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소설_탐정 유강인 18편_59화

탐정 유강인 18편_검은 자서전과 악의 비밀

by woodolee

59화_도망친 스파이와 고대표의 위기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에 비상이 걸렸다. 유강인의 요청에 따라 성진수 비서를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빨리 CCTV를!”


유강인이 정찬우 형사에게 급히 말했다. 그러자 정형사가 CCTV 통제 센터에 협조를 구했다.


시시각각 시간이 흘러갔다.


유강인이 초조한 표정으로 성비서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기다렸다.



삐리릭!



정찬우 형사의 핸드폰이 울렸다. CCTV 통제 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확인한 영상은 다음과 같았다.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성비서가 여행 준비를 마치고 집에서 나왔다. 집은 3층 고급 빌라였다.


집에서 끌고 나온 자전거를 타더니 거침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자전거는 가볍고 날렵해 보였다. 딱 봐도 고가였다.


소지품은 단출했다. 등에 작은 가방만 멨다. 복장은 자전거 애호가다웠다. 방풍 재킷, 안전모, 미러 선글라스를 썼다.


자전거가 빠른 속도로 동쪽으로 움직였다.


영상을 유심히 살피던 유강인의 머릿속에 성진수 비서의 말이 떠올랐다. 조사실에서 했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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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범인을 잡아야 하는군요. 탐정이니 범인을 잡아야겠죠. 저는 오늘부터 여행을 떠납니다.

회장님이 돌아가시고 정신적으로 너무나도 힘듭니다. 그래서 기분 전환할 겸 강원도로 떠납니다. 자전거 여행입니다. 일주일 정도 집을 비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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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로 간다고 했어.”


유강인이 성비서의 말을 곱씹었다. 그 말이 사실일 수 있고 거짓일 수도 있었다. 현재로서는 거짓말일 가능성이 훨씬 컸다.



삐리릭!



정형사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발신자는 CCTV 통제 센터장이었다. 이에 급히 전화 받았다.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정찬우 형사입니다.”


“네, CCTV 통제 센터장입니다. 요청하신 성진수씨 CCTV 영상을 계속 살피고 있습니다.

성진수씨는 강동구 도로를 달리다가 내정산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내정산 근처 마을로 들어갔는데 그 이후로는 CCTV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정찬우 형사가 전화를 끊었다. 곧바로 통화 내용을 유강인에게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유강인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자책하는 모습이었다. 바로 코앞에 미스터김 스파이가 있었는데 놓치고 말았다.


고두희 대표를 먼저 조사했다면 성진수 비서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만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탐정이 실망하자, 황수지가 그를 위로했다.


“탐정님,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어쩔 수 없었어요. 기운을 내세요.”


“맞아요, 이제 성비서의 정체를 알았으니 잡으면 그만입니다.”


황정수도 거들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지금이라도 성비서의 신병을 확보해야 했다. 그가 정형사에게 말했다.


“정형사, 성진수한테 전화해봐. 전화를 받으면 어디에 있냐고 넌지시 물어봐. 자연스럽게 행동해야 해. 우리가 눈치챘다는 걸 놈이 알면 안 돼.”


“네, 알겠습니다.”


정찬우 형사가 답하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긴장된 마음을 달래고 핸드폰을 들었다. 성비서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전화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계속 울렸지만, 받는 이가 없었다.


“젠장!”


유강인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성비서가 오늘 참고인 조사받을 때 유강인이 분명 말했었다. 경찰에서 전화가 오면 잘 받으라고 신신당부했다. 지금 그 말을 무시하는 거 같았다. 이미 눈치를 챈 게 분명해 보였다.


미스터김은 역시 보통 놈들이 아니었다.


3분간 핸드폰을 들고 있었던 정형사가 전화를 끊었다. 그가 실망한 표정을 말했다.


“선배님,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그렇군.”


유강인이 굳은 얼굴로 답했을 때



삑!


문자 오는 소리가 들렸다. 정찬우 형사한테 온 문자였다. 정형사가 급히 문자를 확인했다. 문자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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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인 탐정님, 어지러운 마음을 당분간 식히고 싶습니다. 그래서 핸드폰을 꺼 놓겠습니다. 일주일간 잠수를 타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범죄집단을 꼭 잡으세요. 성진수 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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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를 확인한 유강인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범죄자가 탐정을 농락하는 거 같았다. 비아냥거리는 게 느껴졌다.


