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18편_검은 자서전과 악의 비밀
유강인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옆에서 서류를 정리하던 정찬우 형사가 말했다.
“선배님, 둘 중에 스파이가 있다면 그게 누굴까요?”
“…….”
유강인이 답을 하지 않았다. 둘 중에 누가 스파이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던 유강인이 입을 열었다.
“현재 둘 중에 누가 스파이인지 정확히 알 수 없어. 명백한 증거가 없어서 긴급 수색도 위치 파악도 할 수 없는 상황이야.
일단 지켜봐야지. 그러다 증거를 잡으면 신속하게 움직여서 스파이를 잡아야 해.”
“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손목시계를 내려다봤다. 현재 시각을 확인하고 핸드폰을 들었다. 백정현 형사에게 전화 걸었다.
“백형사님, 지금 어디쯤이죠?”
“유탐정님, 명진역 근처에 왔습니다. 이제 곧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유강인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씩 웃었다.
*
역전에 있는 아라비카 커피숍 문이 열렸다. 40대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무척 초조한 얼굴이었다. 키가 작고 아담했다. 단발머리가 찰랑거렸다.
여자는 미라클 북스 대표 고두희였다.
고대표가 창가 빈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직원이 와서 주문을 받았다.
“밀크티 주세요.”
“알겠습니다. 손님.”
직원이 주문을 받고 조리대로 걸어갔다.
“휴우~!”
고두희 대표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두 눈이 이리저리 돌아갔다. 딱 보아도 불안한 모습이었다.
5분 후
커피숍 문이 다시 열렸다. 70대로 보이는 여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빨간색 스카프를 목에 둘렀다. 한 손에 작은 상자를 들고 있었다. 상자에 ‘마늘 홍삼 엑기스’라고 적혀있었다.
문소리가 들리자, 고대표가 출입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빨간 스카프를 보고 두 눈을 크게 떴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재빨리 한 손을 들었다.
70대 여성이 고개를 끄떡였다.
이윽고 두 여성이 자리에 앉았다.
70대 여성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대표님, 건강에는 마늘 홍삼 엑기스가 최고입니다. 잘 선택하셨어요. 지금 동생이 행방불명돼서 굉장히 불안하다고 하셨죠.
우리 회사 제품을 드시면 바로 안정이 될 겁니다. 동생분을 찾을 때까지 건강을 지켜야 합니다.”
“그렇죠.”
고두희 대표가 어색한 표정으로 답했다.
70대 여성이 상자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대표님, 자연스럽게 행동해야 합니다. 우리 아들을 믿으세요.”
“알겠습니다. 유강인 탐정님을 믿습니다.”
고대표의 말에 70대 여성이 빙긋 웃었다. 그녀는 유강인의 어머니, 장승희였다.
장승희가 아들의 부탁을 받고 고두희 대표를 만나러 나왔다. 비밀리에 만나기 위해 건강식품 외판원으로 위장했다.
장승희가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을 건강식품 상자 옆에 내려놨다. 그러자 핸드폰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의 목소리였다. 현재 영상 통화 중이었다.
“고대표님, 유강인입니다. 침착하게 행동하세요. 이는 보안을 위한 조치입니다.
누군가가 대표님 핸드폰에 악성 코드를 심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 핸드폰으로 영상 통화하는 겁니다. 이점 양해해주세요.”
고대표가 건강식품 상자를 보는 척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네, 알겠습니다. 백형사님한테 쪽지를 받았습니다. 메일이나 전화를 일절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충실히 따랐습니다.”
“좋습니다. 현재 고혜정 팀장은 미스터김이라는 불법 해결사 조직의 조직원으로 의심됩니다.”
“네에?”
고두희 대표가 깜짝 놀란 나머지 큰 소리를 내지를 뻔했다. 그녀가 오른손으로 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무척 슬픈 표정을 지었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범죄자라는 말에 가슴이 찢어지는 거 같았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고대표님 부친 성함이 고진철씨죠?”
