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장 비빔밥
봄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게 아니다.
밥상 위가 먼저 바뀌고, 그다음에야 계절이 따라온다.
며칠 전 장을 보다가 달래 한 단을 집어 들었다.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채소인데 이상하게도 봄이 오면 꼭 사게 된다.
봉지를 여는 순간 올라오는 그 향 때문일 것이다.
흙냄새와 풀냄새가 섞인 듯한 그 향은, 입보다 먼저 계절을 깨운다.
달래는 조금 특이한 채소다.
잎보다 뿌리가 더 기억에 남고, 씻는 순간부터 냄새가 시작된다.
손으로 다듬고 있는데도 먼저 반응하는 건 코다.
쑥처럼 강하게 밀어붙이지도 않고, 냉이처럼 국물에 기대지도 않는다.
그저 밥 위에 올라가 조용히 역할을 한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달래는 이름도 여러 가지로 불렸다고 한다.
어디서는 ‘달롱개, 달랭이, 달리’라고도 했다는데 정확한 지역은 알지 못한다.
그래도 그 이름을 들으면 이상하게 낯설지 않다.
달래는 흙이 많이 묻어 있는 식재료라서 손질에 조금만 신경 써도 맛이 훨씬 좋아진다.
먼저 달래를 펼쳐 뿌리에 붙은 흙을 가볍게 털어내고, 시든 잎이나 누런 부분은 골라낸 뒤 뿌리 끝을 정리한다.
그다음 찬물에 담가 살살 흔들어 씻고, 물을 갈아가며 두세 번 반복해 흙을 깨끗이 제거한다.
씻은 달래는 체에 밭쳐 물기를 빼고, 먹기 좋은 길이로 썰어 사용하면 된다.
달래는 쓰임이 다양하다.
간장에 썰어 넣어 달래장을 만들어 따뜻한 밥에 비벼 먹기도 하고,
된장국에 넣으면 국물에서 먼저 봄이 올라온다.
고춧가루와 식초로 가볍게 무치면 그날 바로 먹어야 하는 반찬이 되고,
달래전은 간단한 재료로 제철의 기운을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음식이 된다.
많은 재료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식탁의 분위기를 바꿔주는 드문 채소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찾게 되는 건 역시 달래장 비빔밥이다.
특별한 준비도, 냉장고를 뒤질 필요도 없다.
따뜻한 밥만 있으면 된다.
달래장은 맨밥에 슥슥 비벼 먹어도 좋고, 콩나물밥이나 나물밥, 무밥 위에 올려 비비면 그 향이 한층 또렷해진다.
따뜻한 밥에 닿으며 퍼지는 향은 단순한 양념 이상의 역할을 한다.
남은 달래장은 두부 위에 얹거나 구운 김에 싸 먹어도 잘 어울리고, 기름진 음식과 함께하면 느끼함을 덜어주어 입맛을 한결 깔끔하게 만들어준다.
달래장은 오래 두고 먹기보다 먹기 직전에 가볍게 버무려야 그 향이 가장 또렷하다.
달래의 향은 오래 머물지 않기에, 지금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미루면 안 된다는, 계절이 보내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깨끗이 손질한 달래에 간장과 고추가루를 더하고, 들기름을 떨어뜨려 가볍게 섞어주면 향이 살아 있는 달래장이 완성된다.
# 재료
달래 80g~100g, 청양고추 4개, 양파(소) 반개, 양념(진간장 7Ts, 국간장 2Ts, 다진마늘 1Ts, 고추가루 1Ts), 들기름 1Ts, 통깨 1Ts, 다시 물 5Ts ( 다시마 + 디포리)
# 요리 과정
달래를 깨끗이 손질한다.
달래를 적당한 크기로 썬다.
양파와 고추를 준비한다.
양파와 고추를 잘게 썬다.
다시마 물을 준비한다.
양념장(진간장, 국간장, 다진마늘, 고추가루)을 만든다.
볼에 썰어 놓은 달래와 잘게 썬 양파, 고추를 넣는다.
볼에 양념장과 들기름, 통깨를 넣고 섞는다.
완성된 달래장
가까이 들여다 본 달래장
따뜻한 밥과 달래장
달래장 비빔밥을 한 숟가락 떠 입에 넣는다.
강하지 않은데 분명한 맛이 올라온다.
씹을수록 달래 향이 퍼지고, 참기름이 그 뒤를 받친다.
먹고 나면 몸이 조금 가벼워지는 느낌이 있다.
특별하지 않은데도 이상하게 멈추기 어렵다.
예전에는 밥상을 이렇게 단출하게 차리는 일이 어딘가 부족하게 느껴졌다.
반찬이 몇 가지는 있어야 제대로 된 식사라고 생각했고,
식탁이 비어 보이지 않게 채우는 것이 습관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많이 차리는 것보다, 지금 먹고 싶은 것을 제대로 먹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달래장 비빔밥은 그런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는 음식이다.
별것 아닌데, 충분하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데도
밥상은 조금 가벼워졌다.
반찬이 줄어든 자리에는 대신 향이 남았다.
달래 한 줌을 비벼 먹은 저녁,
나는 그제야 알게 됐다.
계절은 이미 와 있었고,
나는 그 안에 들어와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