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소설_탐정 유강인 18편_55화

탐정 유강인 18편 <검은 자서전과 악의 비밀>

by woodolee

55화_미스터김의 후계자


다음날

2025년 11월 20일 오후 4시 25분


화창한 날이었다. 햇빛이 참 좋아서 따뜻했다. 쓸쓸하면서도 청명한 늦가을의 정취를 마지막으로 만끽할 수 있는 날이었다.


유강인은 오후 1시에 서울청에 출근했다. 출근하자마자, 두 가지를 요청했다.


첫 번째는 백두성 회장이 창립한 DS 엔터와 두성 솔루션의 자금 흐름 조사였다.


이 사안은 강력반이 아니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이에 이호식 팀장은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건을 접수한 지능범죄수사대가 바쁘게 움직였다. DS 엔터와 두성 솔루션의 자금 흐름을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2000년 초반, 두성 솔루션 창립 시기였다. 그때 거액의 투자금이 백두성의 손아귀로 들어왔다.


두 번째는 백회장의 측근이라 할 수 있는 성진수 비서와 가사도우미 윤미연의 조사였다. 유강인의 요청에 따라 둘의 참고인 조사 일정이 잡혔다.


서울청이 어느 때보다 바쁘게 돌아갔다. 불법 해결사, 미스터김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열심히 수사에 임했다.


수사 총책임자인 유강인은 회의실에 있었다. 자리에 앉아서 지능범죄수사대의 1차 보고를 기다렸다.


옆에 조수 둘과 이호식 팀장, 차수호 반장이 앉아 있었다.


유강인이 밤을 새우며 정리한 추리를 동료에게 설명했다. 그러자 모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짓던 이호식 팀장이 입을 열었다.


“유탐정, 정말 그렇게 생각해? 백두성 회장님도 미스터김의 조직원이었다고? … 설마! 그럴 리가 있어? 이건 억측 같아!”


유강인이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백두성 회장을 믿고 싶었지만, 정황상 한패가 분명해 보였다. 그가 말했다.


“이팀장님, 정황상 그렇습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동안 설마가 수많은 사람을 잡았는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닌 거 같습니다. 또 사람을 잡았습니다.”


“아이고, 옛말에 틀린 게 하나도 없군.”


이팀장이 한숨을 푹 쉬었다.


차수호 반장이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하나 더 있지.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는 말도 있잖아. 백두성 회장님이 그 오랜 세월 감춰왔던 진실을 세상에 알리려 하자, 죽고 말았어.

역시 옛말들은 조상의 지혜가 담겨있어. 그러니 항상 명심해야 해.”


“차반장님, 옳은 말입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말을 이었다.


“이 일의 시작은 구왕자입니다. 구왕자는 오래전 난봉꾼으로 유명했던 무리입니다. 모두 당대에 잘나가던 사람들이 멤버였습니다.

구왕자 멤버 중에 백두성 회장님이 있었고 미스터김 두목도 있었습니다. 미스터김 두목은 아홉 번째 멤버로 구왕자 중에서 베일에 가렸던 인물입니다.

연예 잡지사에서 난봉꾼 구왕자를 심층 취재했지만, 여덟 명의 이름만 밝혀냈습니다. 아홉 번째 멤버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못했습니다.”


“그렇군. 처음부터 정체를 숨겼군.”


“아이고!”


차수호 반장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백두성 회장님이 미스터김의 조직원이었을 뿐만 아니라 젊은 시절에 난봉꾼이었다고?

세상에! 그런 사람을 여태까지 많은 사람이 존경했던 거야? 난봉꾼이었다는 사실이 왜 드러나지 않았지? 너무 오래전 일이라 그냥 묻힌 건가?”


“그런 거 같습니다. 아니면 그걸 의도적으로 덮었을 수 있습니다. 미담과 선행 기사를 쏟아내서 사람들한테 선인이라는 인상을 심었을 수 있습니다.

조사 결과, 젊은 시절, 좋지 않은 무리와 어울리며 사고를 많이 친 건 사실입니다.”


“세상에! 믿을 게 하나도 없군. 언론플레이를 한 거 같네.”


차반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눈빛에 실망감이 가득했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백번 양보해서 젊은 시절, 젊은 혈기에 놀 수는 있어. 그런데 … 범죄 조직에 가담했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야. 그것도 사람을 막 죽이는 해결사 집단에 속해있었다니.”


