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소설_탐정 유강인 18편_56화

탐정 유강인 18편 <검은 자서전과 악의 비밀>

by woodolee

56화_수상한 자금 흐름과 거인 영화사


이호식 팀장이 힘을 주어 말했다.


“유탐정, 어서 빨리 두목을 잡아야 해. 놈들이 활개 치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차수호 반장이 거들었다.


“선배님, 맞는 말입니다. 놈들이 60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설치고 있습니다.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울러 의뢰하는 사람들도 모두 잡아야 합니다. 일감이 끊이지 않으니 지금까지 버틴 겁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일감이 끊이지 않는 거 같습니다. 연예계와 재계는 … 그 어느 곳보다 탐욕과 욕망이 불타오르는 곳입니다.

거침없이 타오르는 욕망의 불꽃 속에서 시기와 질투가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남보다 더 많은 걸 차지하려고, 타인을 음해하는 자들이 발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스터김은 그런 검은 욕망을 먹고 사는 독버섯이자, 해결사입니다. 검은 욕망이 클수록 더 많은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60년 넘게 이어져 온 겁니다.”


가만히 앉아서 유강인의 말을 듣던 황정수가 울상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그냥, 분수에 맞게 살면 되는데 ….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부르고 있어요. 과유불급이에요.”


황수지도 안타까운 표정으로 거들었다.


“한마디로 욕망의 끝판왕이네요. 누구든지 휘황찬란한 보석 앞에서는 눈이 뒤집히기 마련이죠. 그래서 이성과 양심을 잃고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는 거 같아요.

지나친 욕망의 끝은 항상 파멸이지만, 욕망의 기관차에 오르면, 스스로 폭주 기관차가 되어서 멈출 수가 없어요. 누가 급제동을 걸지 않는 이상 나락으로 떨어져요.”


유강인이 황수지의 말에 동의했다. 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욕망의 폭주 기관차를 멈춰야 했다. 어떻게든.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회의실 문이 활짝 열렸다. 백정현 형사가 회의실 안으로 급히 들어왔다. 그가 서둘러 말했다.


“유탐정님, 지능범죄수사대에서 두성 솔루션 초기 자금 흐름을 분석했다고 합니다.”


“그래요! 잘됐네요.”


유강인이 기쁜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급한 걸음으로 출입문으로 걸어가더니 문을 활짝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한 사람이 회의실 출입문 앞에 서 있었다. 지능범죄수사대 1팀장이었다. 1팀장이 유강인을 보고 절도있게 경례를 붙였다. 그가 씩씩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강인 탐정님, 처음 뵙겠습니다. 지능범죄수사대 1팀장 오영진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네, 저도 반갑습니다. 오팀장님, 유강인입니다.”


유강인이 오팀장과 인사를 마쳤다.


곧바로 두성 솔루션의 초기 자금 흐름을 분석한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오팀장이 조사한 내용을 설명했다.


“두성 솔루션 설립 당시, 설립 자금을 여러 곳에서 모았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습니다. 모인 자금이 별로 없었습니다.

이는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백두성 회장님은 엔터계의 대부였지만, IT업계에는 첫발을 내딛는 초보라, 투자자들이 두성 솔루션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맞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투자 계획서 등, 서류를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두성 솔루션의 사업 계획은 참 대단했습니다.

최첨단 시설을 설립하고 대규모로 고급 인력을 채용할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그래서 초창기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했습니다.

고급 인력일수록 스카웃 비용이 많이 드는 건 기정사실입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그렇군요. 백회장님이 처음부터 대단한 계획을 세웠군요. 설립할 때부터 IT업계를 장악하려고 마음을 품은 거 같네요.”


“유탐정, 맞습니다. 사업계획서에서도 분명히 밝혔습니다. 한국 최고의 IT 기업이 되겠다고 그 야심을 드러냈습니다.

그렇지만, 투자 유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당시 경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유수의 기업들도 투자 유치에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시기상으로 좋지 못했군요.”


“그렇죠. 그렇게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갑자기 막대한 자금을 투자받았습니다. 20여 년 전, 400억 원을 현금으로 받았습니다.”


