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빠지는 '문제 정의'의 함정
스타트업 현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CEO와 임원들은 흔히 공통된 패턴을 보인다. 밤낮없이 일하고,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지만, 정작 시장의 반응은 냉담할 때가 많다. 그들은 묻는다.
"우리 팀은 밤새워 일하고 제품도 완벽한데, 왜 시장 반응이 없을까?"
경영 컨설턴트의 시각에서 이 상황을 진단해 보면, 이는 팀의 열정이나 '실행력'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대다수다. 진짜 원인은 리더의 '문제 정의'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다.
엉뚱한 문제를 푸느라 조직의 귀한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EO Planet 등에 소개된 사례를 통해 초기 스타트업이 범하기 쉬운 치명적인 오류와 이를 바로잡는 마인드셋을 분석해 본다.
많은 초기 창업가들이 범하는 가장 큰 오류는 '자신의 아이디어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창업자는 "이 기술은 혁신적이다", "이 기능은 세계 최초다"라고 확신하며 제품을 내놓는다. 하지만 정작 지갑을 열어야 할 고객은 반문한다.
"그래서 그게 나한테 무슨 소용인가?"
비즈니스의 본질은 공급자의 기술 자랑이 아니라, '고객의 고통(Pain Point)'을 해결하는 데 있다. 내가 만들고 싶은 물건이 아니라, 남(수요자)이 간절히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드는 것이 비즈니스의 출발점이다.
이 단순한 진리를 망각할 때, 스타트업은 '예쁜 쓰레기'를 만드는 함정에 빠진다.
EO Planet에서 소개된 자율주행 농업 로봇 스타트업 '그리노이드(Greenoid)'의 사례는 문제 정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훌륭한 교과서다.
이들은 친환경 농업을 위한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했다. 초기에 그들이 내세운 메시지는 "우리 로봇은 진흙에 빠지지 않는 기술을 가졌다"였다. 기술적 우수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기술적으로 훌륭할지 몰라도, 그것이 어떤 가치를 주는지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메시지를 바꿨을 때 상황은 반전되었다.
"농촌 인구 감소로 잡초 뽑을 사람이 없어 1년 농사를 망치는 농부들의 고통을 해결한다."
그들은 '로봇의 기능'이 아니라 '농부의 절박함'에 초점을 맞췄다. 기술이 아닌 고객(농부)이 겪는 생존의 문제를 정의하자 비로소 시장과 투자자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올바른 문제 정의의 힘이다.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려면 CEO에게 실패를 객관화하는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자신의 가설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탁월한 리더들은 실패를 '비난받을 일'이나 '부끄러운 일'로 여기지 않는다. 그들은 실패를 '내 가설이 틀렸음을 확인해 준 값비싼 데이터'로 받아들인다.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 또한 청년 시절의 사업 실패를 '비싼 수업료'로 여기고 재기의 발판으로 삼았다. CEO가 실패를 두려워하여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면, 시장의 신호를 무시하게 되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이는 곧 잘못된 문제 정의를 고집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심리적 회복 탄력성을 유지하며 상황을 냉철하게 직시하는 것은 단순한 마인드 컨트롤을 넘어 경영자의 핵심 역량이다.
결국 사업은 '누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끝없는 과정이다.
지금 책상 위에 놓인 과제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보자. 그것은 고객이 간절히 해결을 원하는 '진짜 문제'인가, 아니면 그저 창업자가 풀고 싶어서 만든 '가짜 문제'인가?
리더의 명확한 시야에서 비로소 시장을 꿰뚫는 올바른 '문제 정의'가 시작된다. 스타트업의 성공은 밤샘 근무가 아니라, 이 질문에 대한 정직한 대답에서 판가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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