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소설_탐정 유강인 18편_57화

탐정 유강인 18편_검은 자서전과 악의 비밀

by woodolee

57화_검은 커넥션과 미라클 북스


시간이 흘러 밤이 되었다.


유강인은 퇴근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회의실에 앉아서 지능범죄수사대의 조사 결과를 기다렸다.


보고가 늦을 경우, 집 대신 서울청 근처 사우나에서 피로를 풀기로 했다.



밤이 점점 깊어져 11시 10분이 되었다.


“언제 결과가 나오지?”


유강인이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실론티 캔을 들더니 음료를 쭉 들이켰다. 벌써 3캔째였다.


어떻게든 거인 영화사에서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를 잡아야 했다. 그게 사건을 가장 빨리 해결하는 지름길이었다.


“음!”


결국, 유강인이 초조함을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문으로 걸어가 서울 시내 야경을 감상했다. 빌딩 숲에서 빛이 번쩍였다. 깊은 밤이었지만, 여전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조수 둘이 벽에 붙은 시계를 쳐다봤다. 퇴근할 시간이 훌쩍 지났다. 시간이 더 흐르면 서울청 근처 사우나에서 자야 했다.


그렇게 긴장감이 흐를 때



삐리릭!



유강인의 핸드폰이 울렸다.


“아! 전화.”


황정수가 핸드폰을 들고 유강인에게 달려갔다.


핸드폰을 건네받은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조사 결과가 나온 거 같았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유탐정님, 지능범죄수사대 오팀장입니다.”


“네, 오팀장님. 어서 말씀하세요.”


“조사 결과, 거인 영화사 이사 중 한 명이 이번 사건과 관련된 거 같습니다.”


“아, 그래요!”


유강인이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관련자가 등장했다. 그가 급히 말했다.


“그 사람이 대체 누구죠?”


“고진철 이사입니다.”


“고진철!”


“고이사의 가족 관계를 조사한 결과, 자녀로 두 딸이 있습니다. 딸들의 이름이 고두희, 고혜정입니다.”


둘의 이름을 듣고 유강인이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말했다.


“네에? 딸 이름이 고두희, 고혜정이라고요?”


“네, 맞습니다. 신원 확인 결과, 장녀가 미라클 북스 출판사 대표고 차녀는 기획팀장입니다.”


“아,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미라클 북스’ 다섯 글자가 유강인의 머릿속에 강하게 새겨졌다.


미라클 북스는 평범한 출판사가 아니었다. 모두 문제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자서전을 출간한 출판사였다. 자서전 안에는 수십 년간 철저히 숨겼던 비밀이 담겨있었다.


“유탐정님, 계속 조사를 진행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팀장님.”


유강인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입을 크게 벌렸다. 놀라움의 표시였다. 그 모습을 보고 조수 둘도 뭔가가 있다는 걸 알아챘다.


황정수가 말했다.


“탐정님, 왜 그러세요?”


유강인이 대답 대신 잠시 생각했다. 그가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역시, 미라클 북스는 보통 출판사가 아니었어. 놈들의 소굴이었어. 미스터김과 깊은 관련이 있는 출판사야.”


“네에? 그게 대체 무슨 말이죠?”


황정수가 깜짝 놀랐다. 황수지도 마찬가지였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거인 영화사 이사 중에 고진철이라는 사람이 있었어. 이 사람한테 딸이 있는데, 딸들의 이름이 고두희, 고혜정이야. 고두희와 고혜정은 미라클 북스 대표와 기획팀장이야.

결국, 거인 영화사와 미라클 북스는 연결되어 있었어. 둘 다 미스터김과 관련된 거야.

커넥션이 명백히 밝혀졌어. 미스터김, 거인 영화사, 미라클 북스는 서로 연결되어 있었어.”


“그래요? 그런 커넥션이 있었다고요? … 아! 그래서 고혜정 팀장이 스파이였던 거군요.”


