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향이 피어오르면 봄이 온다

도다리 쑥국

by 굳데이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물들이 있다. 겨울을 지나 땅에서 막 올라오는 어린 잎이라 향이 강하고 맛도 부드러워 우리는 그것을 봄나물이라 부른다. 냉이, 달래, 쑥, 두릅 같은 것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향으로 봄을 알리는 나물은 단연 쑥이다. 어린 쑥 한 줌만 있어도 부엌에는 금세 봄 냄새가 퍼진다.

예전에는 봄이 되면 들에 나가 쑥을 캐 오곤 했다. 그렇게 캐 온 쑥으로 쑥국을 끓이기도 하고 쑥개떡이나 쑥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쑥버무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봄 간식이었다.


쑥개떡은 어린 쑥을 삶아 곱게 다진 뒤 쌀가루에 넣어 반죽해 만든다. 설탕이나 팥소를 넣지 않고 담백하게 만드는 떡이다. 반죽을 손바닥으로 납작하게 빚어 찜기에 올리면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그래서 더 소박하고 정겹다.


쑥버무리는 어린 쑥을 잘게 썰어 쌀가루와 함께 버무린 뒤 쪄내는 음식이다. 특히 강원도나 경상도 산간 지역에서 많이 먹던 봄 간식으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쑥 향이 살아 있어 자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겨울이 길었던 해일수록 봄은 더 반갑다. 바람 끝이 조금 부드러워지고 시장 좌판에 연둣빛 쑥이 보이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 국을 떠올린다. 마치 계절이 바뀌었다는 신호처럼 말이다. 바로 도다리 쑥국이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을 했다. 봄에는 도다리가 가장 맛이 좋고, 가을에는 전어가 살이 오른다는 뜻이다.


도다리는 보통 초봄에 산란을 하는데, 알을 낳기 전에는 몸에 영양을 많이 저장해 살이 통통하게 오른다. 그래서 이 시기의 도다리는 살이 부드럽고 단맛이 은은해 국을 끓이면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잘 난다.


마침 이때 들판에는 어린 쑥이 올라온다. 향이 가장 좋은 쑥과 봄 도다리가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도다리쑥국이라는 계절 음식이 만들어진 것이다.


남해안 지방에서는 이 도다리로 쑥국을 끓여 먹었다. 바다에서 올라온 도다리와 들에서 올라온 쑥이 한 냄비에서 만나니, 바다와 들의 봄이 함께 어우러지는 셈이다. 도다리 쑥국은 술을 마신 다음 날 속을 풀어주는 국으로도 좋다. 맑고 담백한 국물에 쑥 향이 더해지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속이 편안해진다.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에도 봄이 오는 길목이면 주변 식당에서 “봄 도다리 쑥국”을 판다는 광고를 종종 볼 수 있었다. 계절 음식이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모양이다.


은퇴한 지금도 매년 봄이면 도다리 쑥국으로 이름난 식당을 찾아가 한 그릇을 먹는다. 그 국을 먹고 나야 비로소 나도 봄을 맞을 준비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도다리 쑥국의 조리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쌀뜨물이나 물에 된장을 풀어 국물을 만들고 손질한 도다리를 넣어 끓인다. 비린내를 잡기 위해 청주와 마늘을 조금 넣고, 마지막에 어린 쑥을 넣는다. 쑥은 오래 끓이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야 향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 재료

도다리(소) 2마리, 쑥 100g, 무 300g, 청양고추 1개. 홍고추 1개, 대파 1/2개, 쌀 뜨물 1.2리터, 청주 2Ts, 된장 1Ts, 다진마늘 1Ts, 국간장 1Ts, 육수(다시마 15g, 디포리 5개)


# 요리 과정


도다리 비늘을 제거하고 지느러미와 꼬리를 가위로 자른다. 여러번 깨끗이 씻는다.

1773458524483.jpg?type=w966


쑥을 준비한다

900%EF%BC%BF1773458556523.jpg?type=w966


쑥을 10분 물에 담가두고 3번 씻는다

900%EF%BC%BF1773458600100.jpg?type=w966


무를 잘게 썰어 준비한다

900%EF%BC%BF1773458636189.jpg?type=w966


대파, 고추를 썰어 준비한다

900%EF%BC%BF1773458661401.jpg?type=w966


쌀 뜨물을 준비한다

900%EF%BC%BF1773458688830.jpg?type=w966


육수용 다포리와 다시마를 준비한다

900%EF%BC%BF1773458711961.jpg?type=w966


냄비에 무, 디포리, 다시마를 넣고 10분 끓인다

900%EF%BC%BF1773458739343.jpg?type=w966


된장을 풀고, 청주를 넣는다. 손질한 도다리를 넣고 7분 끓인다

900%EF%BC%BF1773458812502.jpg?type=w966


다진마늘과 국간장을 넣는다

1773458843661.jpg?type=w966


쑥, 대파, 고추를 넣고 한 소끔 끓인다

900%EF%BC%BF1773458862104.jpg?type=w966


완성된 도다리 쑥국



도다리 쑥국 한 그릇

1773459002213.jpg?type=w966






국물을 한 숟가락 떠 먹으면 먼저 쑥 향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뒤이어 도다리 살의 담백한 맛이 부드럽게 따라온다. 화려한 맛은 아니지만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는 봄다운 국이다.


생각해 보면 도다리 쑥국은 특별한 날의 음식은 아니다. 다만 봄이 오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계절의 국이다.


겨울을 지나 막 올라온 쑥과 봄철에 살이 오른 도다리가 만나 한 그릇의 국이 된다. 그 안에는 계절의 흐름과 오래된 식탁의 기억이 함께 담겨 있다.


그래서 나는 해마다 이 국을 먹으며 봄을 확인한다.


쑥 향이 피어오르면 나는 비로소 봄이 왔다는 것을 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