유강인이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차반장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백두성 회장님은 휘황찬란한 높은 탑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우러러봤습니다. 그런데 그 탑 밑으로 깊은 그늘이 졌다는 걸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동안 높디높은 탑만 바라다봤습니다. 이제는 고개를 내려 아래에 드리워진 깊고 진한 그늘을 볼 차례입니다.”


“그렇군.”


“이젠 어쩔 수 없네.”


이호식 반장과 차수호 반장이 별도리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건 해결을 위해 만인이 존경하는 백두성 회장의 어둠을 밝혀야 했다. 설령 그것이 내키지 않더라도 ….


유강인이 강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백회장님의 드라마틱한 성공 신화 뒤에는 조력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비밀 해결사 조직, 미스터김의 자금 지원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중에서 두성 솔루션 창립 시, 자금 흐름이 가장 의심스럽습니다. 엔터 사업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IT 사업을 시작했는데 엄청난 투자를 받았습니다.

위험부담이 큰 데도 이를 개의치 않은 간 큰 투자자가 있었습니다. 그 돈이 들어오자, 다른 곳에서도 거액을 투자했습니다. 머뭇거리던 사람들도 투자에 확신이 생긴 겁니다.

이는 분명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닙니다.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사안입니다.”


이호식 팀장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말했다.


“듣고 보니 그렇네. 유탐정 추리는 백회장님이 조직을 배신하고 수첩과 녹음테이프, 사진을 빼돌려서 두목을 협박했다는 말이지? 그렇게 해서 막대한 자금을 투자받은 거고?”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제 추리 상 그렇습니다. 정확한 건 자금 흐름 결과가 나와야 합니다. 자금 흐름을 보고 수사 방향을 결정하겠습니다.”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앞에 있는 종이컵을 들었다. 종이컵 안에 커피가 있었다. 그가 사랑하는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자판기 커피였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셨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삐리릭!



이팀장 전화였다. 그가 발신자를 확인하고 전화 받았다.


“정형사!”


“네, 반장님. 음향 전문가 소견이 왔습니다.”


“그래, 뭐라고 해? 최민희 배우 목소리가 미스터김 두목 목소리랑 같은 거야? 아니면 다른 거야?”


“완전히 다르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밀 조사를 할 필요도 없답니다. 주파수에서 큰 차이가 있어서 다른 사람이 분명하답니다.”


“그렇군. 잘 알았어.”


이호식 반장이 전화를 끊었다. 그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최민희 배우 목소리가 미스터김 두목 목소리랑 일치하지 않는다는군. 다른 사람이 맞대.”


유강인이 답했다.


“그렇군요. 뭐 예상한 대로입니다. 최민희 배우는 60년 전에 17살이었습니다. 나이가 맞지 않아서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조사를 의뢰한 겁니다.

미스터김은 대단한 해결사 조직입니다. 그런 조직을 고등학생이 이끌 수는 없습니다.

당시 두목 나이는 아무리 못해도 30살은 넘었을 거 같습니다.

미스터김은 단순 폭력 조직이 아닙니다. 여론 조작, 매수, 살인, 유괴 등을 자행했습니다. 이 일은 많은 인맥이 필요합니다. 젊은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 세월이 60년이나 흘렀으니 현재 90살이거나 그 이상이 될 거 같습니다.”


“90살이나 그 이상이라고?”


유강인의 말에 이호식 팀장과 차수호 반장이 깜짝 놀랐다. 둘이 서로를 쳐다봤다.


차반장이 그건 힘들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유탐정, 두목의 나이가 90살이 넘어가면 조직을 이끌 수 없어. 조직을 이끌기에는 나이가 너무나도 많아. 현실적으로 무리야.”


이팀장이 맞장구쳤다.


“60년 전에 아무리 못해도 35살은 됐을 거 같은데, 그러면 지금 나이는 95살이나 100살은 됐겠지. 아니면 그 이상일 수도 있고 …. 내 생각엔 이미 죽었을 거 같은데.”


미스터김 두목이 죽었다는 말에 유강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초대 두목이 죽었다면 그 후계자가 있다는 말이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러면 젊은 후계자가 이 모든 일을 꾸민 게 분명했다.


유강인이 커피를 다 마셨다. 달콤한 커피를 마시자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그가 말했다.


