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매장에서 썩은 내가 난다.

by bloom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이어집니다. 가능하다면 조금 천천히, 1화부터 함께해 주세요.



상가에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부동산, 편의점, 카페, 베이커리 정도만 있는 조용한 공간이었다.

공실도 많아 저녁이 되면 더 한산해지곤 했다.


그런데 하나둘 치킨집과 맥주집이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야장이 생기고, 밤에도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상가에 ‘사람 사는 느낌’이 생긴 것이다.


그 변화는 우리 매장에도 영향을 줬다.

산책하다 들르는 사람들이 늘었고,

애견용품점인지 모르고 들어왔다가 구경만 하고 나가는 분들도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매출도 오전보다 저녁 7시~12시 사이에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래서 매장 앞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매장 앞에 쉬었다 갈 수 있는 벤치를 놓고, 인조잔디를 깔고,

강아지를 잠시 묶어둘 수 있는 도그훅도 설치했다.

그 공간은 어느새 아이들과 강아지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작은 포토존이 되었다.


우리 매장은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하다.

하지만 운영을 하다 보니 현실적인 고민도 생겼다.

강아지들의 ‘마킹’ 문제였다.

처음엔 훈련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지켜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간식 냄새와 새로운 환경에 흥분해서 조금씩 지리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사람을 좋아하는 강아지들은 나를 보자마자 안아달라고 뛰다가, 그 순간 마킹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안내를 하면서도 서로 불편하지 않게 이용할 방법을 계속 고민하게 된다.


무인매장이지만 완전히 비대면은 아니다. 손님들과는 포스트잇으로 소통한다.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붙여두면, 나는 그걸 확인하고 답글을 달거나 도장을 찍는다.

매장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도 정해져 있다.

환기를 시키고, 포스트잇이 붙은 안내판을 확인하는 일.

그 작은 종이들이 이 공간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대부분의 메시지는 따뜻했다.


“매장이 생겨서 좋아요”

“우리 강아지가 잘 먹어요, 좋아해요”


그런 글들을 보며 이 공간이 잘 자리 잡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메시지 내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매장에 냄새가 너무 역해요”

“냄새 때문에 오래 있을 수가 없어요”


그때까지 나는 그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매장에 가면 특유의 강아지 발 꼬순내 같은 향이 나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마킹의 흔적만 따라 바닥을 열심히 닦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단순한 마킹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환기를 더 자주 시키고, 인센스와 디퓨저,

편백나무까지 가져다 놓으며 좋은 향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해봤다.


“매장에 좋은 향이 나요”

이런 글을 보고 싶었는데,


결국 원인을 찾기 위해 저녁 시간에 남편과 함께 매장을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매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약 30m 전부터 강한 치킨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어머, 자기야 치킨집 오픈했나 봐.”


치킨을 정말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사실 상가에 치킨집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상권이 살아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매장 문을 여는 순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밖에서 나는 냄새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매장 안은 달랐다.


날 닭고기가 푹 쪄진 듯한, 기름에 찌든 듯한,

그야말로 썩은 것에 가까운 악취가 매장 안에 가득 차 있었다.


우리 매장은 환기 시스템도, 창문도 없는 구조였다.

문은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라 공기가 한 번 들어오면 쉽게 빠져나가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매장에 도착하면 문에 걸쇠를 걸어두고 잠시 환기를 시키는 것뿐이었다.

그제야 알게 됐다.

밤새 쌓였던 냄새가 아침이 되면 사라졌던 이유를.

내가 항상 매장을 찾는 시간이 오전이었기 때문이다.


엔지니어인 남편은 환풍시설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인해보겠다며 천장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천장 덮개를 살짝 여는 순간,

연기와 함께 기름 냄새가 매장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헉… 뭐야… 여보, 연기…!”


너무 놀라 소리가 튀어나왔다.

천장과 벽이 유난히 깨끗해서였을까, 시커먼 연기는 더 또렷하게 보였다.

이대로 두면 금방이라도 천장과 벽이 새까맣게 변할 것만 같았다.


“이거 구조 이상한데…”

“건물에 환풍시설이 원래 없었나…”


남편은 낮게 중얼거리며 천장 안쪽을 다시 들여다봤다.

에어컨을 설치할 때까지만 해도 깨끗했던 그 공간이, 이제는 오래된 기름 냄새와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는 더 지체하지 않고 바로 치킨집으로 향했다.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옆 매장에서 왔는데요.
혹시 환풍기 설치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닭 냄새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요…”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닭집에서 닭 냄새 나는 게 뭐가 문제예요.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오세요.”

“그럼 몇 시쯤…”

“나가세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쫓겨나듯 매장을 나왔다.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괜히 더 속상해졌다.

하루 이틀 장사할 것도 아닌데, 이렇게 시작부터 문제가 생긴 게 그저 안타까웠다.

앞으로 계속 마주쳐야 할 사이인데, 걱정이 먼저 들었다.


매출이 떨어지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다시는 오지 않는 손님이 생기는 것.

그리고 매장 문을 열자마자

불쾌한 공기가 먼저 맞이하는 것.

그리고 포스트잇이

매장 냄새 이야기로 가득 차는 것.

문제를 해결하긴 해야 하는데…

그날 이후로 남편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닌 것 같아.”

“그래도… 같은 상가인데 너무 세게 말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


“나 잠깐 매장 다녀왔는데,
머리카락부터 옷까지 전부 닭 튀기다 온 것처럼 냄새가 배어 있어.

이 상태로 손님이 우리 매장에 오겠어?”


남편의 목소리가 점점 단단해졌다.


“기분 좋게 강아지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들이,
좋은 냄새도 아니고 기름 쩐내 맡으면서 들어오겠냐고.

이걸 그냥 넘어갈 수 있겠어?”


남편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말을 멈춘 줄 알았는데, 잠시 뒤 다시 낮게 중얼거렸다.


“…이건 아닌데.”


나는 최대한 부드럽게 해결하고 싶었고,

남편은 구조적인 문제라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렇게 우리 부부 사이에서도 작은 갈등이 생겼다.


“계속 이 상태면 결국 우리가 손해 보는 거야. 좋게 해결하려고 해도, 말이 통해야지.

‘닭집에서 닭 냄새 나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하잖아.”


남편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우린 뭐야. 우리 매장은 닭집도 아닌데 왜 닭 냄새를 맡아야 하는데.

문제는 그 냄새가 우리 매장까지 들어온다는 거잖아.”


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도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해야 될까…”


결국 다음날, 닭집에 다시 가보기로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 이야기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일부 각색된 이야기입니다.

등장하는 모든 요소는 허구이며 지역, 특정 인물이나 업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이어집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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