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들이 매장을 가득 채우던 날, 가오픈 전 슈퍼바이저가 와서 교육을 진행해 주었다.
교육은 1시간가량 진행됐다. 교육 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매장 안을 들여다봤다.
“둘러봐도 돼요?”
“오픈한 건가요?”
반응이 꽤 좋았다.
교육을 해주던 슈퍼바이저도 놀란 표정이었다.
“매장 오픈할 때 교육은 보통 제가 진행하는데요. 간혹 관심 가지고 물어보시는 분들은 있긴 했었는데 여긴 정말 핫하네요. 신도시라 그런가 선점을 잘한 것 같아요. 인테리어 소장님도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는 분들 많이 봤다고 전달해 주셨어요. 언제 오픈하는지 물어보신 분들도 꽤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점점 확신했던 것들이 현실이 되는 것 같았다.
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설레기 시작했다.
처음 생각과는 다른 더 큰 비용을 들이며 공사를 했던 일, 본사 이사님과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껴 보려고 실랑이했던 일들도 그 순간만큼은 모두 잊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오픈은 오늘이었지만, 정식 오픈일로 따지면 아직 3일 전이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우리 매장을 검색하면 아직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네이버에도 등록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본사에서는 등록 요청을 해 두었다고는 하지만 수일 시간이 걸린다며 기다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나는 매장을 오픈하면 본사에서 어느 정도 홍보를 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광고 지원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본사에서 지원해 주는 금액은 약 30만 원 정도였다.
전단지 디자인과 제작, 오픈 예정 현수막, 그리고 블로그 체험단 5팀 정도였다.
블로그 체험단이라고 해도 무인 매장이기 때문에 직접 키오스크로 선결제를 한 뒤 페이백을 받는 방식이었다. 본사에서 지원해 주는 금액은 3만 원씩 5팀, 총 15만 원.
나머지는 전단지와 현수막 비용이었다.
계약을 진행할 때 들었던 말들은 꽤 달콤했다.
아니, 어쩌면 그때의 나는 확신에 차 있었기 때문에 부정적인 이야기들은 듣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분명 홍보를 별도로 해준다고 들었고, 홍보비를 지원해 준다고 했던 것 같은데, 현실은 30만 원 안에서 블로그 체험단, 전단지, 현수막이 전부였고, 그 외의 홍보를 원한다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가맹점 측 본사에서 말한 홍보지원은 본사를 알리는 홍보였다고 한다.
결국 내가 직접 홍보를 해야 했다.
교육이 끝나고 가오픈을 한 뒤 전단지가 배달되었다.
전단지 배포는 점주가 직접 사람을 고용해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을 쓰면 제대로 배포되는지 확인하기도 어렵고 인건비도 들어갔다.
그래서 신랑이 퇴근하고 나면 같이 동네를 돌기 시작했다.
산책을 하듯 전봇대 근처나 아파트 단지 안쪽 공원,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할 만한 곳들을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하나씩 붙이고 나눠 주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을 만나면 직접 인사를 건넸다.
“무인 펫샵 오픈했어요. 구경 한번 오세요.”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아침부터 낮 시간까지 혼자 전단지를 돌리기도 했다.
운동도 되고 힘든지도 몰랐다.
고양이는 산책을 다니지 않기 때문에 전단지를 가방에 숨겨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 대문에 붙이기도 했다. 하다 보니 처음 민망함도 잠시, 점점 대범해졌다.
전단지를 보고 전화가 오는 곳도 있었지만 반가움도 잠시 대부분 이런 전화였다.
“이보세요. 전단지 이런 데 붙이면 안 됩니다. 당장 떼세요.”
“사장님 되세요? 왜 강아지나 고양이도 안 키우는데 우리 집 대문에 붙이고 가셨어요?”
“저기요. 저희 아파트 단지에는 어떻게 들어오신 겁니까?”
아파트 주민, 관리사무소, 관리공단.
민원 전화가 이어졌다.
그리고 네이버에 매장 이름과 전화번호가 등록된 뒤부터는 또 다른 전화들이 오기 시작했다.
“멍냥마켓 사장님 되시죠? 인터넷 설치하시면 더 저렴하게…”
“사장님 안녕하세요. CCTV 설치 상담입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세무사는 이용하고 계세요?”
잠시 우울해졌다.
그래도 전단지는 이미 수천 장을 발행해 받은 상태였다.
지금까지 돌린 건 고작 500장 정도.
이 정도쯤이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아침에는 매장에 들러 물건이 잘 정리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오후에는 다시 와서 진열을 정리하고,
저녁에는 청소를 했다.
야간이나 새벽에도 틈틈이 CCTV를 열어 보았다.
무인 매장이 아니라 내가 없는 시간만 무인인 가게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것이 무인 매장의 전부라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아직 시작 단계이니 할 일이 많은 것뿐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어느 날 매장에 붙어 있던 포스트잇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매장에서 썩은 냄새가 나요.”
본 글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일부 각색된 창작물이며,
등장하는 상호, 지역명, 인물 및 사건은 모두 허구로 특정 업체나 개인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