“현실적으로 볼 때 미스터김 두목은 이미 죽었거나 아니면 아주 고령이어서 두목 역할을 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따라서 젊은 후계자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후, 후계자라고?”


후계자라는 말에 이호식 팀장이 깜짝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차수호 반장도 마찬가지였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미스터김이 최근에 벌인 사건은 아주 복잡하고 치밀합니다. 지력이 떨어진 사람이 벌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머리가 아주 좋은 사람이 분명합니다.”


“맞는 말이야. 두목이 머리가 비상한 게 분명해. 사실 유탐정 아니었으면 천지호씨는 아버지를 죽였다는 누명의 뒤집어쓰고 감옥에 갔을 거야. 백두성 회장님은 김정태 배우가 죽였다고 결론이 났을 거고.”


유강인이 계속 말했다.


“미스터김은 범죄 계획을 세운 후 기민하게 움직였습니다. 비밀 폭로에 가담한 천일수 감독을 죽이고 재벌 혼외자, 박재영씨를 죽이려 했습니다.

다음으로는 비밀 폭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백두성 회장님을 출간기념회에서 보란 듯이 죽였습니다.

백회장님 살인은 앞선 계획보다 훨씬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암살자인 최민희 배우를 보호하기 위해 김정태 배우를 죽이기까지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문 킬러까지 고용했습니다.

구왕자 멤버인 김정태 배우도 조직원이었지만, 이용가치 없어서 누명을 씌우고 해치운 거 같습니다.”


“정말 치밀하게 움직였어. 두목은 정말 보통 놈이 아니야.”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말을 이었다.


“미스터김 두목과 백두성 회장님이 갈라선 후, 미스터김 측에서 백회장님을 철저히 감시한 거 같습니다.

그러다 정보를 입수한 겁니다. 자서전을 통해 비밀을 폭로한다는 사실을 알아챘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미스터김이 재빨리 움직였습니다. 자서전을 담당하는 미라클 북스 출판사에 스파이를 둘이나 심었습니다.

그들은 출판사 대표의 동생이자 회사의 실세인 고혜정 팀장과 자서전 담당자 이동희 대리였습니다.”


차수호 반장이 급히 말했다.


“잠깐, 유탐정. 백회장님이 자서전으로 비밀을 폭로하려 하자, 그 사실을 알아챈 측근이 미스터김한테 이 사실을 알렸다는 거지? 그 측근도 스파이라는 말이잖아. 측근은 가사도우미와 비서고.”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맞습니다. 정황상 둘이 유력합니다. 백회장님이 조직을 배신하고 돈을 요구하자, 두목은 백회장님을 증오했을 겁니다. 이는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물증이 백회장님 손아귀에 있어서 어찔할 도리가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비밀리에 백회장님 근처에 스파이를 심은 거 같습니다. 백회장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려고.”


“우와! 이거 완전히 스파이 영화네. 진짜 백회장님 인생은 한마디로 드라마틱해. 놀라울 따름이야.”


“백회장님도 보통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집안 곳곳에 CCTV를 설치하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했습니다. 비서와 가사도우미가 말했습니다. 화장실에도 CCTV가 있었다고.

두 명 모두 미스터김이 보낸 스파이일 수 있지만, CCTV 설치는 거짓말 같지 않습니다. 이건 조사하면 명백히 밝힐 수 있는 사안입니다.”


“화장실까지 CCTV가 있었다고? … 백회장님이 심한 위협을 느낀 게 분명하네. 하긴 조직을 배신하고 협박했으니 그럴 만도 해.”


“맞습니다. 그만큼 미스터김 조직이 무서웠겠죠. 돈 때문에 배신했지만, 이후 밀려오는 두려움이 그를 옥죈 게 분명합니다.

여태까지 사건 정황상, 1대 두목은 죽거나 은퇴한 게 분명합니다. 2대 두목이 조직을 이끄는 게 맞습니다.

2대 두목은 머리가 무척 좋은 자입니다. 그래서 자기 머리만 믿고 거리낌 없이 범죄 행각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짓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두목을 하루라도 빨리 잡아서 이 무도한 농간을 멈추게 해야 합니다.”


“유탐정, 걱정하지 마, 지능범죄수사대가 수사 능력이 좋으니,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야. 수사를 맡은 오팀장은 자금 흐름 분석에 최고 전문가야.”


이호식 팀장의 말에 유강인이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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