“400억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400억을 투자받은 후 다른 투자자들도 등장했습니다. 큰돈을 투자받자, 다른 투자자들도 투자에 동참했습니다. 그렇게 큰돈이 모였습니다.

돈이 모이자, 백두성 회장님은 사업계획서대로 회사를 차렸습니다. 고급 인력을 스카웃하고 최첨단 장비를 갖췄습니다.

이후 회사는 처음의 우려와 달리 승승장구했습니다. 커다란 이익을 내는 우량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현재 두성 솔루션은 한국을 대표하는 IT 회사입니다. 세계에서 주목하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눈을 가늘게 떴다. 드디어 의문의 인물이 등장했다. 처음으로 거액을 투자한 자가 등장했다. 이후 투자가 이어졌다.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물 듯. 그가 말했다.


“도대체 누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죠?”


“대원 캐피탈입니다. 그래서 자금 흐름을 추적했는데, 자금을 세탁한 흔적이 발견했습니다.”


자금 세탁이라는 말에 유강인이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오팀장이 말을 이었다.


“막대한 자금이 많은 회사를 거쳐서 두성 솔루션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돈의 주인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자금 세탁이라면 … 역시 돈의 출처가 검은돈이군요. 총 몇 개의 회사를 거친 거 같나요?”


“확인한 결과, 회사 20개 정도는 확실합니다. 모두 사채업과 투자 회사입니다. 전문가의 솜씨로 보입니다. 현재로서는 자금 출처를 밝히기 어렵습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잠시 생각했다. 고도의 전문가가 자금 세탁을 했다면 이를 밝히기 매우 어려웠다. 밝힌다고 해도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미스터김을 하루라도 빨리 잡으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가 말했다.


“오팀장님, 자금 세탁과 관련된 회사의 주인과 가족을 살펴보세요. 놈들이 자금 세탁을 한 두 번 한 게 아닐 겁니다. 미스터김과 관련된 자들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어요.”


“네, 알겠습니다.”


“다른 특이점은 있나요?”


오팀장이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한 가지가 있습니다. 두성 솔루션은 창립한 후 몇 달 지나지 않아, 큰 이득을 봤습니다. 해외에서 대규모 수주를 받았습니다. 그 이익금 중 일부를 영화 제작에 투자했습니다. 총 150억을 투자했습니다.”


“네? 영화 제작이라고요?”


유강인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난데없이 영화 제작이 튀어나왔다.


오팀장이 말을 이었다.


“두성 솔루션은 IT 회사인데 뜬금없이 영화 제작에 거액을 투자했습니다. 그게 좀 이상합니다.

굳이 관련성을 따지자면, 투자한 영화가 SF 영화입니다. IT와 SF 모두 과학 기반이니, 관련성이 있기는 있습니다.”


“영화 제작이라면 … 어느 제작사죠?”


“거인 영화사입니다.”


“제작한 영화가 뭐죠?”


“2500년 우주 스페이스입니다.”


“네에?”


영화 제목을 듣고 유강인의 두 눈이 커졌다. 그 영화는 폭상 망한 영화로 유명했다. 500억이 넘은 제작비가 들어갔지만, 본전은커녕, 커다란 흥행 실패로 그 오명을 역사에 남겼다.


‘2500년 우주 스페이스’는 미래 시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스페이스 오페라였다.


감독은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 같은 영화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결과는 신랄한 조롱 끝에 조기에 막을 내렸다.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의 흥행 참패였다.


그래서 망작 영화의 대표격으로 불리고 있었다.


“하필 2500년 우주 스페이스라니 ….”


유강인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도 이 영화를 TV에서 봤다. 감상평은 어이가 없다였다.


무엇보다 영화 스토리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영화가 시작하자, 거창한 나레이션이 들렸다. 우주 전쟁을 암시하며 대파란을 예고했다.


하지만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우주 전쟁은 말뿐이었다. 우주기지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주인공 앞에 갑자기 괴생명체가 나타나더니, 영화 장르가 확 바뀌었다. 스페이스 오페라에서 스릴러 추격극으로 변모했다.


이후 괴생명체가 사람들을 해치자, 사람들이 괴생명체를 피해 도망가는 게 영화의 전부였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도 제대로 된 액션씬도 없었다.


