임무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멱살을 풀고 말했다.
“난 너 같은 동생을 둔 적이 없다. 그러니 마음에도 없는 소리는 하지 마라. 난 너에게 원한이 없다. 해코지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
“정말입니까? 형님!”
백곰이 황급히 말했다. 임무혁이 말을 이었다.
“대신 너는 우리 뜻을 전해야 한다. 전해식 의원을 찾아가라. 가서 USB를 건네라.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전해식 의원님에 USB를 건네겠습니다.”
백곰이 답을 하자, 임무혁이 품에서 작은 USB 하나를 꺼냈다. 그 USB를 백곰의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됐다.”
최운성이 잘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씩 웃었다.
임무혁이 최운성에게 말했다.
“그럼, 저는 시내로 가겠습니다. 맥스 호프집 앞에 이놈을 버리고 오겠습니다. 아저씨는 22년 전 만났던 친구를 다시 만나세요.”
친구라는 말에 최운성이 미소를 지었다. 그가 말했다.
“그때 그 친구를 만났었지. 서로 보자마자 칼부림했으니 … 우린 보통 사이가 아니야. 그래서 나란히 절름발이가 됐지.
정말 인연이야. 악연 중의 악연이지.”
“맞습니다. 악연 중의 악연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님의 원수가 저를 총애했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남궁철을 죽이고 싶지만, 겨우 참고 있습니다.”
최운성이 한팔을 들었다. 임무혁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무혁아, 좀 참아라. 복수를 완수하려면, 저놈을 죽이면 안 돼. 지금은 살려야 해.”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갔다 오겠습니다.”
“조심해서 갔다 와.”
“네, 걱정하지 마세요.”
임무혁이 말을 마치고 백곰의 멱살을 다시 꽉 잡았다. 백곰을 끌고 차 안으로 들어갔다.
차에 시동이 걸렸다. 검은색 밴이 어둠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잠시 차를 바라보던 최운성이 걸음을 옮겼다. 그가 저 앞에 보이는 창고로 향했다.
10초 후, 끼익! 하며 창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창고 안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민우야, 불을 켜야지.”
최운성이 말을 마치고 불을 켰다. 팟! 하며 창고 안이 밝아졌다.
창고 안에 이민우와 이정길, 남궁철이 서 있었다.
이민우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오랜 친구를 보셔야죠.”
“그래, 그래야지.”
최운성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답했다.
“이제 못난 얼굴을 개봉합니다!”
이민우가 보스 남궁철의 두건을 확 벗겼다.
“아야!”
남궁철이 인상을 찌푸렸다. 환한 빛에 두 눈을 찡그렸다. 그러다 두 눈을 보름달처럼 크게 뜨고 사방을 살폈다.
옆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 남자는 이사장, 이정길이었다. 이정길이 벌벌 떨고 있었다.
이정길은 물뱀파 보스 남궁철까지 잡혀 오자, 매우 놀란 나머지 어쩔 줄 몰라 했다. 턱이 마구마구 떨렸고 두 눈을 커다란 쟁반처럼 크게 떴다.
“이사장!”
보스 남궁철이 이정길을 알아보고 크게 외쳤다. 그러다 인기척을 느끼고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출입문 앞에 절름발이가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남궁철은 차 안에서, 뒷좌석에 있었다. 그래서 운전석에 앉은 최운성을 보지 못했다.
“오랜만이야. 친구!”
최운성이 보스 남궁철에게 말했다. 무척 반가운 목소리였다.
“… 으으으~!”
그 소리를 듣고 남궁철이 신음을 내뱉었다. 강력한 주먹을 복부에 얻어맞은 듯 두 무릎을 꿇었다.
최운성이 말을 이었다.
“그때 우리는 서로 다리를 찔렀지. 피장파장이었어. 이제 승부를 가릴 때가 됐어.”
“아~! 그, 그게 ….”
보스 남궁철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 우는 소리로 크게 말했다.
“선생님! 모든 건 오해입니다. 저는 그냥 시킨 대로 움직인 거뿐입니다. 선생님을 해칠 생각을 추호도 없었습니다.
모든 건 김덕기 과장이 저지른 짓입니다. 저는 최운성 순경님을 존경했습니다.”
“네가 나를 존경했다고?”
최운성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한쪽 다리를 절며 말했다.
“백궁은 … 일심동체야. 너희는 따로국밥이 아니야. 보스 따로 부하 따로가 아니야. 모두 한통속이지. 죽어야 마땅할 놈들이야. 결코, 용서할 수 없어!”
“아이고! 모두 오해입니다. 제 말을 제발 들어주세요!”
보스 남궁철이 무릎으로 바닥을 박박 기며 사정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최운성이 이를 악물었다. 그가 크게 외쳤다.
“이놈! 궁지에 몰리니 아주 비굴해졌구나! 그렇게 살고 싶으냐!”
큰 소리와 함께 분노의 주먹이 위로 올라갔다. 아주 커다란 분노가 서린 불 주먹이었다.