“네, 맞습니다.”
“거인 영화사 이사셨는데 이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영화사에서 일하신 건 알고 있습니다.”
“아버님이 어떤 일을 하셨죠?”
“젊은 시절 기자를 하시다 잡지사를 운영하셨고 이후 영화 관련 쪽 일을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출판사를 차리셨습니다.”
“기자와 잡지사라고요?”
“네, 아버지는 연예부 기자 출신입니다.”
“아, 그렇군요.”
“고모님처럼 기자 생활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고모님이라고요?”
“네. 고모님은 아버지를 키워주신 어머니 같은 분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누나인 고모님이 아버지를 키웠습니다.”
순간! 유강인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미스터김의 두목은 여성이었다. 그것도 나이가 아주 많은 여성이었다. 고두희 대표의 아버지를 키울 정도라며 나이가 아주 많아야 했다. 그가 급히 질문했다.
“고모님이 살아계시나요?”
“아니요. 2004년에 돌아가셨어요. 아버지는 5년 전에 돌아가셨고요.”
“고모님이 언제 출생하셨죠?”
“1930년 출생입니다. 아버지는 1950년에 출생하셨고요. 두 분이 20년 차입니다. 그래서 아들과 같은 동생입니다.”
1930년 출생이라는 말에 유강인의 두 눈이 커졌다. 조직의 두목을 하기에 적당한 나이였다.
백두성 회장을 독살한 최민희 배우는 60년 전, 고등학생 나이라 두목을 하기에 무리였다. 하지만 고두희 대표의 고모는 30살 중반이어서 두목을 하기에 충분한 나이였다.
자금 흐름을 분석한 결과, 미스터김과 고진철은 관련 있어 보였다. 그래서 고진철의 누나인 고모가 의심스러웠다. 고모가 바로 미스터김과 고진철의 연결 고리 같았다.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고모님 성함이 어떻게 되죠?”
“고숙희입니다. 할머니 같은 고모라 우리 자매랑 아주 친했습니다. 특히 동생이 고모를 잘 따랐습니다.”
“그렇군요. 혹 고모님 사진이나 영상 같은 게 있을까요?”
“사진과 영상이 있습니다. 예전에 비디오를 찍은 게 있어요. 가족 모임 할 때 홈비디오를 찍었어요. 아주 오래전 일입니다.”
유강인이 아주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급히 말했다.
“아주 좋습니다. 그 물건들을 비밀리에 받을 수 있을까요?”
“네, 가능합니다. 집에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할 때, 동생이 버리라고 했는데 막상 버리려니 아까워서, 버렸다고 말하고 몰래 보관했습니다.”
“그렇군요. 아주 좋습니다.”
유강인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뭔가가 생각이 난 듯 급히 말했다.
“고대표님,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습니다. 백두성 회장님 첫 번째 자서전을 출간했을 때 누가 담당했는지 아시나요? 20년 전 일입니다.”
“네에? 그게 무슨 말인지?”
“고대표님, 20년 전에 출간한 첫 번째 자서전에서도 의심스러운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첫 번째 자서전도 조사해야 합니다.”
고두희 대표가 정색하고 답했다.
“유탐정님, 지금 뭔가를 오해하고 계세요. 우리 출판사는 이번에 처음으로 백회장님 자서전을 출간했습니다. 20년 전에 백회장님 자서전을 출간한 적이 없습니다.”
고대표의 말에 유강인이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말했다.
“네에? 뭐라고요? 제가 서점에서 확인했습니다. 20년 전 미라클 북스 출판사가 백두성 회장님 자서전을 출간했습니다. 출판사 이름이 미라클 북스였습니다.”
곧 고대표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유탐정님, 20년 전에는 우리 출판사가 있지도 않았습니다. 14년 전에 아버지가 출판사를 창업했습니다. 출판사 이름은 예랑 서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8개월 전에 회사명을 바꿨습니다. 예랑 서원에서 미라클 북스로.”
