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주문, 탄수화물은 무죄로 판결한다

단, '정제 / 가공'은 유죄로 판결한다!

by 이상한 나라의 폴

건강검진표에서 '당뇨 위험' 혹은 '전단계'라는 붉은 글자를 마주한 뒤, 우리 대다수가 가장 먼저 행하는 일종의 '숙청'은 밥그릇을 치우는 일입니다.


밥심으로 인생의 고비마다 기운을 차려온 우리 한국인에게 밥그릇을 치운다는 것은, 단순히 식사량을 줄이는 것을 넘어 삶의 오랜 동반자와 결별하는 것과 같은 상실감을 줍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마주한 식탁. 고기반찬과 나물은 정갈하게 놓여 있지만, 늘 그 자리를 든든하게 지키던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이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낯선 질감의 잡곡밥이 아주 조금 담겨 있거나, 아예 샐러드 접시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처음 며칠은 건강해지겠다는 의지로 참아냅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날 무렵부터 예민함이 극에 달합니다. 머리는 멍하고, 이유 없이 짜증이 치솟으며, 퇴근길 편의점 앞에 멈춰 서서 달콤한 빵이나 과자를 갈구하는 우리 자신을 발견합니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이렇게까지 비참해야 하나?"라는 의구심이 고개를 듭니다. 우리는 탄수화물을 우리 몸을 파괴하는 절대적인 '악(惡)'으로 규정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킵니다.


하지만 과연 탄수화물 그 자체가 유죄일까요? 우리가 정말 싸워야 할 대상은 탄수화물이라는 성분이 아니라, 현대화된 식단의 '속도'와 '형태'입니다.


보호막이 거세된 '알몸의 당분'


탄수화물은 우리 몸의 주된 에너지원입니다. 죄가 있다면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가공 방식에 있습니다.


자연 상태의 곡물은 아주 정교하게 설계된 패키지 상품입니다. 거친 껍질(겨)과 영양분이 응축된 씨눈(배아)이 알맹이를 단단히 감싸고 있습니다.


이 천연 보호막에는 포도당이 혈액으로 흡수되는 속도를 늦추는 식이섬유와 탄수화물 대사를 돕는 미네랄, 비타민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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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기술영업, 스타트업 CEO 코치등 독특한 경험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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