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간판이 올라가던 날

by bloom


무인상점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건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어느 날부터인지 주변에서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요즘 무인상점 돈 된다더라.”


처음엔 그냥 흘려들었다. 어디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였으니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비슷한 말이 계속 귀에 들어왔다.


“사람 안 써도 된다잖아.”

“요즘은 다 무인으로 하던데.”

“초기만 잘 잡으면 괜찮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들 비슷한 말을 했다.

그럴 때마다 마음 한쪽이 조금씩 흔들렸다.


‘정말 괜찮은 걸까?’


그때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나도 한번 해볼까.’


장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어떤 결정은 계산보다 감정이 먼저 움직일 때가 있다는 걸.

그렇게 시작된 고민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이미 요식업을 해봤던 나는 인건비와 사람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직장을 다니고는 있지만 급여가 높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부수입을 만들 수 있는, 말하자면 하나의 파이프라인 같은 것을 막연히 꿈꾸고 있었다.

어느 순간 이미 마음은 절반쯤 넘어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 상가 근처에 아이스크림 가게나 문구점 같은 무인상점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였다.


‘하려면 빨리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어느 순간부터 그런 생각이 자꾸 들기 시작했다.

우리 동네는 막 만들어진 신도시였다.

새 아파트가 계속 올라가고 있었고, 그 아래 상가들도 하나둘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공실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빈 가게들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보통 가장 먼저 들어오는 건 정해져 있었다.

부동산, 편의점, 카페.

그리고 그다음은 무인오락실, 무인상점 같은 가게들이었다.

하지만 상가의 공실이 하나씩 채워질 때마다 괜히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러다 자리 다 차버리는 거 아닐까.’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는 신랑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처음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어느 날 저녁, 단지 주변을 산책하며 크게 한 바퀴 돌다가 우리는 자연스럽게 주변 무인상점들을 하나씩 살펴보게 됐다. 생각보다 많은 무인상점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 너무 늦은 건가.’


포기해야 하나 싶던 순간이었다.

그러다 한 군데만 더 들러보겠다고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파는 무인상점.

한쪽 끝에 강아지 간식 몇 개가 걸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우리 동네엔 애견용품점이 없는 것 같은데…?’


그때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말하지 않아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거의 동시에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무인상점 창업에 관한 정보를 정신없이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새론신도시 아름동 이미지아파트 상가 1층에 작은 가게 하나를 계약했다.

강아지와 고양이 용품을 파는 무인매장.

이름은 멍냥마켓이었다.


무엇보다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가게 내부 공사가 끝나가던 어느 날, 드디어 간판이 올라가는 날이 왔다.

사다리차가 도로 한쪽에 멈춰 섰고 작업자들이 간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생각보다 크고, 생각보다 눈에 잘 띄었다.


‘멍냥마켓.’


파란 하늘 아래 내 가게 이름이 건물 위에 걸리는 순간이었다.

그 장면을 한참 바라봤다.

이상하게도 그때는 모든 게 잘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마 대부분의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비슷한 순간을 한 번쯤은 겪을 것이다.

가게 문을 열기도 전에 이미 머릿속에는 잘되는 장면들이 먼저 그려진다.

손님들이 계속 들어오고

가게가 동네에서 유명해지고

생각보다 장사가 잘되는 그런 장면들.

나도 그랬다.


간판이 올라가던 날, 나는 꽤 오래 그 앞에 서 있었다.

마치 어떤 시작을 눈으로 확인하는 사람처럼.

하지만 사업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겠지만 이때의 설렘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음 화에서는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며 겪었던 본사와의 마찰,

그리고 계약서를 쓰던 날의 이야기를 기록해 보려 한다.




본 글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일부 각색된 창작물이며,
등장하는 상호, 지역명, 인물 및 사건은 모두 허구로 특정 업체나 개인과 무관합니다.