“8개월 전이라고요? 분명합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때 거액의 투자를 받았는데 회사명을 바꾸라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너무 예스럽다며 그래서 이름을 공모한 끝에 미라클 북스로 지었습니다.”
“투자를 받고 며칠 만에 회사명을 변경했죠?”
“투자를 받고 일주일 후 사명을 바꿨습니다. 오래전 일이 아니라 기억이 생생합니다.”
“고대표님, 회사명 공모를 누가 주도했죠?”
“동생이 했습니다. 동생이 사내에서 회사명을 공모했는데 미라클 북스가 가장 후한 평을 받았다고 해서 그렇게 회사명을 바꿨습니다. 투자자도 이름이 좋다며 기뻐했습니다.”
“헉!”
유강인이 소스라치게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머릿속에 고혜정 팀장의 말이 떠올랐다. 8개월 전 백두성 회장한테 연락이 왔다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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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니까 8개월 정도 됐습니다. 백회장님이 자서전을 다시 내고 싶다고 연락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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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인이 깨달았다. 20년 전 첫 번째 자서전을 출간한 미라클 북스와 지금 자서전을 출간한 회사는 이름만 같을 뿐 다른 회사라는 것을!
미스터김이 백회장을 속이기 위해 작전을 펼친 게 분명했다.
백두성 회장이 비밀을 폭로하기로 마음먹고 그 수단으로 자서전 출간을 선택하자, 이를 눈치챈 스파이가 미스터김한테 이 사실을 알린 게 분명했다.
이후 미스터김이 재빨리 행동했다. 거액 투자를 미끼로 예랑 서원의 고두희 대표를 속여 회사명을 예랑 서원에서 미라클 북스로 개명시켰다.
모든 게 철저한 계획 속에서 이루어졌다. 고대표와 백회장은 아무것도 모른 채 미스터김에게 당하고 말았다.
“그렇구나! 일이 그렇게 전개된 거구나!”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백두성 근처에서 정보를 캤던 스파이의 정체가 드러났다. 바로 비서였다. 성진수 비서가 바로 백두성 회장을 대신해 미라클 북스와 접촉했다.
성비서는 20년 전 첫 번째 자서전을 출간했던 미라클 북스가 아니라 예랑 서원에서 미라클 북스로 개명한 출판사와 접촉했다. 이는 의도한 일이 분명했다.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시기도 일치했다. 8개월 전, 백두성 회장이 자서전을 출간하려고 할 때 예랑 서원이 미라클 북스로 개명했다.
유강인이 급히 고두희 대표에게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일단 전화를 끊겠습니다. 추후에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가 크게 외쳤다.
“스파이는 비서야. 성진수 비서가 스파이였어!”
“네에? 정말이에요?”
유강인 옆에 있던 조수 둘이 깜짝 놀랐다.
유강인이 급히 말을 이었다.
“백회장님이 자서전으로 비밀을 폭로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미라클 북스를 선택했어. 이 출판사는 20년 전에 첫 번째 자서전을 출간했던 회사야. 이를 눈치챈 놈들이 움직였어.
미스터김과 관련된 예랑 서원을 미라클 북스로 개명시켰어. 그렇게 백회장님을 감쪽같이 속인 거야.
백회장님은 연세가 90살이었어. 그래서 직접 움직이기 힘들어서 최측근인 비서를 철썩 믿었는데 농락당한 거야.”
“헉!”
“정말이에요? 와! 정말 무서운 놈들이네요.”
조수 둘이 깜짝 놀랐다. 놈들의 치밀함에 혀를 내둘렀다.
“정형사는 어디에 있는 거야? 어서 불러!”
“정형사님이 어디 가셨지? 지금 전화할게요.”
황정수가 급히 핸드폰을 들었다.
유강인이 급히 정찬우 형사를 찾았다. 백두성 회장의 측근 중 스파이는 비서였다. 미스터김의 스파이, 성진수 비서를 어서 빨리 잡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