“이놈, 성진수!”


유강인이 새롭게 드러난 스파이의 이름 석 자를 크게 불렀다.


사무실에 그 소리가 크게 울렸다.


백두성 회장의 비서인 성진수는 백회장의 최측근이었다. 그래서 자서전 출간에 깊숙이 간여했고 출간기념회도 참석했다.


백회장 살인 용의자 아홉 중 하나였고, 미스터김의 스파이로 의심받던 인물이었다.


성비서는 유강인의 레이더망에 계속 있었지만, 태연한 척을 하며 용의선상에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악의 발톱을 숨겼다.


한마디로 가증스러운 인물이었다.


그러다 오늘 그 정체가 드러나고 말았다. 하지만 벌써 자취를 감췄다. 유강인이 그 정체를 알아내 체포하려 하자,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정말 아쉽네요. 스파이를 잡을 수 있었는데 ….”


황정수가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굴렀다. 황수지도 마찬가지였다. 둘 다 미스터김 스파이가 바로 옆에 있었는데 잡지 못했다는 사실에 허탈함을 느꼈다.


유강인이 할 말을 잊은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사무실에 침묵이 흘렀다. 한마디로 괴로운 침묵이었다.


1분 후


정찬우 형사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선배님, 놈을 추적하면 잡을 수 있습니다. 계속 숨어있을 수는 없습니다.”


멍한 표정을 짓던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렇게 정신 차리고 양 입술에 침을 묻혔다.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 성진수 비서를 반드시 잡기 위해 의지를 불태웠다. 그렇게 전열을 가다듬었다.


성비서 뿐만 아니라 미스터김 일당을 반드시 일망타진하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가 큰 목소리로 동료들에게 말했다.


“진상이 밝혀지기 시작하자, 놈들이 숨는 겁니다. 두목이 조직원들한테 잠수를 타라고 명령을 내린 겁니다.”


“맞아요. 그런 거 같아요.”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놈들은 마지막 수를 쓰고 있습니다. 잠수를 타다가 외국으로 도망치려 할 겁니다. 그 전에 놈들을 몽땅 잡아야 합니다.”


“맞습니다!”


“맞아요!”


조수 둘과 형사들이 모두 힘차게 소리쳤다.


유강인의 두 눈이 번쩍였다. 눈빛에서 섬광이 일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저 앞에 있는 창문을 바라다봤다. 따뜻한 햇볕이 사무실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음침한 어둠을 쫓아내는 광명의 빛줄기였다.


“좋다!”


유강인이 천천히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결단을 내린 거 같았다. 그가 힘차게 말했다.


“놈들이 잠수를 탄 이상, 지금부터는 속전속결로 움직이겠습니다. 중요 단서가 미라클 북스 고두희 대표 집에 있습니다.

지금 당장 고대표한테 연락해서 협조를 구하세요. 고모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신속히 받아야 합니다. 최대한 빨리 움직여서 증거물을 모두 확보해야 합니다.

놈들이 고대표를 노릴 수 있습니다. 어제 고대표와 통화해서 약속을 잡았다면, 이를 눈치챈 놈들이 고대표를 죽이고 집에 불을 질렀을 겁니다.”


“네에? 설마요. 고혜정 팀장의 친언니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친언니를 죽여요?”


황정수의 말에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설마가 벌써 여러 사람을 잡았어. 고팀장은 조직의 두목이 아니야. 두목은 아주 무서운 자야.

고대표를 충분히 죽일 수 있어. 그래서 고대표가 지금 위험한 상태야.

고대표 근처에 백형사가 있어. 백형사가 고대표를 철저히 보호해야 해. 정형사, 어서 백형사한테 연락해. 고대표를 철저히 보호하라고 알려!”


“네, 알겠습니다.”


정찬우 형사가 말을 마치고 급히 핸드폰을 들었다. 백정현 형사에게 전화했다. 백형사가 전화 받았다.


“백형사!”


“네, 정형사님.”


“유탐정님 지시야. 고두희 대표를 철저히 보호해야 해. 지금 우리는 고대표 집으로 갈 거야. 고대표와 함께 고대표 집으로 와.”


“알겠습니다. 철저히 보호하겠습니다.”


