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은퇴
2025년 말, 투자의 현인 워런 버핏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전 세계가 이 뉴스에 주목하고 있지만, 정작 시장의 관심사는 후계자인 '그렉 에이블'이라는 인물 자체가 아니다.
지금 시장이 버크셔 해서웨이를 주시하는 진짜 이유는, 워런 버핏과 같은 '의사결정 구조'가 회사에 완벽하게 내재화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순간이 왔기 때문이다.
즉, 버핏이라는 천재적인 개인의 감각이 사라진 후에도, 조직이 그와 동일한 품질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검증받는 시험대인 것이다.
이 거대한 '시스템 검증' 이벤트는 스타트업 CEO들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CEO인 내가 없어도, 우리의 회사는 나처럼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가?"
많은 스타트업 CEO들이 이 질문 앞에서 고개를 떨군다. 그리고는 "우리는 아직 체계를 잡을 단계가 아니다", "당장 생존이 급해서 내가 뛸 수밖에 없다"라고 항변한다.
직원을 뽑으라고 조언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다. "가르칠 시간이 없어서 차라리 내가 하고 말아요."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이것은 상황이 만든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아니라 '위임의 부재'가 만든 악순환이다.
CEO가 실무에 파묻혀 허우적거리는 진짜 이유는 일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다. 애초에 업무를 시작할 때 남에게 넘겨줄 것을 전제로 구조를 짜지 않고, 본인의 '개인기'로 일을 처리해 왔기 때문이다.
위임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일했기에 채용은 늦어지고, 어렵게 사람을 뽑아도 그들에게 CEO의 머릿속에만 있는 노하우를 전수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 상황은 자전거를 배우는 아이와 뒤를 잡아주는 부모의 모습과 닮았다. 아이(조직)가 자전거를 배울 때 부모(CEO)의 역할은 무엇인가? 아이가 넘어지지 않게 끝까지 뒤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진짜 목표는 최단 시간 내에 손을 놓아서 아이가 스스로 균형 잡는 연습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CEO들은 "아직 아이가 불안하다", "내가 놓으면 넘어진다"며 땀을 뻘뻘 흘리며 자전거를 대신 밀어주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간다는 사실에 묘한 안도감마저 느낀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승계가 주목받는 이유처럼, 위대한 리더십은 '나의 존재'가 아니라 나의 부재에도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으로 증명된다.
승계는 먼 훗날 은퇴식에서 일어나는 이벤트가 아니다. 오늘 오후, CEO가 처리하고 있는 마케팅 기획, 영업 미팅, 자금 집행 업무 하나를 직원에게 온전히 넘기는 위임의 순간이 바로 승계의 첫걸음이다.
CEO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실무를 더 잘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 상황에서 왜 이런 판단을 했는지
고객을 설득하는 핵심 논리가 무엇인지
이러한 '의사결정의 기준'을 문서화하고 프로세스 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선행되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채용이 가능하고, 채용된 인재가 CEO의 복제판처럼 움직일 수 있다.
위대한 투자자 워런 버핏이 만든 버크헤셔웨이도 기업 연속성이라는 실험대 위에 올라섰다. 워런 버핏은 수십 년간 주주 서한과 기업 문화를 통해 자신의 투자 철학을 조직에 이식했고, 자신이 없어도 조직이 스스로 답을 낼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왔다.
이제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 보자. 성공이든 실패이든 우리는 거기서부터 배워야 할 부분이 생길 것이다.
오늘 직원에게 업무 하나를 완벽하게 위임했다면, 성공적인 승계를 위한 하루치 적금을 부은 셈이다.
오늘 잡은 손을 내일 놓을 계획을 짜보자.
그래야 조직은 달리고, CEO는 더 먼 곳을 바라보며 회사의 미래를 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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