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마다 다른 맛, 우리 집 김치찌개

멸치육수, 생멸치 김치찌개

by 굳데이


김치찌개는 한국 사람에게 가장 흔한 집밥이다. 어느 집에서나 끓이고 누구나 먹는다. 식당 메뉴판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늦은 밤 집에 돌아와도 어렵지 않게 끓여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그런데 집마다 그 맛이 조금씩 다르다. 어떤 집은 돼지고기나 캔 참치를 넣는다. 어떤 집은 멸치를 넣어 육수를 낸다. 재료도 방식도 조금씩 다른데, 그 미묘한 차이가 바로 그 집의 맛이 된다. 그래서 김치찌개는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세상에 똑같은 맛이 하나도 없는 음식인지도 모른다.


15년 전, 나는 중국 난징(남경)에서 주재원 생활을 했다. 부임 초기에는 혼자 중국에서 지냈다. 그때만 해도 요리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할 수 있는 요리는 하나도 없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무엇을 먹어야 할지 막막한 날도 많았다.


그때 집사람이 혼자서도 끓여 먹을 수 있도록 김치찌개의 간단한 레시피를 알려주었다. 특별한 조리법은 아니었다. 그저 김치와 물, 그리고 멸치만 있으면 되는 아주 단순한 방식이었다. 그렇게 나는 집사람이 중국에 와서 함께 살게 될 때까지 혼자 김치찌개를 자주 끓여 먹었다.


집사람은 한 달에 한 번쯤 중국에 왔다. 올 때마다 음식이나 음식 재료를 한가득 챙겨 왔다. 그중 빠지지 않는 것이 멸치와 김치였다. 멸치는 머리와 내장을 손질해 가져왔고, 김치는 묵직한 김장김치였다. 그 두 가지만 있어도 나는 한동안 든든했다. 낯선 도시에서의 생활이 조금은 덜 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김치찌개를 끓이는 방법도 아주 단순했다. 냄비에 물을 붓고 멸치 한 움큼을 넣는다. 그리고 김치 4분의 1포기쯤을 굵게 썰어 넣은 뒤 끓이기만 하면 된다. 신기하게도 따로 간을 하지 않아도 국물 맛이 딱 맞았다. 그렇게 한 냄비 끓여 놓으면 일주일은 넉넉히 버텼다. 외식할 일이 없는 평일 저녁이나 한가한 주말이면 그 김치찌개를 먹었다. 뜨거운 국물에 밥 한 공기를 먹고 나면 하루도 그럭저럭 견딜 만해졌다.


집사람은 신혼 시절부터 김치찌개를 자주 끓여 주었다. 특히 매년 생멸치가 나오는 시기가 되면 시장에 가서 은빛으로 반짝이는 멸치를 한 바구니 가득 담아 오곤 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머리와 뼈를 하나하나 힘들게 발라내고, 그 생멸치 살로 김치찌개를 끓였다.


어린 시절 부산에서는 많은 집에서 생멸치로 김치찌개를 끓여 먹었다. 바다에서 막 올라온 멸치가 시장에 나오면 그 신선한 멸치를 넣어 찌개를 끓였다. 은빛 멸치가 끓는 국물 속에서 부드럽게 풀어지며 깊은 맛을 냈다. 그 국물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깊었다. 아마도 바다의 맛이 그대로 스며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중국 난징에서 혼자서 끓여 먹던 방식대로 멸치 육수 김치찌개를 만들어 보았다.








# 재료

김치 1/4포기, 멸치 한 움큼, 물 1.2리터



# 요리 과정


손질한 멸치(머리와 똥 제거)를 준비하고, 전자레인지에 1분 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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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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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굵게 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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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에 김치와 멸치를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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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에 물을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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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불로 해서 끓고 나면 중불로 15분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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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김치찌개


김치찌개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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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는 단순한 맛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김치찌개 한 그릇에도 시간과 사람, 그리고 기억이 함께 들어 있다.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부엌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타지에서 버티게 해 준 한 끼일 수도 있다.


같은 김치찌개라도 누구와 어떤 시간 속에서 먹었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그래서 음식 이야기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음식을 먹으며 배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기억과 정을 함께 나누는지도 모른다.


곧 생멸치가 나오는 계절이 다가온다. 그러면 우리 집에서도 다시 생멸치 김치찌개를 끓여 먹게 될 것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김치찌개가 있지만, 내게는 늘 우리 집 김치찌개의 국물 맛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