정형사가 전화를 끊자,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미스터김 일당이 해외로 도망치기 전에 모두 생포해야 합니다. 그게 어렵다면 신상이라도 확보해야 합니다. 확보한 신상으로 인터폴에 협조를 구해야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를 믿어주세요!”


정찬우 형사가 당당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제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가 움직일 차례였다. 증거물을 차질없이 확보해야 했다.


한편, 유강인과 통화를 마친 고두희 대표가 장승희와 담소를 나눴다. 둘은 어머니와 딸뻘 나이 차였지만, 말이 잘 통했다.


행방불명된 동생을 애타게 찾는 언니 고두희의 마음을 장승희가 어머니의 마음으로 위로했다.


“고대표님, 곧 동생을 찾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동생을 찾으면 따끔하게 혼내주세요. 나쁜 놈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훈계하세요. 진정으로 반성한 후에는 새로운 삶을 살라고 말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할게요. 그런데 형량이 얼마나 나올까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초범이니 진정으로 반성하면 형량이 줄어들 겁니다. 그리고 주도자가 아니잖아요. 그냥 정보만 넘긴 거 같은데 … 그건 변호사랑 잘 협의하세요.”


“네, 그리할게요.”


고대표가 말을 마치고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부모가 모두 죽고 남은 건 동생 하나뿐인데 동생이 나쁜 놈들과 한패라는 사실에 가슴이 너무나도 아픈 거 같았다.


1분 후


장승희와 고대표가 아라비카 커피숍에서 나왔다. 고대표가 한 손에 마늘 홍삼 엑기스 상자를 들었다.


두 여자가 서로 인사했다.


“그럼, 잘 들어가세요. 여사님.”


“네, 고객님, 감사합니다. 우리 마늘 홍삼 엑기스를 구매해주셔서. 드시면 바로 효능을 느끼실 겁니다.”


그렇게 둘이 헤어질 때, 아라비카 커피숍을 향해 한 사람이 다가왔다.


검은 점퍼에 검은 바지를 입은 남자였다. 중간 키에 무척 날렵해 보였다. 얼굴과 머리도 온통 검은색이었다. 검은 마스크와 검은 선글라스, 검은색 야구 모자를 썼다. 한마디로 블랙맨이었다.


고두희 대표가 장승희와 인사를 마쳤다. 회사로 돌아가려고 길을 나섰을 때


블랙맨이 번개처럼 고대표를 향해 달려들었다. 쿵쿵! 거리는 거친 발소리가 인도에 울렸다.


날카로운 칼날이 그 사악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놈!”



그때 벼락같은 함성이 터졌다. 아라비카 커피숍 문이 활짝 열렸다. 백정현 형사가 튀어나왔다. 그러자 근처 골목에서도 형사 둘이 튀어나왔다.


“헉!”


고두희 대표를 향해 달려오던 블랙맨이 깜짝 놀라서 걸음을 멈췄다. 건장한 남자 셋이 자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상황이 역전됐다.


“제기랄! XX!!”


블랙맨이 몸을 뒤로 돌리더니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줄행랑이었다. 급한 나머지 손에서 뭔가가 떨어졌다.



쟁그랑! 소리가 크게 들렸다.



바닥에 떨어진 물체는 30cm 길이의 날카로운 칼이었다. 칼날이 햇빛을 받아서 번쩍거렸다.


그 섬광이 고두희 대표의 두 눈동자에 어렸다. 그녀가 깜짝 놀랐다. 두 무릎이 나무젓가락처럼 꺾였다. 동시에 들었던 상자를 놓치고 말았다.


마늘 홍삼 엑기스 상자가 바닥에 떨어졌다. 상자가 열리고 유리병이 튀어 나왔다. 유리병 네 개가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와장창!



유리병 목이 두 동강 났다. 마늘 홍삼 진액이 바닥에서 흘러내렸다. 검은 물이었다.


“에그머니나! 고대표님!!”


장승희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녀가 황급히 고대표를 향해 달려갔다.


바닥에 쓰러진 고두희 대표가 매우 놀란 나머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눈꺼풀에 심한 경련이 일어났다.


“잡아라!”


“게 섯거라!!”


형사 셋이 꽁지가 빠지게 도망치는 블랙맨을 뒤쫓았다.


대낮 도심에서 긴박한 추격전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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