“그렇지, 그런 거 같아.”


“우와! 사건의 진상이 드디어 밝혀지네요.”


조수 둘도 깜짝 놀란 나머지 크게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황수지가 겨우 진정하고 입을 열었다.


“고혜정 팀장은 스파이짓 하다가 그 정체가 드러나서 도주했잖아요. 남은 사람은 고두희 대표인데, 고대표도 스파이인건 가요?”


황정수가 손뼉을 짝 쳤다. 그가 급히 말했다.


“그러네! 자매가 다 스파이였던 거에요. 미스터김과 한통속인 거죠. 아버지, 두 딸 모두 미스터김 조직원이 분명해요.”


황정수의 말을 듣고 유강인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의심의 눈초리였다.


고두희 대표는 현재 경찰 조사에 잘 응하고 있었다. 동생은 정체가 드러나기 직전 도망쳤지만, 언니는 그러지 않았다. 스파이라고 단정하기에 뭔가가 부족했다.


유강인이 핸드폰을 들었다. 확인할 게 있었다. 백정현 형사에게 전화했다.


“네, 유탐정님.”


“백형사님, 고혜정 팀장이 도주할 때 옆에 고두희 대표도 있었나요?”


“네, 있었습니다.”


“동생이 도주하자, 반응이 어땠나요?”


“매우 놀랐습니다. 그래서 실신할 뻔했습니다.”


“그래요?”


유강인이 한 손으로 턱을 만졌다. 그가 질문을 이었다.


“백형사님이 보기에, 고두희 대표한테 수상한 점이 있나요?”


“수상한 점이요?”


“진실을 숨기려고 연기하는 거 같지 않나요?”


백정현 형사가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유탐정님, 제가 볼 때 그런 점은 전혀 없었습니다. 동생이 스파이라는 말에 무척 놀라서 몸을 바들바들 떨었습니다. 얼굴도 하얗게 질렸습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이었습니다.”


“분명하죠?”


“네, 제가 볼 때 고대표는 문제없어 보입니다. 행동거지로 볼 때 거짓말하는 거 같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전화를 끊었다. 그가 조수 둘에게 말했다.


“정황상 고두희 대표는 미스터김 일원이 아닌 거 같아.”


“아니, 그걸 어떻게 단정하죠?”


황정수의 말에 유강인이 답했다.


“미라클 북스는 백형사님이 담당했어. 고대표를 지켜본 결과, 이상한 점이 없다는군.

고대표는 동생이 도망칠 때 같이 도망치지 않았어. 오히려 수사에 잘 응하고 있어. 동생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야.”


“혹 일부러 남아서 우리를 염탐하려는 게 아닐까요? 언니가 동생보다 고단수인 거죠.”


황정수도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선임 조수의 말에 유강인이 생각에 잠겼다. 이 사실은 확인해야 할 사안이었다. 그가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


“그건 내일 만나보면 알겠지.”


“탐정님, 고대표와 약속은 오후로 잡아야 할 거 같아요. 내일 오전에는 가사도우미와 비서 참고인 조사가 있습니다.

둘 중에 백회장님을 농락한 스파이가 있다고 꼭 잡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아, 그렇지. 고대표는 오후에 만나야겠군.”


“그럼, 제가 지금 연락할게요.”


황정수가 말을 마치고 핸드폰을 들었다.


“잠깐!”


유강인이 한 손을 번쩍 들고 황정수를 말렸다.


뭔가가 생각이 난 듯했다. 유강인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고대표는 스파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 내 판단으로는 스파이가 아닌 거 같아. 남아서 염탐하는 게 말이 쉽지. 매우 어려운 일이야.

동생이 스파이 짓을 하다가 발각됐는데 언니가 계속 스파이 짓을 한다고? 이건 너무나도 무모한 짓이야.

스파이는 다른 사람과 자연스럽게 섞여야 스파이지, 다들 스파이라면 이건 스파이가 아니야. 그냥 범죄집단이지.”