SF 영화라 VFX 효과도 중요했는데 그 퀄리티가 보기 흉할 정도로 들쭉날쭉했다.


메인 빌런이자. 영화의 주요 캐릭터인 괴생명체는 보기에 흉했고 그 모습도 잘 나오지 않았다.


그냥 우주기지 사람들이 검은 그림자만 보이면 기겁해서 달리는 영상만 2시간 내내 이어졌다.


거액이 투자됐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영화였다. 그래서 항간에 소문이 나돌았다. 거액의 투자금을 빼돌린 게 아니냐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하지만 이를 증명할 수는 없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간의 의문점들이 풀리기 시작했다.


기획 단계부터 무리는 평가를 받던 ‘2500년 우주 스페이스’의 비밀이 20년이 지난 후 드러났다.


거인 영화사는 흥행 참패 후 투자자들한테 커다란 손실을 남기고 파산했다. 투자금이 500억이 아니라 600억이라는 말도 나돌았다.


거인 영화사 파산 후, 잘못된 선택과 후회라는 특집 기사가 있었다. 바로 ‘2500년 우주 스페이스’ 영화 제작 과정을 심층적으로 다른 기사 제목이었다.


유강인이 아주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막혔던 사건이 살살 풀리는 느낌이었다.


현재 두성 솔루션 설립 당시, 투자 자금은 자금 세탁을 거쳐서 누가 투자했는지 밝히기 어려웠다.


하지만 두성 솔루션 설립 후, 영화 제작에 투자한 자금은 그 주체가 명백해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거 같았다.


백두성 회장은 그 당시에도 대단한 사업가였다. 그 사람이 처음부터 망할 거 같은 영화에 150억이나 투자할 리가 없었다. 이는 무척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만약 어리석은 선택이 아니라면 고의로 한 짓이었다. 흥행 참패를 예상한 투자였다.


유강인이 윗니로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가 생각했다.


‘모든 것이 처음부터 계획된 거라면 … 가능한 일이야. … 혹 조건이 있었나? 백두성 회장이 미스터김을 협박했을 때, 조건이 있을 수 있어.

그 조건이 영화 투자야. 투자금 중 일부를 영화 제작에 투자하라고 조건을 내민 거야.

미스터김은 협박을 당해 돈을 내줬지만, 그 상황에서도 이익을 노렸어. 두성 솔루션을 자금 세탁처로 이용해 거품 영화를 만든 거야.

영화를 만들 때, 백회장이 투자한 영화라고 홍보했겠지.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투자했을 거야. 백회장의 안목을 믿고.

미스터김은 많은 돈을 투자받자. 그 돈을 뒤로 빼돌리고 적은 예산으로 B급 영화를 만든 거야. 그렇게 고의로 망작을 만든 게 분명해. 그런 식으로 백회장한테 뜯긴 돈을 회복한 거지.’


유강인이 참 대단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생각했다.


‘역시 미스터김은 대단해. 백회장한테 협박받아서 거액을 뜯겼지만, 그걸 이용해 사기를 치며 큰돈을 벌었어.

나쁜 쪽으로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군. 모두 사기에 불과하지만 ….’


생각을 정리한 유강인이 말했다.


“오팀장님, 수사 역량을 거인 영화사에 집중하세요. 그 회사 중심에 미스터김 조직원이 있을 겁니다. 서두르세요.”


“알겠습니다.”


오팀장이 큰 소리로 답하고 걸음을 옮겼다.


유강인이 씩 웃었다. 자금 흐름을 분석하던 중, 예상치 못했던 거인 영화사가 등장했다. 수사상 매우 중요한 회사였다. 미스터김과 관련된 게 분명했다.


미스터김 두목은 영화계와 아주 관련이 깊었다. 의뢰인 대부분이 영화계 종사자였다. 정황상 아귀가 딱딱 들어맞았다.


“거인 영화사라 ….”


유강인이 손바닥을 쓱쓱 비볐다.


물샐 틈 없는 수사망이 미스터김을 서서히 조이기 시작했다. 이제 미스터김을 잡을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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