그 주먹이 번개처럼 아래로 내려갔다. 무도하고 파렴치한 자의 턱을 망치로 북어를 패듯 때렸다.
퍽!
아이고!
커다란 비명이 들렸다. 보스 남궁철이 주먹을 한 대 얻어맞고 바닥에서 나뒹굴었다.
이민우가 손뼉을 짝! 쳤다. 그가 크게 외쳤다.
“남궁철! 이건 시작일뿐이다. 엄살 부리지 마라! 개도 너처럼 엄살 부리지 않아.
아저씨가 네 사정을 봐줘서 살살 때렸다. 나라면 훨씬 세게 때렸을 거다.”
“헉!”
보스 남궁철이 깜짝 놀랐다. 두 눈이 겁에 질린 토끼 같았다.
**
검은색 밴이 인천 시내로 들어갔다. 맥스 호프집으로 향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맥스 호프집은 북적였다. 지금이 피크였다. 술장사하기에 딱 좋은 시간이었다.
“다 왔군.”
차를 몰던 임무혁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잠시 후 맥스 호프집 앞에 차 한 대가 섰다. 검은색 밴이었다. 운전석 차 문이 덜컹 열렸다. 건장한 사내가 운전석에서 내렸다.
사내가 사방을 살폈다. 이상이 없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는 복수의 화신 임무혁이었다.
임무혁이 뒷좌석 문으로 걸어갔다. 뒷좌석 문을 활짝 열고 한 사람을 꺼냈다. 끌려 나온 사람은 거구의 백곰이었다.
임무혁이 백곰을 내팽개쳤다
쿵! 하며 거구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백곰이 비명을 질러댔다. 바닥에서 마구 버둥거렸다.
그는 사로잡힌 짐승 같았다. 검은 두건을 뒤집어쓰고 뒷짐을 지고 있었다. 두 손목이 꽁꽁 묶여 있었다.
“헉! 이, 이게.”
“이게 무슨 일이야?”
맥스 호프집 앞 행인들이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호프집에서 나오던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놀란 눈으로 임무혁을 쳐다봤다.
임무혁이 씩 웃었다. 그가 손님들에게 말했다.
“맥스 호프집 주인을 불러주세요. 물뱀파 백곰을 배달했다고 전해주세요. 그럼, 이만.”
임무혁이 말을 마치고 차에 올라탔다. 왔던 길로 돌아갔다.
“뭐, 뭐야, 대체?”
사람들이 어안이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한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
잠시 후 한 사람이 정신 차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크게 외쳤다.
“주인아저씨! 밖으로 나와보세요! 밖에 사람이 묶여 있어요!”
“네에?”
그 말을 듣고 주인이 허둥지둥 가게 밖으로 나갔다. 가게 앞에 거구가 있었다. 바닥에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진짜네!”
주인이 급히 거구에게 달려갔다. 뒤집어쓴 두건을 벗겼다. 그러자 그 얼굴이 드러났다.
주인이 급히 외쳤다.
“넌 백곰!”
백곰이 주인을 알아보고 급히 말했다.
“아저씨! 어서 풀어주세요!”
“그래, 알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으으으~!”
백곰이 펑펑 울기 시작했다. 그가 울면서 말했다.
“잡혀서 죽는 줄 알았어요. 무혁 형님하고 민우 형님이 저를 납치했다가 여기에다 버렸어요.”
“뭐? 무혁, 민우라고?”
주인이 그 이름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민우는 잘 아는 사람이었다. 같은 물뱀파 조직원이었다.
임무혁은 이민우의 소개로 며칠 전에 만났었다. 다리에 총상을 입은 남자였다.
두 손목을 묶었던 줄이 풀리자, 백곰이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그가 급히 주인에게 말했다.
“아저씨, 핸드폰 좀 빌려주세요. 급해요!”
“그래, 알았다.”
주인이 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백곰에게 건넸다. 백곰이 핸드폰을 받고 급히 전화 걸었다.
“여보세요.”
목소리가 들리자, 백곰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백곰이야!”
“백곰이라고요? 백곰 형님이세요?”
“응, 놈들한테 보스가 잡혔어. 난 지금 맥스 호프집 앞에 있어. 어서 이곳으로 차를 보내. 당장 전해식 의원님을 만나야 해.”
“아, 알겠습니다.”
백곰이 전화를 끊었다.
“으엉!”
백곰이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커다란 곰이 구슬프게 울기 시작했다. 두 눈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는 끔찍한 일을 당했다. 임무혁의 가공한 찍어차기를 얻어맞고 실신했었다.
임무혁은 SS 호텔 야외 주차장 수풀에 숨어있었다.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숨어 있다가, 재규어처럼 날아올라 가공한 무기인 앞발을 날렸다. 앞발이 커다란 망치처럼 백곰의 인중을 강타했다.
“엉엉엉!”
백곰이 펑펑 울면서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렇게 부하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