“그런가요?”


“그보다도 미스터김이 언니를 감시할 거 같아. 언니 주변에 머물면서 수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볼 거 같아. 통화나 메일을 몰래 감시할 수 있어.”


“그래요? 그럼, 어떡하실 거죠? 놈들이 탐정님 얼굴하고 우리 얼굴을 다 알 거 같아요. 정형사님이나 백형사님 얼굴도 다 알겠죠.”


황정수의 말에 유강인이 머릿속에서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가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분이 있잖아. 내일 아침, 백형사님을 통해 쪽지를 전달하면 돼.”


그분이라는 말에 황정수 고개를 갸우뚱했다. 황수지가 무척 궁금한 표정으로 말했다.


“탐정님, 누구를 말하는 거죠?”


유강인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아주 유능하신 탐정님이 계시지. 내 스승님이야.”


“탐정님 스승님이라고요?”


조수 둘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황정수가 아! 하며 말했다.


“은퇴하신 강력반 박훈정 반장님을 말하는 건가요? 탐정님이 예전에 그랬잖아요. 박훈정 반장님 말씀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유강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답했다.


“박훈정 반장님도 은사시지만 다른 스승님이 또 계셔. 내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지.”


“그래요? 그분이 대체 누구세요?”


유강인이 대답 대신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단축 번호 1번을 눌렀다.



다음날

2025년 11월 21일 오전 9시 30분


조사실 문이 열렸다. 정찬우 형사의 안내를 받으며 참고인 둘이 안으로 들어왔다.


백두성 회장의 최측근인 가사도우미 윤미연과 비서 성진수였다.


“자리에 앉으세요.”


정형사의 말에 참고인 둘이 자리에 앉았다.


다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참고인 둘의 얼굴을 살폈다.


윤여사가 유강인을 보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반면 성비서는 불만이 많은 표정을 지었다.


유강인과 정찬우 형사가 자리에 앉았다. 곧바로 참고인 조사가 시작되었다.


유강인이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쁜데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 두 분을 불렀습니다. 양해해주세요.”


참고인 둘이 고개를 끄떡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윤미연 여사는 낯선 환경에 초조해 보였고 성진수 비서는 입이 삐쭉 튀어나왔다.


유강인이 질문을 던졌다.


“백두성 회장님이 불안에 떠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나요?”


윤여사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회장님은 항상 침착하셨습니다. 그런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비서도 동의했다.


유강인이 앞에 있는 물잔을 들었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질문을 이었다.


“윤여사님, 백두성 회장님은 8개월 전부터 자서전을 준비하셨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윤미연 여사가 답했다.


“네, 비서님한테 들어서 잘 알고 있었습니다. 출판사 사람들이 집에 온 것도 봤어요.”


유강인이 이번에는 성진수 비서한테 질문을 던졌다.


“성비서님, 자서전을 출간하려면 출판사를 선택해야 하는데 미라클 출판사를 어떻게 선택했죠?”


성비서가 헛기침을 한번 하고 답했다.


“백회장님은 예전에 자서전을 출간하셨습니다. 20년 전 일입니다. 그 출판사를 다시 선택한 거뿐입니다. 백회장이 직접 지시한 일입니다.”


“20년 전에 출간한 자서전도 미라클 출판사에서 출간했다는 말이죠?”


“맞습니다. 미라클 출판사에서 첫 번째 자서전을 출간했습니다.”


“책 이름이 뭐죠?”


“인간 백두성, 진솔한 인생이라는 제목입니다.”


“인간 백두성, 진솔한 인생이라고요? 맞나요?”


“맞습니다.”


유강인이 핸드폰을 들었다. 인터넷 서점으로 가서 해당 책을 찾았다. 책이 검색됐다. 미라클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 맞았다. 저자도 백두성이었다.


“책이 여전히 있네요.”


