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무인상점 창업,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었다.

by bloom

간판이 올라가던 날까지만 해도 나는 꽤 낙관적이었다.

무인상점이니까 사람을 쓰지 않아도 되고, 운영도 단순할 거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무인은 인건비가 안 들어가니까 괜찮지.”

“요즘 무인 매장 많이 생기잖아.”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이 사업이 꽤 괜찮은 선택일지도 모른다고 믿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게를 준비하면서 나는 하나씩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본사 계약하고, 부동산 계약하고, 진열대 들이고, 상품만 채우면 끝일 거라고.

하지만 무인매장은 준비할 것이 많았다.


CCTV, 무인 결제기, 출입 시스템, 도난 방지 장치. 소화기,

그리고 에어컨, 해충 처리기, 스피커, 인터넷, 조명..

처음에는 잘될 거라는 기대와 오래 운영할 생각으로 비용을 생각하기보다는

하나하나 조금 더 좋은 것을 알아보게 됐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그렇게 하나씩 진행하다 보니 어느 순간 계산한 금액은 내가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커져 있었다.

사람이 없어도 돌아가는 가게.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가게.

어쩌면 그렇게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을 했다.


처음 계약서를 쓰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본사 직원이 매장 상권을 보겠다며 동네로 찾아왔다.

우리 매장이 들어설 옆 매장의 작은 카페에서 꽤 오랫동안 설명을 들었다.

무인매장이 얼마나 늘어나고 있는지,

지금 시작하면 좋은 타이밍인지,

그리고 매장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봐도 정보는 넘쳐났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면서 무인매장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카페, 편의점, 아이스크림 가게, 심지어 반려동물 용품점까지.


“사람 없이도 장사가 된다.”


이 한 문장이 많은 사람들을 무인매장 창업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본사 직원이 처음 만나서 한말이 너무 설레었다.


“상권이 너무 좋아요. 이 정도면 A급 상권입니다.”


보통은 본사에서 상권조사를 먼저 하고 창업자에게 매장을 추천해 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달랐다.


나는 먼저 상가를 찾았다. 그리고 내가 직접 상권을 살펴봤다.


‘여기라면 될 것 같다.’


확신이 들고 나서야 본사에 연락했다.


“여기 매장으로 계약하고 싶습니다.”


부동산에서도 물었다.


“어떤 업종으로 하시게요?”


혹시라도 아이템이 알려질까봐 계약 직전까지는 말을 아꼈다.

무인상점이라고 하자 아이스크림 가게나 문구점은 이미 있다며 조금 꺼리는 눈치였다.

그런데 애견용품점이라고 하자 부동산 사장님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거 정말 괜찮을 것 같네요. 여기 정말 강아지들 많아요~ 강아지 데리고 산책 나오시는 분들도 많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더 확신했던 것 같다.


‘잘 되겠구나.’


나는 이미 머릿속으로 가게를 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상가를 선택한 이유는 이미 프랜차이즈 빵집과 카페가 운영 중에 있었고

마트도 있었기에 프랜차이즈를 상권도 확인하지 않고 내줄리 없다 생각했다.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사실 부정적인 생각들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비용이 계속 늘어났다.

매장 평수가 생각보다 넓다며 본사에서는 진열대를 더 추가해야 한다며 진열대도 추가하고

그에 따라 추가 공사비용과 초도물품 또한 비용이 더 늘어났다.


새 건물이라 너무 깨끗했고 무인매장이기 때문에 천장과 하얀 벽을 그대로 써도 될 것 같았지만

본사에서도 추구하는 인테리어가 있었고 프랜차이즈 매장이라 이미지를 맞춰야 한다며

페인트와 천장, 벽, 바닥 공사까지 진행하게 됐다.


처음에는 홈페이지에서 3천만 원 정도면 창업이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초도 물품과 추가 공사 비용이 더해지면서 비용은 초기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커졌다.

천장이나 페인트 같은 비용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돈이었다.


계약 기간은 2년이었지만 짧게 운영할 생각으로 시작한 사업은 아니었다.

누가 폐업 이후 철거와 원상복구까지 생각하며 시작하겠는가.

그래서 아끼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이 비용을 가게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미 시작한 일이었다. 물릴 수도 없었다.

돈을 조금씩 더 끌어와야 했다.


다행히 남편이 난방기 쪽 회사 엔지니어로 일을 하고 있어서 에어컨은 직접 설치해 주었다.

덕분에 비용을 조금 아낄 수 있었다.

페인트도 얻어서 비용을 아껴보고자 직접 페인트칠도 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스스로를 달랬다.


‘그래… 좋은 게 좋은 거지.’

'처음이니까 그렇겠지'


이제는 잘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이니 준비과정에서 준비할 것이 많은 것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매장에는 사료, 간식, 장난감,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많은 박스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물건을 정리하고 가격표를 붙이고 진열을 바꾸고 창문을 닦고 바닥을 닦았다.

그때 처음 알았다.


무인상점은 사람이 없는 가게가 아니라 사장이 더 자주 오는 가게였다.

며칠 뒤부터 택배가 오기 시작했다.

커다란 박스를 내려놓던 택배 기사가 매장 안을 한 번 둘러봤다.

그리고 말했다.


“사장님.”

“네?”

“물건 진짜 많이 시키네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장사하려면 많아야죠.”


그는 잠깐 가게 안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때는 그냥 지나가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이 우리 가게를 그렇게 유심히 보고 있었다는 걸 그때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다음 화에서는 사장이지만 사장이 아닌 날들이 시작되고 있다.

그 이야기는 다음화에서 조금 더 해볼까 합니다.



본 글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일부 각색된 창작물이며,

등장하는 상호, 지역명, 인물 및 사건은 모두 허구로 특정 업체나 개인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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