책을 확인한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자 성진수 비서가 말했다.


“회장님이 그 출판사를 신뢰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자서전도 그곳으로 정했습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잠시 생각했다.


미라클 북스 출판사는 미스터김과 관련된 곳이었다. 그런데 백두성 회장이 이 출판사를 두 번이나 선택했다.


첫 번째 출판은 백회장이 IT 사업을 시작할 때였다. 그는 IT 사업을 준비할 때 미스터김을 배신하고 두목을 협박했다.


‘이거 시기가 묘하게 겹치네. 백회장이 미스터김 배신하고 IT 사업을 시작할 때 첫 번째 자서전을 냈어.

하필 미스터김과 관련된 출판사에 자서전 출간을 맡겼다고? 좀 많이 이상한데.

백회장은 미스터김의 일원인데, 그런데도 미라클 북스가 미스터김과 관련됐다는 걸 몰랐다는 건가? 그럴 수도 있지만, 뭔가가 수상해.’


유강인의 미간이 찌푸려지자, 성진수 비서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강인이 생각을 마치고 성비서에게 말했다.


“성비서님은 언제부터 백회장님 비서가 됐나요?”


“12년째입니다.”


“12년이라면 첫 번째 자서전과는 전혀 관련이 없군요.”


“네, 첫 번째 자서전에 대해서는 전혀 모릅니다.”


“이전에도 비서님이 있었을 거 같은데 그분을 아시나요?”


“그분은 돌아가셨습니다. 백회장님 지인의 아들이었는데 사고로 죽고 말았습니다. 그분이 죽고 제가 비서가 됐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 윤여사님, 집에 방문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아시나요?”


윤미연 여사가 방문객을 떠올리고 답했다.


“제가 아는 사람은 ….”


유강인이 계속 질문을 던졌다. 비서와 가사도우미가 성실하게 답했다. 장시간에 걸쳐 여러 질문을 던졌지만, 둘한테서 어떤 혐의점도 찾을 수 없었다.


유강인은 둘 중에 스파이가 있다고 여겼지만, 누가 스파이인지 알 수 없었다.


모든 질문이 끝났다.


유강인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참고인 조사를 마칩니다.”


“그럼, 이제 가도 되죠? 이제 조사가 없는 거죠?”


윤미연 여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답했다.


“혹 조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전화가 오면 잘 받아주세요.”


“아이고!”


윤여사가 인상을 찌푸렸다. 성비서는 미간을 팍 찌푸렸다. 그가 퉁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탐정님, 솔직히 말해 계속 참고 있었습니다. 저는 조사를 세 번이나 받았습니다. 참고인 조사뿐만 아니라, 백회장님을 독살했다는 의심까지 받고 마지막까지 남았습니다. 그때 제 기분이 어땠는지 모르실 겁니다.

백회장님을 성심껏 모셨는데 살인 용의자로 몰렸습니다. 그리고 나서도 계속 조사받고 있습니다. 이 조사가 대체 언제 끝나는 거죠?”


유강인이 무척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현재 범인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범인은 이미 잡혔잖아요. 최민희 배우가 범인이잖아요.”


성진수 비서의 말에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현재 벌어진 사건은 굉장히 복잡한 사건입니다. 아직 범인들을 모두 잡지 못했습니다.”


“그렇군요. 범인을 잡아야 하는군요. 탐정이니 범인을 잡아야겠죠. 저는 오늘부터 여행을 떠납니다.

회장님이 돌아가시고 정신적으로 너무나도 힘듭니다. 그래서 기분 전환할 겸 강원도로 떠납니다. 자전거 여행입니다. 일주일 정도 집을 비울 겁니다.”


“알겠습니다. 경찰에서 전화가 오면 꼭 받아주세요.”


“그럼요. 누구 말씀인데.”


모든 조사가 끝났다.


참고인 둘이 조사실에서 나갔다. 유강인이 둘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다봤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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